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가지 시간에 피어난 무지개를 담다
사람은 누구나 여러 얼굴을 가지고 살아간다. 어떤 날의 나는 강하고, 어떤 날의 나는 유약하며, 어떤 순간에는 명확하고 또 어떤 순간에는 흐릿하다. 그래서 ‘나는 이런 사람이다’라고 단정하는 일은 생각보다 어렵다. 지만 오랜 시간 나를 관찰하고, 기록하고, 다시 읽어보며 나는 나를 관통하는 몇 개의 단어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수없이 변하는 모습들 속에서도 변하지 않는 핵심적인 나의 모습이자 내 선택과 태도의 기준이 되어온 단어들로 나라는 사람의 주제어를 3가지를 선정해보았다.
기록하는 사람, 생각을 구조화하는 사람, 따뜻한 온기를 가진 사람 이라는 세 가지 주제어들은 나를 정의하고자 함이 아니라, 지금까지의 나를 이해하고, 앞으로의 나를 나아가게 하는 나침반이 될 것이다.
[무엇을 좋아할까: 기록하는 사람]
나는 기록하는 사람이다. 기록은 나에게 단순한 취미가 아니라 살아가는 방식에 가깝다. 기록하지 않으면 감정은 흘러가고, 기록하지 않으면 생각은 형태를 잃는다. 머릿속에서만 맴돌던 감정과 생각을 글로 옮기는 순간, 비로소 그것들은 ‘나의 것’이 된다.
나는 특별한 사건보다 작고 조용한 순간들을 기록하는 편이다. 사소함 속에 삶의 진짜 무게가 숨어 있다는 것을 나는 경험으로 알고 있다. 나는 기록을 통해 ‘왜 이런 감정을 느끼는지’, ‘이 선택이 나에게 어떤 의미인지’, ‘나는 무엇을 소중히 여기는 사람인지’를 이해해왔다.
그래서 나는 여전히 쓰고, 적고, 남긴다. 완벽하지 않아도, 정리되지 않아도 괜찮다고 스스로를 설득하며 오늘의 나를 오늘의 언어로 붙잡아 둔다.
기록하는 사람이라는 이 주제어는 나에게 흔들릴 때마다 돌아올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준다.
[나는 누구일까: 생각을 구조화하는 사람]
나는 생각하는 것에서 멈추지 않고, 그 감정이 어디서 왔는지, 어떤 흐름을 가지고 있는지를 고민한다. 마음속에 질문이 쌓이면 그 질문들을 하나씩 꺼내어 정리해보고는 한다. 그래서 나는 생각을 분류하고, 연결하고, 이름 붙이는 일을 좋아한다. 엉킨 실타래를 풀듯이 생각의 시작점과 끝점을 찾아내는 과정은 나에게 큰 안정감을 준다. 이 성향은 일에서도, 글에서도, 삶에서도 반복된다. 무작정 감동을 주는 글보다 흐름이 있고 맥락이 있는 글을 선호하고, 즉흥적인 선택보다 이유를 설명할 수 있는 선택을 하려 한다.
그렇게하면 실체없는 감정에 대해 ‘왜 이 말에 상처받았는지’, ‘왜 이 상황에서 유독 분노가 올라오는지’, ‘왜 어떤 일은 오래 마음에 남는지’와 같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가며 내 마음이 어지러웠던 이유를 명확하게 알 수 있게 된다.
[어떻게 살아갈까: 따뜻한 온기를 가진 사람]
내가 살아가고 싶은 방향은 따뜻한 온기를 가지고서 세상을 대하는 것이다.
세상은 빠르고, 날카롭고, 평가로 가득하다. 조금만 방심해도 비교하고, 판단하고, 스스로를 몰아세우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속에서 나는 종종 “그래도 나는 다르게 살고 싶다”는 마음을 되뇌어왔다.
따뜻함은 약함이 아니라 강인한 태도라고 믿으며, 온기를 유지하고 싶다.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따뜻한 말을 건네기,
말 한마디를 건네기 전 타인의 입장에서 역지사지로 생각해보기,
그리고 무엇보다 나 자신에게 가혹해지지 않기.
나는 완벽한 사람이 아니기에 짜증을 내고, 실망하고, 때로는 마음이 좁아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따뜻한 쪽을 선택하려 애쓴다. 내가 쓰는 글이, 내가 건네는 말이, 내가 남기는 기록이 누군가에게 아주 작은 온기라도 된다면 좋겠다고 생각하면서.
[내가 나아가고자하는 삶의 방향: 인생 나침반을 그리며]
기록하는 사람,
생각을 구조화하는 사람,
따뜻한 온기를 가진 사람.
이 세 가지 주제어는 서로 떨어져 있지 않다.
기록은 생각을 정리하게 하고,
정리된 생각은 태도를 만들며,
그 태도는 결국 어떤 온도로 세상과 마주할지를 결정한다.
나는 여전히 흔들리고, 끊임없이 배우고, 고치며 앞으로 나아가는 사람이다. 앞으로 이 주제어들이 조금 달라질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지금의 나는 이 세 가지 주제어 위에 서 있다.
그리고 오늘, 이렇게 글로 남김으로써 나는 또 한 번 나를 이해하는 방향으로 한 걸음 나아간다. 이 기록은 지금의 나를 위한 것이자, 미래의 내가 다시 돌아와 읽어볼 하나의 기준점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