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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lia Apr 04. 2018

미국병

며칠 전에 아내와 하남 스타필드에 갔다.


거기의 한 그로서리가 마치 미국의 Whole Foods를 연상시키는 UI를 가지고 있었다.


아내가 말했다.


"정용진도 미국병 걸렸잖아"


정용진이 미국병에 걸린 것이 아니라 정용진"도" 걸렸다라...


그 이후로 곰곰이 생각해 봤다. 과연 나는 미국병에 걸린 것인가.


기본적으로 미국병이라 하면 여러 나라의 이런저런 현상들을 보고 "미국에선 이렇다"라는 사고 회로가 작동하는 증상을 일컫는 것 같다.


미국병이 중증이면 "미국에선 이래서 좋은데 여긴 왜 이래?"라는 로컬 문화 비하 현상이 나타난다.


이렇게 말하고 보니 나는 미국병에 걸린 것은 맞고, 중증이 되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미국병 초기가 아닌가 싶다.


어떤 제도가 생기거나 사회적인 이슈가 발생하면 미국이라면 어땠을까, 미국에선 어떻더라, 라는 생각이 끊이질 않는 것 같다.


장점이라면 선진국에선 어떻게 돌아가는지에 대한 이해가 있으니 그 이해에 기반해서 현재를 좀 더 잘 파악할 수 있는 것이고, 단점이라면 선진국이란 게 미국만 있는 것은 아니고 서유럽이나 일본도 있고, 또 각 국가 스스로의 길을 개척할 수도 있는 것인데 그런 것을 평가절하하게 되는 부분일 것이다. 덤으로 미국인도 아닌데 미국을 잘 아는 척하는 재수 없는 느낌도 주게 된다.


최근에 술자리에서 후배에게 미국 유학을 강추하고 왔는데, 그러고 보면 미국병이 걸려있는 현재 상태에 꽤 만족하기도 하는 것 같고, 어떻게 보면 강추하는 모습 역시 미국병의 일환인 것 같기도 하다.


4년 살았으니, 치유되는 데에도 4년이 걸리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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