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아무도 보지 않던 KBS 폭소클럽이란 쇼에서 유민상이 "마른인간연구 X파일"이라는 코너를 진행했었다. 뚱뚱한 사람만 살아남은 세상에서 과거 마른 인간들의 행태를 연구하는 연구소장이 연구 결과를 공유하는 컨셉이었다.
여기서 착안해서 퉁퉁인간인 필자도 마른인간인 아내와 살면서 느낀 마른인간들의 특징들을 정리해 보려고 한다. 마른인간과 퉁퉁인간의 정의는, 아무 생각 없이 편하게 살 때 살이 찌면 퉁퉁인간이고 살이 빠지면 마른인간이다. 남자로 치면 군대 가서 살이 빠지면 퉁퉁이, 살이 찌면 마른인간이다.
1. 식욕이 강하지 않다.
퉁퉁인간과 비교해서 생각해 보면, 퉁퉁인간들은 정말로 밥을 먹지 못할 이유가 있을 때만 밥을 안 먹는다. 예를 들어서 전날 체해서 엄청 토를 했다든지, 밤을 새워서 지금 잠을 안 자면 죽을 것 같다든지 할 때만 끼니를 거른다. 반대로 마른인간들은 본인들을 성가시게 하는 수많은 요소들이 없을 때에만 끼니를 챙겨 먹는다.
뭔가 머릿속에 신경 써야 되는 것들이 많기 때문에 그냥 라테로 때웠다든지, 30분 전에 과자를 먹었기 때문에 입맛이 없다든지, 이따 저녁에 맛있는 것을 먹기로 했기 때문에 점심은 그냥 미숫가루로 때운다든지 하는 식이다. 옆에서 보고 있으면 끼니를 걸러야 할 이유를 애써 찾는 것처럼 느껴질 정도로 밥을 먹지 않아도 될 이유가 너무나 다양하다. 퉁퉁인간들은 밥을 먹어야 할 다양한 이유가 있는데...
2. 식욕이 강하지 않은데 본인은 식욕이 강하며 많이 먹는다고 생각하고, 그런 발언을 해서 주위 사람들을 화나게 한다.
당연히 마른 인간들도 사람인지라, 과식도 하고 폭식도 한다. 하지만 그건 마치 메시도 드리블을 하다가 뺏길 때가 있다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세상 모든 것들이 그러하지만, 고수들은 기본기가 탄탄하다. 마른 인간들도 기본적으로 조금 먹는다. 배고파서 미치겠을 때에도 퉁퉁인간들의 폭식에 비하면 안전한 수준의 폭식을 한다. 하지만 그들의 기본기 중 가장 대단한 부분은 역시 멘탈이다. 그들은 본인들이 평소 먹는 것보다 많이 먹으면 엄청난 폭식을 했다고 생각하면서 죄책감을 느낀다. 그리고 당당하게 퉁퉁인간들에게 "아 나 프링글스 한 통 다 먹는 엄청난 폭식을 했어ㅜㅜ"라고 말해서 퉁퉁인간들의 억장을 무너뜨린다.
3. 배가 고픈데 먹고 싶은 것이 특정적이다.
아 배고파 죽겠다,라는 말을 하고 난 뒤에 퉁퉁인간들은 주위에 보이는 것들을 아무것이나 먹어치우지만, 마른인간들은 아무리 배가 고파도 먹고 싶은 특정한 것이 아니면 참는다. 그리고 본인이 딱 원하는 것이 눈앞에 놓였을 때야 먹기 시작한다. 예를 들어 지금 먹고 싶은 김치볶음밥은 1킬로미터를 걸어야 있는데, 당장 눈앞에 버거킹이 있으면 퉁퉁인간들은 쉽게, 주저함 없이 버거로 타협을 한다. 마른인간들은 먹어야 할 것을 먹을 때까지 다른 것들을 거른다.
4. 제일 열받는 부분은 마른인간들은 고칼로리 음식을 주저함 없이 먹는다.
마른인간들은 기본적으로 항시 칼로리 부족에 허덕이기 때문에, 본인이 원할 때는 고칼로리 음식을 주저하지 않는다. 스타벅스 윕크림 팍팍, 초콜릿이나 젤리 같은 단 것들, 보통 마른인간들이 애정하는 것들이다. 마른인간들을 멀리서 보면 "저런 것들을 먹는데도 어떻게 살이 안 찌지?" 싶지만, 가까이서 관찰하면 위에서 말한 기본기가 탄탄하다는 것...
5. 쓸데없이 미각이 예민하다. 그리고 미각이 먹는다는 의사결정에 미치는 영향력이 지대하다.
음식을 한 입 먹자마자 맛있다 맛없다 판단이 잘 서고, 거기서 맛없다는 판단이 서면 주저 없이 음식을 최소한으로 섭취한다. 퉁퉁인간의 경우 맛이 없으면 없는 대로 돈 아까워서 다 먹는다든지 하는데, 마른인간들은 맛이 없으면 음식을 남기는 것에 저항이 없다.
마지막. 세상 모든 퉁퉁인간들에게.
마른인간을 옆에서 지켜보면 특별히 마르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없다. 그냥 하고 싶은 대로 사는데 말랐을 뿐인 것이다. 마치 퉁퉁인간들이 맘대로 살면 퉁퉁해지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그저 세상이 마른인간을 원하고 있을 뿐이니, 팔자려니 생각하고 열심히 자제하고 운동하며 살아야겠습니다. 퉁퉁인간들 화이팅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