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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lia Mar 31. 2018

인생으로서의 축구

호나우딩요는 인생을 축구로 배웠다고 한다.

축구에는 인생이 담겨있다.


축구를 하는 주체가 사람이고 축구를 관람하는 주체, 축구라는 비지니스 혹은 스포츠를 형성하는 주체 역시 사람이기에 인생이 축구에 담겨있다는 말이 논리적으로 더 맞는 말일 수도 있겠다.


대놓고 말하면 상당히 빈틈이 많은 생각이기에 살짝 말하길 꺼려왔지만, 사실 난 내 삶을 축구에 빗대에서 많이 생각한다. 축구에는 인생이 담겨 있으므로, 축구와 함께 함으로써 삶을 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는 일이 많았고, 그러한 경험이 나의 선택에 도움을 주곤 했다.


예를 들어서 미국에서 한국으로 돌아오기로 결심했을 때, 이천수가 생각나기도 했다. 02년 울산 현대에서 맹활약 후 월드컵에서의 연속된 활약에 힘입어 야심 차게 프리메라리가에 도전했지만 2년 남짓한 스페인 생활 동안 이렇다 할 활약을 보여주지 못하고 다시 울산으로 유턴한 이천수.


그렇지만 다시 돌아온 k league에서 종횡무진하는 활약을 선보여 다시 MVP에 오른다.


물론 이천수에 빗대어 내 삶을 이야기하자니 창피한 부분이 너무나도 많다. 기본적으로 나는 한 번도 이천수의 커리어에 비빌만한 성과를 내본 역사가 없으므로...


그렇지만 첼시에서 폭망하고 로마에서 다시 재기한 후에 현재 리버풀에서 기량이 만개하고 있는 모하메드 살라에 비교하는 것보다는 현실적인 비교일 수 있다.


또 한국에 와서도 최대한 공백 기간 없이 일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던 것 역시 축구선수들이 휴식기가 길어지면 폼이 얼마나 떨어지는지 많이 봐 왔기에, 본인의 포텐보다 훨씬 못한 팀이라도 가서 최대한 폼을 유지해야지만 앞으로의 기회가 있을 수 있다는 점도 생각했었다. (지금 있는 회사가 위와 같다는 말은 아닙니다만...)


이렇게 내 삶을 축구와 축구선수에 빗대에서 생각하면 상당히 그럴듯한 미래가 예측되곤 하는데, 이 사고방식의 가장 큰 장점은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 로직이 적용된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서, 앞서 언급한 살라처럼 프리미어리그에서 실패한 후 더 낮은 리그에 가서 폼을 재정비한 후에 다시 프리미어리그로 돌아와서 더 나은 선수가 된 경우가 있는가 하면, 마테야 케즈만이나 멤피스 데파이의 경우 프리미어리그에서 실패해서 더 낮은 리그로 간 후에 요단강을 건너버린 케이스도 있다. 어쩌면 이러한 유형의 선수들은 높은 수준의 리그에서 존버 한다는 마음가짐으로 선수생활을 이어갔더라면 혹시 더 나은 커리어가 펼쳐졌을 수도 있다.


이렇게 다양한 케이스가 있기 때문에, 내가 어떤 상황에 처하든 장밋빛 미래를 그릴 수 있다는 점이 이 사고방식의 장점이다. 난 이천수일 것이다... 설마 내가 케즈만은 아니겠지... 뭐 이런 식으로 생각하면 마음이 좀 편하다.


이 사고방식의 또 다른 장점은 축구선수 인생에서 성공을 정의하는 다양한 디멘젼이 존재하고, 이를 이해하면 역시 마음이 편하다는 점이다.


미켈 아르테타의 경우 이니에스타, 사비 등의 걸출한 스타들과 동시대를 산다는 이유만으로 실력에 비해서 국가대표로 큰 활약을 하지 못했고, 또한 클럽에서도 메이저 트로피와는 거리가 멀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캔들 하나 없이 가정에 충실한 모습과 전술에 대한 높은 이해도 등으로 모두에게 사랑받는 선수였고 현재도 맨체스터 시티의 코치로 일하고 있다.


부인이 자그마치 미스 스페인 출신이다.


이런 점을 개인의 인생에 적용시켜보면, 직장에서 일이 좀 안 풀리더라도 가정에 충실하고 주위 사람들과 화목한 관계를 형성시켜 나가는 것 역시 직장에서의 일만큼 중요한 일이고.... 등등으로 직장 생활에서 오는 무력감 내지 스트레스를 극복해나갈 수 있다.


(물론... 아르테타는 직장에서 일을 못하지 않았다......... 선수로서는 크게 특출 난 것이 없었지만 감독으로는 특출 난 능력을 보이는 무리뉴나 벵거 정도를 예로 들었으면 더 좋았을 것 같다......)


아무튼, 축구선수들의 삶을 조금만 관찰해보면 인생의 교훈을 정말로 많이 얻을 수 있다.


교훈을 얻기 위해 축구를 보는 건 아니지만, 가끔 생각이 복잡할 때 구체적으로 이미지를 떠올릴 수 있게 도와주므로, 한동안은 이런 사고방식을 갖고 살아갈 것 같다.


이번 주 주말엔 첼시와 토트넘의 경기가 가장 큰 경기가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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