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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엘리스코딩 elice Oct 02. 2019

우리 제품이 잘 팔릴지 미리 알 수 있을까?

엘리스 프로덕트 마케팅 연구 I

제품을 시장에 내놓는 사람들은 누구나 다음과 같은 고민을 하고 있을 겁니다.


이게 팔릴까?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 물건을 판매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자신이 생각하는 물품의 시장 수요가 어떤지, 잠재적인 이용자들의 필요는 무엇인지, 기존의 업황은 어떠한지 등등 시장 조사를 합니다. 이 질문에 따르면 이미 판매되고 있는 물품, 특히 어느 정도 소비자군을 확보하고 있는 제품의 공급자는 두 가지 측면을 고려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첫 번째는 우리 제품의 강점입니다. 강점을 더 강하게 만들어서 이미 구매하고 있는 소비자들을 꽉 붙들어놓는 것입니다. 

두 번째는 우리 제품의 약점, 즉 보완이 필요한 지점입니다. 제품의 문제를 찾아서 해결한다면 한번 구매해서 우리 제품으로부터 등을 돌리려고 하는 소비자들을 조금 더 적극적인 구매자로 만드는 효과가 있습니다.


위의 두 가지는 상품의 시장적합도(market fit)를 평가하는 중요한 지표가 됩니다. 강점이 두드러지고 약점이 적을수록 더 좋은 상품이겠죠.

(Cover photo from Pxhere)


우리 제품이 없다면 어떻게 느끼실 것 같나요?


그런데 문제가 있습니다. 소비자는 많고 제품에 대한 평가 역시 저마다 다르다는 것입니다. 제품을 써보지 않은 사람, 조금 써 본 사람, 많이 써본 사람은 저마다 그 제품에 대한 서로 다른 평가와 기대를 갖고 있습니다. 그리고 제한된 자원을 가지고 시장에 접근해야 하는 우리는 이 중 일부만을 만족시키는 선택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물음이 생깁니다. "도대체 어떤 소비자, 즉 이용자의 말에 귀 기울여야 할까?"


Photo from pxhere


엘리스 서비스의 세일즈 전략 수립 사전조사로 이용자 설문을 준비하던 제가 맞닥뜨린 물음도 이것이었습니다. 이 물음에 답하기 위한 리서치 과정에서 저는 두 자료를 읽게 되었습니다.


첫 번째는 션 엘리스(Sean Ellis)가 쓴 스타트업 피라미드입니다. 션 엘리스라는 이름은 몰라도 그로스해킹(growth-hacking)이라는 말은 들으신 적이 있을 겁니다. 션 엘리스는 그로스해킹이라는 용어를 만든 사람입니다. 드롭박스의 초기 마케팅을 이끈 바 있으며, 지금은 고객정보 분석과 설문조사 전문기업의 CEO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물론 그로스해킹이라는 말이 등장한 것과 별개로, 매출이나 경영 측면에서 조직의 성장을 분석하고 그 요인을 찾아내려는 사람은 예전부터 많았습니다. 어쨌거나 제한된 자원을 가지고 더 효과적인 결과를 만들고자 하는 스타트업 영역에서 그로스해킹 전략은 지금까지도 중요한 마케팅 방법으로 쓰이고 있습니다.


《스타트업 피라미드》는 제품과 기업의 성장 방법을 세 층으로 이루어진 피라미드를 통해 명료하게 소개합니다. 아래에 션 엘리스의 글에 있는 이미지를 그대로 가져왔습니다.


Image from Startup-marketing.com


션 엘리스의 마케팅 방법론에 따르면 스타트업은 1.제품 또는 시장 적합성을 파악하고 2.그에 근거해 성장에 맞는 전환을 이루어감으로써 3.성장해갑니다. 


피라미드는 각각의 성장 단계를 나타내고 있으며, 스타트업의 성장을 고민하는 사람이라면 지금 하는 일의 위치가 피라미드 어디쯤에 있는지 생각해보아야 합니다. 이 피라미드에서 가장 첫 단계에 해당하는 제품/시장 적합도를 판단하기 위해서 션 엘리스는 다음과 같은 방법을 사용합니다.


나는 제품/시장 적합도를 판단하기 위해 어떤 특정한 지표를 활용해서, 타겟 시장에 부합하는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는 원칙을 좀 더 구체화하고자 노력해왔다. 나는 제품의 기존 이용자들에게 제품을 더 이상 사용할 수 없다면 어떻게 느낄지를 묻는다. 내 경험상, 이 질문에 대해 "무척 아쉬울 것(very disappointed)"이라고 답하는 사람의 비율이 최소 40%는 넘어야만 제품/시장 적합성을 갖추었다고 볼 수 있다.

- 션 엘리스, '스타트업 피라미드'


이게 어떻게 기준이 되냐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션 엘리스는 이 기준이 거의 100개가 넘는 스타트업의 실적을 비교한 결과 도출해낸 기준이라고 답합니다. 팔리는 제품을 만들기 위해 애쓰고 있는 스타트업 대부분이 40% 이하의 “무척 아쉬울 것” 응답률을 갖고 있었다는 것이죠.


