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학석사학위 감사의 글(Acknowledgement)

기록하는 엘리의 대학원 연구실 생활

by 기록하는 엘리

감사의 글, Acknowledgment


석사학위 논문의 가장 마지막 뒷장에는 감사의 글을 넣는다.

학위과정을 하는 동안 연구 분야를 막론하고 어느 랩실에 있든 졸업이라는 관문 앞에 서있다는 점은 모두 같다.


기본적으로 연구라는 것은 혼자 진행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

누군가의 도움을 필요로하고, 나도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어야하며, 서로 협력하는 관계 속에서 공동의 목표를 이루어야한다.


평상시에는 감사함을 표하더라도 긴 학위기간 동안 말뿐인 그때 뿐인 감사인사라면, 평생에 걸쳐서 박제될 학위논문에서 맨 뒷장은 내 인생을 요약하는 요약본 페이지라고 생각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지금 이 순간에도 누군가는 대학교, 대학원 랩실에서 인고의 세월을 보내며 창살없는 감옥,

자신의 신념에 따라 시작한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매일 매일을 고군분투하고 있을 것이다.




지금 시점은 2025년, 당시 내가 연구를 시작하고, 마친지는 벌써 꽤나 많은 세월이 지났다.


그로 인해 나의 사회적 위치와 역할은 많이 변모해왔고, 대학원 2학년 겨울방학부터의 학부 랩실 생활 및 대학원 석사학위 시절 동안의 4년 6개월이라는 시간은 지금의 나를 있게한 소중하고도 아픈 기억이다.


나는 대학교 2학년 겨울방학 때, 연구실(랩실) 생활을 시작하였다.


대학교 1학년 여름방학 상담시절 꿈 많던 나는 석사학위 시절 지도교수님이셨던 담당 교수님을 뵈며 대학원의 꿈을 키워나갔었다. 시작하게되면 박사까지 하고 박사 후 연구원까지 진학하겠다는 야침찬 포부를 가지고서.


실제로 나는 석사학위 기간 중 석박사 통합과정으로 입학하여 나의 부족함을 느끼며 중도에 석사학위까지 하였고, 석사 학위가 2년이 아닌 2년 6개월이 되며, 박사학위의 무게감을 느끼며 졸업을 하였다.


누군가는 대학원을 가겠다고 결심을 한다.


첫 번째, 그건 대학교 4학년이 되어 진로에 대한 막연함 때문에 급작스럽게 도피성으로 결정한 것일수도 있고,


두 번째, 학문에 대한 열정을 가지고서 무언가를 이루고 나의 업적을 만들고자 하는 커다란 목표를 가지고 시작할 수도 있고,


세 번째, 그 외의 무수한 이유들 (연구실 인턴, 회사생활 중 커리어 업그레이드를 위한 도전, 지도교수님 혹은 학과/동아리 선배의 추천, 주변 지인들의 조언, 뒤늦은 꿈을 이루기 위한 학위과정 도전 등)로 인해 연구실 생활을 시작할 수도 있다.


누군가가 대학원에 지원하고자하면 나는 그 결정을 응원한다.


하지만, 진심으로 나랑 가까운 사람이라면 말린다.

그냥 말리지 않고 뜯어 말린다.

대학원 생활은 단순히 의지만으로 진행하기에는 그 왕관의 무게가 다소 무겁고 학위만 보고 시작하기에는 진심으로 연구를 원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굉장히 힘이 드는 시간이 되어버리기 때문이다.


오랜기간 꿈꿔오고 학문에 대한 열정으로 어차피 하려고 했던 것 일찍부터 준비하고 일찍 조기졸업으로 학위를 마치고자 계획했던 나조차도 "진정한 준비"가 되었다고 생각했음에도 가시밭길이였고 쉽지 않은 과정이었는데, 나와 같은 아픔을 시작하려고 계획하는 주변 지인이 있을 때면, 감정이입이 되어 걱정이 앞섰기 때문이다.


물론 당연히 진로는 여러가지의 길이 있고, 충분히 시도해볼 가치는 있다. 하지만 시작을 하게된다면, 적어도 그러한 가벼운 마음이 아니었다면 다가올 전투와 전쟁에 대한 각오를 단단히 해두길.


