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가지 시간에 피어난 무지개를 담다
[승리와 실패라는 단순한 구분]
승리(勝利)는 겨루거나 싸워서 이기는 것을 의미한다. 승패가 명확한 제로섬 게임(zero-sum game)처럼 인생을 바라보면, 결과론적으로 승패 자체에 초점을 두게된다. 성공과 실패를 나누고, 승리자와 실패자를 구분하며 살아간다. 그러다 보면 승리에 도취되거나, 실패에 매몰되기 쉽다. 그러나, 승리자와 패배자의 굴레에 빠져 갇혀있기에는 삶은 훨씬 더 다채롭다.
[인생에는 정해진 룰이 없다]
눈에 보이는 결과, 타인의 인정, 숫자로 증명되는 성취만이 승리일까? 만약, 정해진 기준에 도달하지 못한 날들은 실패라고 불러야 할까?
경기에는 규칙이 있지만, 인생에는 정해진 룰이 없다. 그래서 성공과 실패는 절대적인 개념이 아니라, 각자가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모범적인 삶이 아니어도, 계획한 만큼 완벽하게 해내지 못한 하루일지라도, 시도하며 나아간 그 자체로 충분히 의미가 있다. 그런 작은 시도들이 쌓여 “나는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힘을 만들어낸다.
[하루하루가 만든 작은 승리들]
지금의 나를 만든 작은 승리 역시, 하루하루의 선택들이 모여 만들어졌다. 아침에 눈을 뜨기 싫은 마음, 다시 시작해도 소용없을 것 같다는 생각, 오늘 하루쯤은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지 않겠냐는 자기 합리화. 그리고 그 뒤에 따라붙는 은근한 자책. 나는 오랫동안 이 반복 속에서 나 자신을 조금씩 깎아먹고 있었다.
[멈추지 않기로 한 선택]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날에는 아주 미세한 방향 전환이 일어났다. 완전히 다른 길을 선택한 것도 아니었다. 그저 멈추지 않기로 한 선택, 포기하지 않기로 한 선택, 오늘을 온전히 살아가기로 한 선택이었다. 그것은 성공이라 부르기에는 너무 소소했고, 변화라 말하기에는 너무 느렸다. 하지만 내가 변화하기로 한 그 선택이 없었다면, 지금의 나는 분명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나를 만든 첫 번째 작은 승리는 “완벽하지 않아도 기록을 남긴 날”이었다. 잘 정리된 문장이 아니어도, 그날의 감정을 문장으로 남겼다. 기록은 나를 즉각적으로 바꿔주지는 않았지만, 적어도 나 자신에게서 도망치지 않게 만들었다. 그날의 기록은 훗날 다시 읽었을 때, “그래도 나는 그 시간을 살고 있었다”는 증거가 되어 돌아왔다.
두 번째 작은 승리는 “비교하지 않기로 한 날”이었다. 타인의 속도를 따라가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을 머리로는 알고 있었지만, 마음으로 받아들이는 데에는 시간이 필요했다. 그날 나는 SNS를 덜 보았고, 남의 기준을 잠시 내려놓았다. 그리고 생각을 멈추고 몸을 움직이기로 했다. 운동과 담을 쌓고 살다가, 몸과 마음의 근육을 만들기위해 지금의 나에게 가능한 속도와 무게를 선택했다. 더 잘하는 사람도 많지만, 어제보다 나아진 오늘을 만들고자 과거의 나보다 조금씩 더 나아지는 현재의 나의 모습에 집중했다. 비교를 멈추자, 비로소 내 삶이 시작되었다.
세 번째 작은 승리는 “너무 잘해내려 애쓰지 않은 날”이었다. 하루가 완벽할 수는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자, 욕심을 내려놓고 순간에 집중할 수 있었다. 마음에 들지 않게 흘러간 하루일지라도, 작은 성취만으로도 이미 승리를 거머쥔 느낌을 받았다.
[멈춤과 물러섬도 성장의 일부, 승리의 재정의]
성장은 늘 전진의 모습만을 하고 있지 않는다. 어떤 날의 성장은 멈춤의 형태로 나타났고, 어떤 날의 성장은 물러섬처럼 보였다. 하지만 그 모든 순간이 결국은 나를 한 방향으로 데려가고 있었다. 무너지지 않는 방향, 다시 일어설 수 있는 방향으로.
지금의 나는 여전히 두려움을 안고 산다. 불확실함은 사라지지 않았고, 미래는 여전히 선명하지 않다. 그럼에도 분명한 것은, 지금의 나를 만든 것이 큰 성공이 아니라 수없이 반복된 작은 승리들이라는 사실이다.
그래서 나는 이제 승리를 이렇게 정의하고 싶다.
승리는 남들보다 앞서는 것이 아니라, 어제의 나에게서 완전히 멀어지지 않는 것.
승리는 박수받는 순간이 아니라, 무너질 수 있었던 자리에서 다시 삶을 선택하는 것이다.
앞으로의 나는 작은 승리들을 하나씩 모아가며,
찬란하지 않아도 단단한 매일을 살아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