열성 이용자들은 제품 개선 방향을 수립하는 데에 중요한 지표가 됩니다. / Photo by Tyler Milligan on Unsplash



사랑하는 사람들을 더 사랑하라


두 번째로 발견한 자료는 이 지표를 자기 회사의 제품에 적용해서 좀 더 세밀하게 분석한 글이었습니다. 메일 앱 서비스를 제공하는 슈퍼휴먼 Superhuman을 창업한 라훌 보라가 쓴 글로, 아래는 그 일부입니다.


"40% 응답률 벤치마크에 영감을 얻은 우리는 슈퍼휴먼에 대해서는 어떤 응답이 나올지 살펴보기로 했다. 최근 2주 내에 최소한 2번 이상 제품을 사용한 사람들에 집중하라는 션 엘리스의 권고를 따라, 우리 제품의 주요 기능을 경험한 이용자들을 확보해 설문을 실시했다. (중략)

여기서 더 나아가, 나는 우리 제품을 정말로 사랑하는 이용자—제품을 더 이상 사용할 수 없다면 "무척 아쉬울 것"이라고 답한 사람—를 더 깊이 이해하고 싶었다. 가능하면 그들의 생생한 모습을 그려봄으로써, 우리 팀 전체가 그들에게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쪽으로 나아가게 하고 싶었다."

- 라훌 보라, '슈퍼휴먼은 제품/시장 적합성을 발견을 위한 엔진을 어떻게 만들 수 있었나'


라훌 보라는 40% 응답률 지표에 더해, 제품을 절실하게 필요로 하는 이 "실망스러울 것"집단에게 추가적인 질문을 던집니다. 바로 이 글을 시작하면서 제시했던 가장 일반적인 시장적합성 판단 지표인 제품의 강점과 약점을 물어본 것입니다.


칫솔은 있는데 치약이 없다면 어떤 느낌일까요? 여러분의 제품이 사용자들에게 같은 느낌을 주고 있나요? / Photo by Alex on Unsplash


이를 토대로 라훌 보라는 현재 자신들의 슈퍼휴먼 서비스를 사랑하는 열성 이용자들이 평가한 서비스의 강점과 약점을 서비스 개선 전략을 세우기 위한 주요 방향으로 삼습니다. 강점은 더 두드러지게, 그리고 그들이 지적한 약점을 빠르게 개선하는 방향으로 말이죠. 그리고 다음과 같이 덧붙입니다.

우리의 그다음 실행단계는 얼핏 듣기에는 미심쩍은 것이었다. 우리는 우리 제품이 없더라도 별로 실망하지 않을 것이라는 이들의 피드백을, 정중하게 무시하기로 결정했다.

- 라훌 보라, 같은 글


그 이유를 보라는 다음과 같이 설명합니다.

제품 전략 수립에 그들이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주지 않는 쪽이 바람직하다. 그들은 잡다한 기능을 요구하고 부적당한 사용 사례를 들먹이며 엉망이 된 사업계획과 함께 당신을 휘저어놓을 것이다. 당혹스럽고 불편할 수는 있겠지만 그들의 피드백에 대응해선 안 된다. 대응하기 시작하면 제품/시장적합성 퀘스트 중에 길을 잃고 말 테니까.

- 라훌 보라, 같은 글



소수의 다급한 지지자들에게 더 귀 기울여라


비슷한 맥락의 이야기를 하나 더 덧붙이면서 이야기를 정리하고 싶습니다. 폴 그레이엄의 13 문장으로 정리한 스타트업의 다섯 번째 문장입니다.


애매모호한 다수보다는 열성적인 이용자 몇 명을 얻는 게 낫다.

바라건대는 열성적인 수많은 이용자들을 얻고 싶겠지만 곧바로 그렇게 되길 기대할 수는 없다. 

먼저는 특정 이용자 집단의 모든 필요를 만족시킬 것인지 혹은 모든 잠재적 이용자의 특정한 필요를 만족시킬 것인지 결정해야 한다. 첫 번째 접근을 택해라. 만족도를 높이는 것보다 이용자를 넓혀가는 것이 더 쉽다.

- 폴 그레이엄, '13 문장으로 정리한 스타트업'


예컨대 온갖 요구와 변덕을 가진 고양이 여러 마리와 호불호가 확실한 호랑이 한 마리 중 한쪽을 고객으로 결정해야 한다면, 후자가 낫습니다. '여러 마리'라는 데 현혹되기보다는 확실히 만족시킬 수 있는 '한 마리'를 기르라는 게 그레이엄의 조언입니다.


어느 쪽이 더 낫나요? / Left photo from Pixabay, Right photo from Flickr


한마디로 스타트업의, 그리고 시장에서 제품의 성공을 위해서는 제품을 사랑하는 소수이지만 열성적인 이용자 집단을 확보하는 것이 언제나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열성 집단을 확인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우리 제품이 없어도 괜찮으시겠어요?"라고 묻는 일입니다.


이어지는 글에서 이러한 접근을 바탕으로 엘리스의 이용자 조사 결과를 공유합니다.



제품의 어떤 점을 강화하고 어떤 점을 보완할까? - 엘리스 프로덕트 마케팅 연구 I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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