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부] 6화. 나의 30일을 돌아보며

세 가지 시간에 피어난 무지개를 담다

by 기록하는 엘리

3부. 미래 ― 아직 오지 않은 무지개 (Day 21~30)

21~25일 : 나를 지탱하는 문장

Day 26. 나의 30일을 돌아보며




매일 글을 쓰는 삶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규칙적으로 하루에 한 번씩 내 마음을 들여다보며 감정과 생각을 써내려가야 하는 것은 “쓰기” 근육을 단련시키는 일이었다.


초심을 지키고자 했지만 마냥 의지만으로 글을 쓸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내 마음의 진짜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는 지친 나의 육체를 먼저 돌보아야 했고, 번아웃이 오며 폐허로 변한 나의 마음을 먼저 다스려야했기 때문이다.

SE-f7a43de3-d43f-4dfb-ae42-3b7791fb439f.png?type=w773 5살 딸 뽀송이가 그린 《콩쥐팥쥐》 전래동화의 깨진 항아리 - 밑빠진 독에 물 붓기(2025년 作)


왜 항상 지치고 힘들다는 생각이 드는 것일까? 쉬어도 쉬어도 왜 개운하게 쉰 것 같지가 않을까? 곰곰히 생각해보니 《콩쥐팥쥐》 전래동화의 깨진 항아리처럼 밑빠진 독에 물을 붓고 있었던 셈이다. 단순히 의지만으로 나를 일으켜세우기에는 나에게는 더이상 젊은 날의 ‘깡다구’가 남아있지 않았다. 열심히 살아야만 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나는 무엇을 위해 나아가고자 하는 것인지 삶을 되돌아볼 필요가 있었다.


살아가면서 가장 주체성이 높은 시기는 언제일까? 살아가면서 내가 하고 싶은 것을 내 마음대로 시도해보고, 내가 원하는대로 살아보았을 시기는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어릴 적의 내 모습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때묻지 않은 순수한 나 자신을 발견할 수 있어 30일 자서전 글쓰기를 시작해보았다.


어릴 적 모습으로부터 성장하는 과정에서 자아를 찾고, 사회화되며 기호가 생기고, 타인에게 맞추어나가는 과정에서 나의 모습은 변모하기 마련이다. 또한, 자라나면서 어느 시기에 누구를 만났느냐에 따라서와 어떤 생각을 해나가느냐에 따라서도 나의 모습은 계속해서 달라지게 된다. 나의 뿌리(root), 근원을 찾아나가며 본질에 접근하는 일은 태초의 나의 모습은 어떠했는지에 대해 과거의 나와 현재의 내가 마주하는 일이다.


과거의 나와 현재의 내가 만나지 않으면, 미래의 나를 그릴 수 없다. 세 가지 시간의 나는 이어져있으며, 앞으로 나아갈 미래는 과거와 현재로부터 시작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꼼짝없이 "나는 할 수 없을 것이다. 내가 굳이 이걸 해서 뭐하지?" 라며 닫힌 마음에서, 단 10분이라도 자신이 정한 계획에 따르는 아이를 보며 마음의 문을 열었다.


생각보다 변화하고자 하니 변화의 시작은 간단했다. 몸을 일으켜 나를 글쓸 수 밖에 없고, 나를 지속적으로 운동할 수 있게 만드는 환경으로 나를 노출시키며 "할 수밖에 없는 환경"을 만들기 시작했다.


"오늘을 망쳐버렸어"라며 완벽하지 않은 시작일지라도, 할 일로 일정이 지체되고 미뤄지며 점심시간이 다가오지만 조금이라도 운동을 하고 늦은 점심을 먹자는 생각으로 아파트 내 헬스장에 진입했다. 사실 무엇이든 시작이 어렵다. "시작이 반이다"라는 말은 그만큼 의지를 가지고 마음가짐을 세우는 것이 그만큼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의미하는 것 같다.


매일 운동을 지속하니 처음에는 근육이 없어서 몸이 더 아팠지만, 나는 하루, 이틀 했을 뿐인데 매일 헬스장에 온다며 격려해주고 응원해주는 주변 지인의 따뜻함이 없었더라면 나는 아직까지도 몸 건강을 지키지 못했을 것이다. 주변 사람을 실망시키지 않고자, 내 자신에게 실망을 하고 싶지 않아서 변명을 그만하고 그냥 매일 습관을 들이고 지속하기로 했다.


글쓰기도 마찬가지였다. 호기롭게 에너지를 불태워 하루 밤새워 작성한 글들로 첫 번째 전자책을 냈었다. 그것이 기록하는 엘리 외 6인이 공저로 쓴 《우리안의 작가를 깨우다》 이며, 두 번째로 도전하는 '30일 자서전 글쓰기'는 매일 쓰려하니 글쓰기 근육이 부족해 힘에 부쳤었다. 순간적인 열정에서 나오는 퍼포먼스 보다는 매일매일 지속가능한 근육을 길러야 한다.


나는 언제나 젊지 않고, 생각이 시간을 두고 여물고 익어갈 시간이 필요하다.

급하게 만든 설익은 밥이 맛있지 않듯이, 충분히 불리고 뜸을 들인 밥이 훨씬 찰지고 맛있다.


나에게는 운동이, 글쓰기가, 그리고 육아가 그러했다.


그렇게 나는 오늘도 아이를 유치원에 등원시키고, 평일 아침 매일 헬스장에 가고, 하원 전까지 내 마음을 온전히 담은 글들을 쓴다. 그리고 그 속에서 행복을 느끼며, 때로는 나태하게, 때로는 야무지고 알차게 하루를 보낸다.


나는 아직까지도 습관을 잡아나가는 미숙한 일상을 보내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일매일 더 나아지는 삶을 살아가기 위해 오늘도 고군분투 하고 있다.

'그리하여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라는 동화 같은 결말이 아니라 내가 겪는 삶은 미래가 아닌 현재이다. 그렇기에 나는 오늘도 나는 오늘의 행복을 만들어나가고 있다. 건강한 몸을 만들고, 내가 쓰고 싶은 글을 쓰며, 그렇게 얻은 에너지로 아이와 우리 가족에게 행복을 주면서 매일매일을 노력을 기울이며 그렇게 앞으로도 행복하게 살아갈 것이다. 언제까지나 영원히.




이전 25화[3부] 5화. 지금의 나를 표현하는 문장 한 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