대학원 생활이 모두 힘이 들고 버티기 어려운 화생방 훈련같은 곳만은 아니다.

지도교수님의 스타일에 따라서 랩실의 분위기도 다르고, 당시의 학위과정을 수행하는 주변 동료들도 잘 만날 수 있을 지 아무도 모르는 것이기 때문이다.


지레 겁먹고 시작부터 부정적인 감정을 가지기에는 인생은 길고, 연구자로서 갈 수 있는 진로도 한정적이기 때문에 "연구자"라면, 학문과 학위에 뜻이 있고, 반드시 경험해봐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이라면 시작해도 좋다고 생각한다. 분명 그 속에서의 개인적인 성장과 직업/학문적으로의 성장은 삶을 살아가는 데에 있어 근간을 만들어주며 많은 가치관을 정립할 수 있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그 시기가 마침 청춘이라는 시기와 겹쳐지며, 대학교에서 바로 진학하여 준사회인이라는 포지션이거나 사회 초년생에서의 시절의 다시 시작하는 학생 신분이라는 정서적 안전지대에서 학교/대학원이라는 울타리에서 보호받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이기 때문이다.


대학원의 경험이 개인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도 있고,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무엇보다 시작하고나면 그 과정에서의 경험은 이제 돌이킬 수 없는 것이 되어버린다.


돌아가기에는 너무 멀리 와버렸고, 그렇다고 나아가기에는 아득하게 먼 터널과 수만번의 굴곡을 넘어 정상으로까지 올라가는 과정이 너무도 가파르고 고달프고 외롭기 때문이다. 그 시기는 주변과의 비교에 더욱 심난해지며 자아정체성이 흔들릴 수도 있기에 '강한' 멘탈이 아니고서야, '강한' 멘탈 조차도 심연의 어둠에 빠질 수 있는 위험이 있는 곳이다.


시작하기로 결정했다면, 돌아보지 말것.

어떠한 일이 있어도,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누가 뭐라하더라도, 그러게 왜 했냐고 비난을 듣더라도

오롯이 내 선택을 존중하고, 세찬 비바람에도 귀를 닫고 눈을 막고 묵묵하게 나아가야만 한다.


그렇지 않으면, 밀려드는 파도에 나를 잃어버리고, '나는 누구인가' 존재의 의문에 빠지며

인생에 대한 회의, 지나간 삶에 대한 후회, 잃어버린 청춘/사랑에 애달프게 탓을 하며 자아가 붕괴될 위험에 빠질 확률이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이것은 마치, 당시 대학원 신분이였던 나는 사회인으로의 경험도 없었고, 휴학없이 졸업 후 군대를 다녀온 것도 아닌 여자 대학원생이였기에 더더욱 스트레이트로 칼졸업을 했음에도 느꼈던 피할 수 없는 감정의 늪이 반드시 존재하기 때문이다.


어떠한 포지션으로 나의 삶을 설계하고, 그 과정에서 어떤 경험을 하여 내 것으로 만들지는 개인의 역량, 개인의 몫, 개인의 삶이다.


학력 인플레이션과 요즘에는 기본적으로 학위 자체가 고학력인 추세가 많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이들이 취업을 사회적 정서상 필수로 여기는 것과 달리 대학원은 '선택'의 요소가 많기에

내가 '직접' 선택을 한다라는 측면에 있어서 '선택'을 해야할 지, 말아야 할 지에 대해 고민하는 이들이 많은 것 같다.


나는 고민이라는 선택지 조차 놓지 않고 바로 대학원 생활을 갈 것이라고 단언하며 연구실 생활을 시작했지만,

진로라는 것은 인생에 있어서 끊임없이 고민하게 만들고 내 선택에 대한 확신이 없이는 지속하기 쉽지 않은 길이다.


물론 위에서 내가 정리한 것처럼 대학원 생활이 이렇게 불지옥 같지는 않은 연구실도 분명 있다.

그렇기에 대학원 생활을 해보지 않고서는, 실제로 그 연구실에 들어가지 않고서는 실상은 베일에 감춰져있다.


김박사넷을 아무리 들어가든, 해당 연구실을 졸업한 출신의 선배를 수소문하더라도

현재 지금 그 분야에서 그 연구실에서의 조직관계, 핵심 연구 진행사항은 보안이 많고, 폐쇄적이기에 깊이 있게 알고 조사하기가 어렵기도 하다.


