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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화햇 Dec 25. 2022

플로리다 로드트립 #4 야생 돌고래와 물길을 가르다

데스틴 돌고래 보트투어

  데스틴에서 맞이하는 두 번째 아침이다. 이날은 쨍-하고 따스했던 첫날과 다르게 날씨 요정이 도와주지 않았다. 비바람이 너무 심해 예약해둔 돌고래 크루즈 투어가 연기되었다. 아쉬운 마음을 뒤로한 채, 실버 샌드 프리미엄 아웃렛에서 쇼핑을 하며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이튿날, 비가 그친 덕분에 돌고래 투어에 나설 수 있게 되었다. 이 포스팅은 Day2와 Day3를 합쳐두었다. 운 좋은 날에만 볼 수 있다는 야생의 돌고래를 과연 볼 수 있을지, 기대를 안고 떠나본다.



1. Silver Sands Premium Outlets

  실버 샌드 프리미엄 아웃렛은 브랜드가 많고 다양해서 날씨가 따라주지 않는 날 둘러보기 좋은 실내 투어 옵션이다. 지난번 사망한 워커를 대체할 겨울 신이 필요했던 찰나였기에, 저렴한 가격에 신발을 득템해왔다. 덕분에 남편과 둘이 미국 한파에 필요한 따뜻한 아이템들을 할인된 가격에 구비할 수 있었다.



  사진으로만 봐도 날씨가 얼마나 궂었는지 알 수 있다. 먼 길을 떠나와서 도와주지 않는 날씨에 조금 속상했지만, 실내에서 할 수 있는 것을 최대한 찾아서 해보고자 하였다. 이전 블로그 포스팅을 보셨다면 아시겠지만, 얼마 전 겨울 워커가 처참하게 사망하였다. 데일리로 신을 신발이 없어져 난처했는데, 실버 샌즈 아웃렛에서 클락스 겨울신 두 켤레를 $99에 팔고 있었다. 워커도 한 켤레 사고, 한파와 눈에 대비해 밑창이 두껍고 미끄럽지 않은 신발도 한 켤레 샀다.


  블루밍턴에 돌아오자마자 영하 22도 한파에 눈보라(Blizzard) 경보가 발령이 되면서, 이날 산 겨울 신을 바로 오픈해서 너무나 잘 신고 있다는 후문이다. 여행지에서 날씨가 안 좋아서 속상했는데, 며칠 뒤 돌이켜보니 그렇게 유익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역시 삶이란 조금 더 지켜봐야 알 수 있는 것이다. 지금 당장 안 풀린다고 마냥 실망할 필요가 없다.



2. The Back Porch�

   창밖으로 펼쳐진 바닷가 뷰를 보면서 신선한 로컬 해산물을 맛볼 수 있는 레스토랑으로 굴, 게 찜과 새우구이 요리가 특히 유명하다. 양이 푸짐한 편이다. 창가 자리에 앉아 에메랄드빛 바다를 바라보면서 식사를 즐기기 좋다.


   우리는 게 찜과 Seafood Nacho 두 가지 메인 요리를 주문했다. 사실 저기에 새우구이까지 주문을 했는데, 서빙해 주시던 할머니가 웃으면서 그렇게는 양이 너무 많아서 3일을 먹어도 다 못 먹을 것이라고 일러주셨다. 아쉽지만 새우는 빼고 2개만 주문했다. 사진에는 그 느낌이 잘 담기지 않았는데, 나초 요리가 정말 어마 무지하게 양이 많고 컸다. 휴... 이 나라는 정말 음식량으로 사람 섭섭하게 하지 않는다. 서버 할머니 덕분에 돈을 정말 많이 아꼈다. 여기서 새우까지 시켰으면 요리 하나는 손도 못 댈 뻔하였다.


   사실 나초 요리는 상상 가능한 진부한 맛이었는데, 게는 정말 맛있었다. 도톰한 게살에 버터 향이 나는 특이한 소스를 콕 찍어 먹으니 합이 좋았다. 역시 산지에서 나는 신선한 재료로 만든 음식이 최고다. 플로리다에서 굴, 참치, 피시 타코, 게 등등 해산물을 원 없이 먹어 행복했다. 나초 대신 새우요리를 시킬 걸 조금 후회가 됐지만 배불리 잘 먹었다.




3. Destin Glass Bottom Boat Tour (돌고래 보트 투어)

  데스틴 항구와 East 해협에 서식하고 있는 야생 돌고래가 정말 많아서 보트 투어가 잘 발달되어 있다. 운이 좋은 날에는 떼 지어 다니며 종종 물 위로 점프하는 돌고래들을 볼 수 있다. 겨울철에도 이용할 수 있는 투어 옵션이라 계절에 상관없이 이용 가능하다.


