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 위에서 피어나는 향, 요리가 되다
[1부] 4화. 볶음이라는 이름의 화합 - 불 위에서 피어나는 향, 요리가 되다
식초 한 스푼을 톡- 떨어뜨리자,
브로콜리가 가득 담긴 냄비 속에서 작은 거품들이 올라왔다.
시큼한 향이 공기 속에 퍼지며, ‘이제 시작이구나’ 하는 마음이 든다.
물속에서 흔들리지 않도록 집게로 살짝 고정해주고, 20분 대기.
그 사이 나는 버섯을 썰기 시작했다.
얇게, 너무 얇지 않게, 손끝의 리듬에 집중하며 썰다 보면
시간이 천천히 흘러가는 게 느껴졌다.
웍에는 채소들이 하나둘 모인다.
브로콜리, 버섯, 양배추 그리고 당근.
서로 다른 향과 색이 만나며 ‘요리’가 되어갈 준비를 하는 순간이다.
그 사이 뽀송이는 티니핑 자석들을 들고 나타났다.
“엄마, 내가 티니핑 자석들을 꼭꼭 숨겨줄게~ 한 번 찾아봐!”
그래서 나는 버섯을 썰다가 거실로 가서 티니핑을 찾고,
다시 돌아와 양배추를 썰고, 또 한 번 숨바꼭질을 하고.
그렇게 부엌과 거실을 오가며 점심 준비를 이어갔다.
아마 세상에서 가장 정신없는 주방일지도 모르지만,
요리도하면서 아이의 즐거움을 함께 해주고 싶기도 했다.
요리 시간을 길게 잡으니 내 마음도 여유로워져서 그런 것일까.
20분이 지나고, 브로콜리를 헹궈 찬물에 담갔다.
초록빛이 한층 또렷해진다.
인덕션을 켜고 중불로 맞춘 뒤,
참기름 두 스푼을 넣고 볶아준다.
기름이 지글지글 끓으며 피어오르는 향.
그 순간만큼은 나도 요리 전문가가 된 기분이었다.
“엄마 요리 잘하지?”
틈새 어필 한 번 해보고는 아이의 반응을 살핀다.
뽀송이는 "응, 엄마 요리 잘한다~"하고 감탄사를 넣어주니 어깨가 으쓱해졌다.
브로콜리를 건져 찬물로 헹구며
“다음엔 2분만 끓여봐야겠다.” 하고 메모하듯 중얼거린다.
남편은 아삭한 식감을 좋아하니까.
손이 조금만 더 빨랐다면 완벽했을 텐데.
브로콜리를 한 개 집어 든다.
아삭, 소리가 참 좋다.
오늘의 점심상,
남편은 없지만 아이와 함께 차린 밥상이기에
이상하게 더 뿌듯하다.
불 위에서 하나로 어우러진 재료처럼,
우리 하루도 그렇게 잘 버무려진 것만 같다.
웍 속에서 피어오른 향처럼, 일상의 온도도 조금씩 따뜻해진다.
Part 1. 도마 위 첫 이야기: 처음의 주방
[1부] 4화 fin.
《요리 초보 엘리의 고군분투 도전기》
[다음화 예고]
Part 1. 도마 위 첫 이야기: 처음의 주방
[1부] 5화. 버섯 향이 스며드는 시간 - 도마 위에서 배운 삶의 온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