특히, 대학원에서 신생 연구자인 교수님이 아니고서야 열정적인 교수님은 드물고,

그중에서도 대학원 개개인에게 정성을 쏟아가며 방향성을 지도하고, 학생과 함께 진정성 있는 연구를 하는 연구실은 정말정말 귀하고 교수 개인의 인생에 있어서도 정말 많은 것을 포기하고 기회비용을 잃어가며 결정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내가 진정으로 학문에 뜻이 있고, 열정이 있고, 배움의 의지가 높다면 일단 두드리자.

그리고 뜨겁게 경험해보자. 후회가 남지 않을 때까지. 내 의지가 재로 다 타버릴 때까지.

그래야 학위를 받을 가치가 있고, 연구자로서 떳떳하고, 누가 뭐라고해도 내 청춘을 바쳐 고민한 세월이 묻어나기 때문이다.


나는 연구실 생활 시작을 결정한 2012년 겨울과 졸업을 하기까지 2017년 8월까지의 여름을 절대 잊지 못한다.

내 인생에서의 암흑기이면서도 내 삶의 가치관을 형성하던 시기이기에, 2013년 ~ 2017년을 결코 잊을 수 없다.


타임머신을 타고 돌아간 것 마냥 그 당시의 기억은 12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지금 이렇게 생생하게 적을 수 있을 정도로 기억이 선명하기 때문이다.


내가 이렇게 힘들었고, 내가 이렇게 치열한 연구실 생활을 했던 이유는 당시 내가 연구한 분야에 대해 정말 뜨거운 맛으로 연구실 생활을 하였기 때문에 그렇다.


당시 기술 분야의 정점에 있는 미지의 영역을 개척하며,

최첨단의(state-of-the-art) 기술을 연구하고 경험하고 구현하고 실증해내며,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기술이였던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해나가는 핵심 기술자였기 때문이다.


선구자가 없고, 내가 개척하는 길은 척박하고, 알 수 없고, 확신을 갖기 어렵다.

누가 맞다고 증명해줄 사람이 아무도 없고, 확신이 없더라도 그 가설을 증명해내기 위해서

무수한 실험을 반복하고 또 반복하고 이골이 날때까지 생각만해도 토나올 때까지

머리에 숙지를 하고 남들에게 설득도 해보며, 내가 해보지 않고서는 감히 맞다고 단언할 수 없기 때문이다.


편하고 지도교수님이 거의 터치하지 않는 좋은 랩실도 분명 있다.

대학원은 학위만 따면 되고 회사생활의 승진을 위해 필요에 의해서 학위를 따는 사람도 분명 있다.


나처럼 풀타임 일반대학원생이 아니라 파트타임으로 학위를 취득하거나

회사를 다니면서 야간대학원을 취득하는 경우도 있다.


각자의 학위 취득 목적, 시기는 다르며,

그 학위의 경중이 다르고 내 학위가 최고라는 의미는 절대 아니다.


다만, 그 속에서 내가 배움이 있었다면,

수십년이 흘러도 선명하게 기억할 수 있고,

삶을 되돌아보았을 때 다시 내가 그 당시로 돌아가더라도 동일한 선택을 했을 거라는 확신이 있다면,


나는 대학원 생활을 진심으로 추천한다.


행운을 빌며, 당신의 앞날에 행복이 가득하길 바라며,

Good Luck!


아래는 내가 대학원 시절을 졸업하며 작성하였던 감사의 글이다.

나는 대학원 생활을 온몸으로 느끼며, 고군분투하였고, 그속에서의 연구실 동료들에게서 사회를 배웠다.


※ 학교명, 교수님/지인들 성함, 나의 이름은 비공개로 내용을 수정하였음을 감안해주시기 바랍니다.