  돌고래는 동물원에서 훈련된 아이들만 봐왔지 야생에 서식하는 아이들은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하여, 자연에서 뛰노는 돌고래를 볼 수 있다는 이 보트 투어에 기대가 많았다. 예약한 날에 Storm이 너무 심해서 운행이 중단되어 상심이 컸으나, 다음날 재개되어 얼마나 기뻤는지 모른다.


   겨울에 방문을 해서 추울까 봐 걱정을 많이 했는데, Glass Bottom Boat라고 해서, 1층에 유리로 된 실내 공간이 있어 추위를 피한 채로 구경을 할 수 있어 메리트가 있었다. 바닷바람이 너무 추워서 패딩을 입고도 한 번씩 실내 공간에 종종 도피해있어야 했는데, 강인한 미국 사람들은 얇은 후드티를 입고도 내내 야외 공간에서 바닷바람을 맞으며 크루즈를 즐겼다. 정말 부러운 신체적 능력이다.



    보트 투어는 2시간으로 꽤 오래 진행되는데, 처음에는 데스틴 항구를 중심으로 돈다. 여기에도 돌고래들이 있는데, 이때는 사실 매우 감칠맛 나고 드물게 보여서 혹시나 이게 끝이면 어쩌나 하고 애간장이 녹는다. 그러다 거대한 브리지를 건너 East 해협으로 나가면, 돌고래 밭이 펼쳐진다. 사방에 돌고래들이 있고, 천천히 달리는 배 앞머리에서 보트와 같은 속도로 수영을 하며 한 번씩 튀어 오르는데, 그 미끈한 피부와 부드러운 몸의 곡선이 너-무 예뻐서 탄성이 절로 나왔다. 얼마나 자유롭고 편안하게 물속을 유영하는지, 아름다웠다.


    돌고래의 출현이 어찌나 신나던지 다시 생각해 보면 조금 부끄럽기도 한데, "So cute!"를 남발하는 미국인들 사이에서 돌고래가 나올 때마다 꺄악-거리며 엄청 좋아했던 것 같다. 자연에서 사는 돌고래를 처음 봐서 더 촌스럽게 굴었다. 그럼에도 사실 한 번 더 보고 싶은 마음이다. 돌고래는 사랑이었다.


  엄마 돌고래와 아기 골고래가 딱 붙어서 수영을 하는 것도 아름다워 보였다. 귀엽고 예쁘고 사랑스러운 동물이다. 무엇보다 넓은 바다에서 몸을 이리저리 흔들며 자유로이 다니는 것을 보니 마음이 좋았다. 플로리다 데스틴에 방문한다면 이 투어는 한 번은 꼭 해봄직하겠다는 생각을 했다.


사전 예약은 아래 링크에서 할 수 있다.

https://www.tripshock.com/Destin-Glass-Bottom-Boat-Tour/details/4513/





4. Harborwalk Village


  크리스마스트리와 야자수의 투 샷이 어딘지 낯설지만, 플로리다스럽다고 느껴지는 조합이었다. 거대하고 비싸 보이는 리조트를 중심으로, 발랄하고 생기 있는 관광 빌리지가 아기자기하고 예쁘게 조성되어 있었다. 가족 단위로 온 관광객들이 특히 많았다. 여기저기서 사진을 남기기 좋았다. 아마 성수기가 되면 북적북적 난리가 날 것 같은 스폿이었다. 비수기에 와서 다행이라고 생각해 본다.

   돌고래 투어 보트 탑승을 앞두고 천천히 돌아보며 시간을 보냈다. 기념품 숍에 들어가서 플로리다가 적힌 괜찮은 티셔츠가 있는지도 보고, 여행지에서 꼭 사 오는 사진엽서나 마그네틱 등도 구경을 했다. 사진엽서를 못 찾아와서 조금 아쉬웠다.


   이렇게 다사다난했던 3일간의 데스틴에서의 투어 여정이 마무리되었다. 블루밍턴에서만 지내며 한참 지루해질 찰나에 처음 여행을 떠나와서 그런지 새로운 풍경들에 신선함이 가득 충전되는 시간이었다. 내륙에서 먹기 힘든 신선한 해산물들도 많이 먹고, 시원한 바다도 원 없이 구경했다. 앞으로도 미국 여행을 더 많이 다녀봐야겠다고 다짐했다.

 

   데스틴 투어는 이렇게 끝이 났지만, 로드트립의 여정은 끝이 아니었다. 집으로 가는 길, Winter Storm 경보를 피해 어마 무지한 운전을 감행하는데......



플로리다 로드트립 시리즈의 클라이막스스 편,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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