미국 아빠일기 19편: 육아 70일 차 후기와 단상

by Elia
1660677334275-1.jpg 썸네일용 천사 하나

하나가 태어난 지 70일이 지났다.


50일이 넘으면서 이모님도 가시고, 부부 둘이서 모든 것을 책임지는 육아가 시작되었다.


그와 관련해서 요즘 드는 생각들을 정리해보고자 한다.



1. 육아는 입대와 같고 현재 필자는 이등병 신세이다.


쌍둥이를 기르고 있는 육아 선배가 말하길,

100일이 지나면 막연한 희망이 생기고,

첫 돌이 지나면 몸이 확실히 편해지고,

두 돌이 지나면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 각이 보인다고 한다.


이건 정말 군대의 패턴 아닌가?! 이등병 일병 상병 병장을 거쳐서 전역하는... 그런 2년짜리 코스가 아닌가 한다. 필자는 현재 이등병 신세라... 아침에 눈을 떠서 밤에 잠이 들 때까지 뭔가 정신이 없고 긴장감이 맴돌고, 저녁에 잠이 들 때 행복감이 든다. 빨리 일병 진급하고 싶다....



2. 요즘 세대가 결혼과 출산을 주저하는 것은 기회비용이 커졌기 때문이다.


도대체 80년대와 지금이 어떻게 달라졌길래 요즘 세대는 결혼과 출산을 두려워하는 것일까? 우선, 필자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출산을 두려워하기 때문에 결혼을 안 한다고 생각한다. 출산이 없는 결혼만이라면, 굳이 내 집 마련도 필요 없고, 혼자 사는 것보다 크게 어려워질 것이 없기 때문이다.


아무튼, 그럼 왜 출산을 두려워하는 걸까? 필자는 기회비용에서 찾는다. 필자가 대학생일 때 유행했던 알랭 드 보통의 불안이란 책에서 말하길, 비싸고 좋은 것들을 가질 수 있는 가능성이 (작지만) 생기면서, 오히려 사회의 불안이 가중되었다고 한다. 신분으로 가로막혀있던 값비싼 음식들을, 이제는 노오력을 통해서 누구나 즐길 수 있게 되면서, 오히려 그걸 즐기지 못하는 것에 불안함을 느끼게 된다는 역설이다.


출산도 마찬가지다. 직장에 취직해서 혼자 살면서 누릴 수 있던 럭셔리들. 강남의 오마카세, 동남아편 비즈니스 좌석, 오키나와 리조트, 크로아티아 해변가 등을 출산을 계기로 잃을 수 있다는 두려움. 한 마디로 출산을 통해 지불해야 하는 기회비용이 커졌기 때문에 출산을 두려워하는 것 같다. 이는 필자와 아내가 둘째를 고민하게 되는 데에도 적용되는 것으로, 아직까지 고민이다. 아기는 천사인 게 맞지만, 나도 일상으로, 그 좋았던 일상으로 더 빨리 돌아가고 싶다.



3. 하나는 내 소유가 아니다.


천사 같은 딸내미를 키우다 보니, 하나가 컸을 때를 시뮬레이션하고는 한다. 연예인이 하고 싶다면 어떡하지? 딱 봐도 하나를 사랑하지 않는 남자를 사랑해버리면 어쩌지? 등등.


이성적으로는 딸내미는 내 소유가 아니기에, 그녀의 판단을 존중해주고 지지해준다, 라는 정답이 있다는 것을 알지만, 얼마나 잘 구현할 수 있을지는 정확히 모르겠다.


꼰대가 되지 않고 정말 친한 부녀관계를 만들어갈 수 있을까? 나와 내 부모님의 관계가 그렇지 않은데, 경험해보지 않은 길을 내가 개척할 수 있을까?라는 걱정이 든다. 그럴 때일수록 원칙대로 하면 되지 않을까...라고 시뮬레이션만 해 본다.



4. 모든 것을 뛰어넘는 "건강만 해라"


사실 3번의 고민을 하다가도, 결국 진짜 정답인 건강만 해라로 귀결된다. 우선 하나가 육체적으로 건강했으면 좋겠다. 예전부터 들었던 생각인데, 왜 사람들은 소원을 바랄 때 겸손한 걸까? 예를 들어서 "아 딱 10억만 있으면 좋겠다!"라고 왜 말하는 걸까? 10억이나 10 경이나 어차피 가능성은 제로인데, 왜 거기서 현실성을 찾는 거지?


생각해보면 아마 무의식적으로 겸손한 바람은 하늘(이든 신이든)이 들어줄 가능성이 높다고 여겨서인 것 같다. 절대자 앞에서는 겸손해지는 것이 본능이 아닌가 싶다.


그런 의미에서 다른 것들 전부 차치하고 하나가 육체적으로 건강하기만 하면 더 바랄 것이 없겠다.


이상 70일 후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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