<기록하는 엘리의 대학원 공학석사 학위 감사의 글 전문>

2013년부터 4년 6개월이라는 기간 동안 연구실이라는 강도 높은 훈련장에서의

생활은 참 다사다난 하였습니다. 비록 연구실에서의 많은 날들은 부족함의

연속이었지만 훌륭하신 지도교수님의 가르침 아래 연구실 동료들과 함께 노력하며

혼자 이룰 수 있는 성과보다 훨씬 큰 결실을 만들어 낼 수 있었습니다. 훌륭한

연구자가 되기 위해서는 실패에 대한 면역력, 뼈저린 인내, 공학적 사고력, 체계성,

꼼꼼함 등의 많은 역량이 끊임없이 요구되었습니다. 많은 이들의 도움 속에

성장하며, 지금의 제가 존재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ㅇㅇ대학교 ㅇㅇ공학과의 열정적인 교육자 ㅇㅇㅇ 교수님, 기초부터

튼튼하게 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신 심사위원장 ㅇㅇㅇ 교수님과 ㅇㅇㅇ 교수님,

지도교수님이시자 삶의 전반에 걸쳐 많은 가르침을 주셨던 ㅇㅇㅇ 교수님,

긍정적이고 자상하셨던 ㅇㅇㅇ 교수님, 끊임없는 관심으로 늘 살펴주시던 ㅇㅇㅇ

교수님, 언제나 따뜻하게 반겨주시던 ㅇㅇㅇ 교수님, 새로운 분야를 접하게 해주신

ㅇㅇㅇ 교수님 그리고 항상 세심하게 배려해주신 ㅇㅇㅇ 조교 선생님께도 감사함을

표합니다.


연구실 동료로서 함께 많은 세월을 동고동락을 하며 치열하게 함께 공부해왔던

ㅇㅇㅇ와 ㅇㅇㅇ 오빠, 끊임없는 배움의 자세로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 ㅇㅇ 오빠,

어른스럽고 믿음직한 ㅇㅇㅇ 그리고 본격적으로 석사과정을 시작하게 된 ㅇㅇㅇ

오빠에게도 그동안 정말 고생이 많았고 고마웠다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또한 학부 및 석사과정 내내 응원해 주었던 친구들, 학과 동기들 및 선후배들,

학과 외 여러 지인들과 딸의 선택을 존중해주시고 믿음으로 긴 시간 보살펴주신

부모님께도 감사드립니다.


끝으로, 부족함 많지만 올바른 길로 갈 수 있도록 곁에서 끊임없이 지도해주신

ㅇㅇㅇ 교수님께 감사드립니다. 인간적인 면모를 많이 보여주시면서도 학문에

있어서 만큼은 누구보다도 엄하게 가르쳐주셨고, 사랑하는 제자에게 진정한

교육자의 모습을 보이신 교수님의 정성에 깊이 감사의 마음을 표합니다. 그저

존경으로만 멈추지 않고, 닮고 싶은 모습을 곁에서 많이 보았고, 사회에 나가서도

가르침을 잊지 않고 하나씩 실천하고자 합니다. 배움이라는 것은 단순히 지식이나

정보를 축적하는 것만이 아니라 생활 습관, 삶에 대한 태도와 마음가짐을 바꾸는

것임을 가르쳐 주셨고, 잘못되거나 왜곡된 부분을 고칠 수 있는 기회를 주심에

감사드립니다. 더불어 학부시절부터 4년 6개월간의 시간을 함께 해온 연구실

동료들에게도 오늘날의 저를 있게 해준 고마운 사람들임을 절대 잊지 않겠습니다.


혼자서 많은 것을 이루기보다는 겸손하게, 여유를 가지며, 나눔의 미학을 알고,

함께 더불어 조화롭게 살아가는 ㅇㅇㅇ이 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2017년 7월 학위논문을 마치며

ㅇ ㅇ ㅇ 드림


억만겹의 시간을 지나,

되돌아간다하더라도

나는 또다시 "똑같은 선택"을 할 것이다.


똑같은 연구실,

똑같은 지도교수님,

똑같은 연구실 동료,

똑같은 학과 선후배,

똑같은 나의 4년 6개월 동안의 그 자리 그대로.


그럴 수밖에 없었고,

반드시 그래야만 했고,

나는 꼭 그걸 이루고 싶었으니까.


THE END!


수없이 많은 밤을 연구로 지새우며,

연구실 바닥에서 몸을 뉘이며 쪽잠을 자던

20대의 청춘 나에게 바치는 글.


수고했다 나 자신.

하지만 두 번은 하지말자.

최선을 다했고, 뒤돌아보지 않을 만큼 노력했으니까.


진짜진짜 THE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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