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아빠 일기 20편: 100일 잔치 완료

100일 육아 소회와 단상들

by Elia
20220922_125424.jpg 100일 상에 앉아계신 커여운 하나님

1.

하나의 백일을 맞이하여 소박하게 100일 상을 차리고 나름대로 갖춰 입고 가족사진을 (셀프로) 촬영했다. 준비할 때는 "육아도 힘든데 굳이 힘든 일을 하나 더 만들어야 할까? 어차피 돌 촬영할 거잖아~"라고 아내에게 말했고, 지금도 그렇게 했어도 문제없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생각했던 것보다는 괜찮았다. 비용이 100이고 보람이 30 정도일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비용이 100이고 보람이 85 정도는 됐던 것 같다. 삼각대에 올려놓고 찍은 사진들은 아이패드에 있는데, 아직 사진을 고르지 못해서 일단 커여운 사진으로 대체한다. 100일까지 그래 왔던 것처럼, 앞으로 265일도 건강하게 자라서 돌잔치 때도 가족에게 큰 기쁨을 주시기를!



2.

100일을 맞이하여 하나에게 생긴 가장 큰 변화는 목을 가눌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이다. 두 달 검진 때 터미 타임을 보다 열심히 시키라는 피드백을 받고 난 이후 매일 정해진 시간에 시키다 보니, 어느새 목을 가눌 수 있는 등짝 근육이 생겨버렸다. 재밌는 점은 목을 가눌 수 있게 되고부터는 목을 가누는 기능을 사용할 수 없는 자세는 모두 싫어하게 되었다는 점이다.


아마 새로운 게임을 사고 나면 그걸 너무 하고 싶어서 근질근질한 마음과 비슷한 마음일 것이다. 새 기능이 업데이트되었으니, 얼마나 사용하고 싶을까! 요즘은 목을 들고 여기저기 둘러보는 것을 즐기는 미어캣 같다 ㅎㅎ 아마 앞으로도 계속 추가되는 업뎃을 더 사용하고 싶어서 난리겠지...



3.

미국 사람들이 원래 말하는 관습 같은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아기를 데리고 산책을 다니면 지나치는 거의 모든 사람들이 "enjoy"라는 단어를 사용한다. 시간이 빠르니까 매시간을 즐기라는 것일 텐데, 신생아 육아는 너무 힘들었기 때문에 크게 공감하지는 못했으나, 이해는 할 수 있었다. 너무 힘들긴 해도 인생에서 아주 짧게만 느낄 수 있는 순간이고, 또 그때만 볼 수 있는 귀여움 들을 보는 것이 너무나 큰 행복인 것 같다.


새로운 소리로 우는 것, 새로운 소리의 방귀를 뀌는 것, 딸꾹질을 해도 뭔가 새로운 소리가 나는 것, 이런 사소한 순간들이 부모에게 기쁨을 주고 그러한 모든 것들을 최대한 즐겨야 하는 것 같다. 어차피 인생은 짧고, 노엘이와 내가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은 한정되어 있으니, 그런 기쁨들이 주어지는 점에 어찌 감사하지 않을 수 있을까.


세계적으로 결혼이 감소하고 출산이 감소하지만, 출산 및 육아는 살면서 한 번 정도는 경험해 보는 것이 맞는 것 같다. 필자 역시 앞으로 펼쳐질 행복한 시간들이 기대가 된다.



4.

3번과 이어지는 이야기인데, 출산&육아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라면 부모에게 다시금 꿈을 꿀 수 있게 해 준다는 점인 것 같다. 보통 사람이 시간이 지나면서 꿈이 점점 작아지게 된다. 필자 역시 30대 후반에 접어든 지금은 꿈이라는 것 자체가 굉장히 생소하고 어색하다. 꿈을 꾸기에는 현실을 너무 많이 알아버린 것 같다.


꿈을 꾸기에 가장 필요한 부분은 약간의 무지와 무한 긍정 멘탈리티인데, 이것들이 출산과 육아로 인해서 재생되는 느낌이다. 물론 나의 꿈이 아니라 노엘이를 통한 꿈이다. 노엘이가 어떤 사람이 되겠지? 어떤 삶을 살겠지? 노엘이와 우리가 어떤 것들을 즐길 수 있겠지? 등의 상상들이 삶을 충만하게 해 준다.


30대 후반의 필자는 현실적으로, 노엘이가 미래를 무리 없이 펼칠 수 있는 20대 중후반까지만이라도 우리 가족이 건강하게 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기대를 해본다. 같은 순간에 노엘이는 더 원대한 꿈을 꾸지 않을까? 그러한 사실을 상상하는 것만으로 기쁘다.


이상 100일 차 육아 소회를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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