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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놀새 Feb 10. 2022

그리움이 울컥

2021.12월 언저리, 아들과 떨어져 지낸 지 첫 반년 

퇴근하는 길에 저녁식사 준비가 미리 귀찮아 동네 반찬가게에 들렀다. 반찬가게를 들어가 이거 저거 골라 나오면서 문득 아들의 말이 생각났다. 반찬가게 반찬들이 달고 짜서 맛있는 듯해도 먹을 수가 없다고 했다. 아들이 한창 운동하며 몸을 만들던 때라 먹거리에 예민했었다. 그때는 그 말이 차갑고 퉁명스레 들렸다. 

반찬가게를 나와 차를 주차한 골목으로 들어서려니 그 옆으로 아들이 좋아하던 빵집이 보였다. 달지 않고 담백한 빵을 구워 오전 내 다 팔아버린다며 저녁에 운동 다녀올 때는 도통 빵을 살 수 없었다던 아들 말이 생각나 불쑥 그냥 들어가 봤다. 남은 치아바타 두어 덩어리를 보니 필요도 없이 반가운 마음에 한 덩이 사들고 나왔다. 아들 녀석에게는 입이 비싸다며 구박하면서 어쩌다 한 번씩 사주던 빵인데, 오늘따라 비싸지 않게 생각되었다. 

짧게 지낸 동네지만 두바이처럼 넓고 횡뎅그레하니 썰렁하지 않아 우리 동네라는 마음이 제법 든다. 아들도 매일 운동 다니던 골목들과 산책로가 넉넉한 이 동네를 좋아하다 떠났다. 그러니 그 골목들 사이, 아들이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땀을 내며 뛰어다니던 산책길을 보고 있으면 그리움이 울컥거리며 밀려 올라온다. 

일일이 생활을 챙겨줘야 했던 아들이 떠나니 몸이 더 편해진 것이 사실이고 붙어서 마음 일렁거리는 정도야 덜하지만 떠난 아들 생각은 애틋하다. 밥은 어떤지 춥지는 않은지 뭐 불편하고 부족할 지 마음이 쓰인다. 그러나 그 마음조차 내내 그러하지 않은 것에 감사한다. 평소보다 이르게 눈이 떠진 새벽, 딱 그 순간이나 오늘처럼 아들과 함께 다녔던 골목이나 식당들을 지나고 들를 때에나 내내 모른 척하던 그리움이 울컥거리고 훅훅 올라온다. 


정신이 들면, 감정이 가라앉으며 이렇게 속으로 되뇐다. 

“네가 선택해서 나아가고자 간 길이다. 거기서 겪을 수 있는 모든 것들이 네 것이 될 테고 그게 배움이다. 학교 성적? 까짓 거, 그거야말로 아무것도 아니다.” 


아들은 크느라 날 떠났다. 

나는 이 나이에도 더 자랄 여지가 너무 많이 남아 아들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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