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 2화. 칼 앞에 선다는 것, 그 작은 용기

초심자의 마음으로 도마 앞에 서다

by 기록하는 엘리

Part 1. 도마 위 첫 이야기: 처음의 주방

[1부] 2화. 칼 앞에 선다는 것, 그 작은 용기 - 초심자의 마음으로 도마 앞에 서다



칼질을 새로 배우는 초심자의 마음으로 도마 앞에 서다


칼은 날카롭지만, 많이 사용하면 사용할 수록 무뎌지고는 한다.


그래서 일까. 날이 서있는 칼은 특히 조심하기에 주의를 기울이게 되어 잘 다치지 않지만,

무딘 칼을 사용할 때 힘을 주면 오히려 더 크게 다치고는 한다.


칼을 사용할 때는 방심하지 않고, 항상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그렇지만 요리 초보이다보니 칼을 잡는 법 부터가 잘못되었다.

요리를 하기 위한 첫 단추부터 잘못되어서 그런 것일까.

칼을 잡게 되면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간담을 서늘하게 하며, 불안하게 만든다.

어린아이를 보듯이 주변에 나를 아끼는 사람들이 많아 칼을 쥐지 않도록 하다보니, 지금까지는 주방 일과 먼 삶을 살아왔다.


가끔 칼을 들게 되면, 조심스레 천천히, 다치지 않는 세기로 칼을 쥐어

과일도 깎고, 재료를 손질하고는 했다.


칼은 위험한 도구이지만,

무언가를 썰고 다듬고, 요리를 시작하는 '첫 움직임'이기도 하다.


꼭 일류 쉐프처럼 칼질을 잘해야만 요리를 시작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요리의 기본 칼 잡는 법이 서툴더라도,

요리를 하고 싶은 마음에서 시작된 나의 요리 도전은 초심자의 마음으로

잘못된 방법으로 칼을 쥐면 다치기 쉬우므로 다치지 않는 방법을 배우고,

기본기를 튼튼하게 쌓아올리며 요리를 시작한다면 언젠가는 나도 파인다이닝 쉐프처럼 섬세한 칼질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살아가면서 불안하다고 하지말라고 한다고 안할 수는 없다.

결국 무언가를 해내기 위해서는 문제에 직면하고 스스로 해결하고 극복해야만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요리를 하고 싶다는 일념으로, 주방에서 도마를 올리고 칼을 손에 쥐었다.

꼭 하고 싶다면, 제대로 잘 하라는 배우자(남편)의 조언을 귀담아 들으며,

칼 잡는 법부터 다시 시작해본다.


그날 나는 조심스레 칼을 들었다. 엄지와 검지로 칼을 잡고, 다른 손으로 재료를 지그시 눌렀다. 손끝에 칼이 다가오는 감각을 직접 경험하고 느끼면서,

손이 다치지 않도록 칼질을 처음하는 초심자의 마음으로 칼을 사용했다.


천천히 하면 일정한 간격으로 재료를 썰 수 있었지만,

이렇게 천천히 하면 오늘 내에 반찬을 만들 수 없다며 걱정하는 남편의 목소리와 함께

이제부터는 칼질을 자주 연습하면서 하루하루 더 나아질 수 있게 노력해야겠다는 열망이 생겼다.


칼질이 익숙해지면 빠르고도 일정하게, 그리고 얇게 재료를 손질해봐야겠다고 다짐했다.

칼날이 빗나가더라도 당황하지 않고, 재료를 써는 속도와 재료의 크기를 눈으로 응시하며 칼질을 계속했다.


멋진 기술은 아직 없지만, '하고자 하는 마음'이 있으니 수월하게 재료도 잘렸다.


조심스럽고 더딘 손놀림이었지만,

어쩌면 이 순간은 내가 내 삶에 직접 관여하기 시작한 시점이었다.


누군가가 차려준 밥상을 먹는 것과

내가 직접 밥상을 차려서 먹는 것은 같은 맛일지라도

마음가짐 자체가 달라진다.


어쩌면 나의 삶도 요리와 결이 유사하지 않을까.

누군가가 차려준 밥상을 먹으며 살아가는 삶보다는

내가 직접 차리며 주도적이고도 실수와 실패를 하며 흔들리고 성장하는 삶을 살아갈 때

비로소 나의 삶을 살아갈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칼 앞에 선다는 것은,

성장하고자 하는 나의 작은 용기였다.


Part 1. 도마 위 첫 이야기: 처음의 주방

[1부] 2화 fin.

《요리 초보 엘리의 고군분투 도전기》

[다음화 예고]
[1부] 3화. 알록달록 모양을 가진 재료 썰기, 행복의 모양들
- 도마 위에서 배우는 행복의 모양들: 반달처럼, 동그랗게 마음을 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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