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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tory of
Future Writers

by 화햇 May 24. 2023

미국생활 고난일기

희한하게 힘든 일이 한 번에 몰릴 때가 있다. 지금이 그렇다. 하고 있는 일들이 전반적으로 문제가 발생하거나, 말썽이라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챙겨야 하는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닌데, 이토록 다채롭게 문제가 여기저기서 발생할 수 있다는 사실에 새삼 놀란다. 힘든 일들은 왜 한 번에 몰려오는지 모르겠다. 오늘은 감히 미국 유학생의 고난 일기라고 칭해보겠다.



1. 집 유지 보수


   한가로운 주말 아침을 열고 있는데 집 안에서 파파파팟!! 활기차기 짝이 없는 발톱 소리가 들리는 것이 아닌가? 집 안에서 도저히 날 수 없는 생명체의 활기찬 소리에 머리털이 쭈뼛 섰다. 남편이랑 동시에 그 소리를 듣고는 그 자리에서 얼어붙었다. 세탁기 타워 쪽에서, 날갯짓을 동반한 어떤 바퀴 할퀴는 소리가 났다. 패닉이었다. 대걸레 자루로 무장(?)을 하고 공포에 질린 채 천천히 탐색을 했으나, 좀처럼 그 생명체의 정체를 찾을 수 없는 것이 아닌가?


추측건대, 빨래 건조기 뒤편 어딘가에서 집 밖으로 연결된 환풍기를 통해 생명체가 들어와 낀 것으로 보였다. 집 관리 업체에 연락을 해서 신고를 하고 민원을 접수했으나, 주말인 관계로 월요일에나 방문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생명체는 시시때때로 건조기를 할퀴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벽 뒤 어딘가 갇혀 쫄쫄 굶으며 삶과 죽음 경계에 있을 동물을 상상하며 요리를 하고 밥을 먹는 아주 불편한 경험을 해야 했다.

월요일, 바야흐로 업체에서 사람들이 나와 건조기를 분리하고 조사를 했지만 아무것도 찾지 못한 채 찝찝하게 사건을 종결했다는 후문이다. 무슨 동물인지 모르겠지만 출구를 찾아 나갔다고 굳게 믿을 뿐...... 원효대사 해골물을 줄곧 외치며 이렇게 찝찝하게 막을 내렸다.



그로부터 며칠 뒤, 부엌 바닥에 정체 모를 불쾌한 액체가 줄줄 흐르는 것이 아닌가? 황급히 근원을 따라가보니, 싱크대 아래서 워터파크가 개장했다. 나무로 된 가구에 물이 흥건했고, 며칠을 고여있는지 알 수 없는 썩은 물이 어마어마한 악취를 풍기고 있었다. 인생은 뭘까? 인과관계없는 열받는 일들이 연속으로 일어나는 그런 것일까?

남편과 코를 쥐어 막은 채 무수히 많은 썩은 물들을 퍼내야 했다. 썩은 물을 다 치운 후, 몇 시간에 걸쳐 선풍기를 돌리며 말리고 난리 블루스를 췄다. 나무 썩은 내를 없애보려 창문을 열고, 패브리즈를 뿌리고 난리도 아니었다. 한동안 부엌 싱크를 사용하지 못해서 얼떨결에 몇 끼 내내 요리는 쉴 수 있었다. 원래 외식을 잘 안 하는데, 덕분에 맛난 것은 많이 먹은 것으로 위로 삼아보려 한다. 이사 갈 날만 기다리고 있다.



2. 주차 딱지


계절학기가 시작하고 세 번의 수업을 가는 동안 두 번의 주차 딱지를 받았다. 한 번은 그나마 납득이 가는 부주의에 의한 딱지였다고 치지만, 두 번째 딱지는 도통 이해가 가질 않았다. 후면 주차를 했다는 이유였는데, 앞으로 세우던 뒤로 세우든 무슨 상관인지 솔직히 아직도 잘 모르겠다.

한국에서는 주차장에서 나갈 때를 생각해서 후면 주차를 많이 하는데 미국은 전면 주차가 대세인 것 같기는 하다. 그런데, 어느 주차장을 가든 전면/후면 주차가 뒤섞여 있기 마련이었는데 굳이 왜 후면 주차를 했다고 딱지와 벌금을 물릴 일인지 의아하다.



3. 학교 행정 절차


입학이 확정되고 나면 본격적으로 입학 행정 절차를 밟게 된다. 그중 외국인 유학생에게 가장 중요한 서류는 I-20라는 서류인데, 입학하게 될 학교 국제처에서 발급한 I-20 서류를 받아야 비로소 미국 학생 비자를 신청할 수 있기 때문이다. 비교적 입학을 일찍 확정 지었기에, 서류 처리도 빨리 마친 편이었는데, I-20 서류가 하도 안 나와서 기다리다 못해 국제처에 문의를 해보았다. 그랬더니, 학과 행정실 측에서 국제처로 직접 보내줘야 할 서류가 도착하지 않아서 I-20 발급이 지연되고 있다는 것이었다.


학과에 문의해 보니, 진작 보내주었어야 할 서류를 별다른 변명이나 설명도 없이 그제야 처리를 해주는 것이 아닌가? 여간 어이가 없는 것이 아니었다. 학과 행정실에서 국제처로 디렉트로 보내야 할 서류가 있는지 학생 입장에서는 알 수도 없을뿐더러, 진행에 필요한 서류가 안 오고 있으면 보내달라고 독촉하는 이도 없고, 알아서 보내는 이도 없다는 사실에 황당하고 화가 날 뿐이었다.


어찌 됐든 양쪽을 다 쪼아서 처리를 하고, 일주일 뒤에 잘 처리가 되고 있는지 팔로업을 하는데, 행정실에서 보냈다는 그 서류를 국제처에서는 여전히 받지 못했다는 것이 아닌가? 그러면서, 다른 외국인 유학생들은 이미 받고도 남은 그 서류를, 필자의 경우 학과 행정국에서 늦게 보내주었다는 이유로 4주에서 6주 뒤에나 줄 수 있다는 것이었다. 휴........ 정말 뚜껑 열리는 행정이 아닐 수 없다.


열받아서 학과장 교수님, 학과 행정실 담당자, 단과대 입학 행정처를 죄다 참조해서 학과 측에서 언제 어느 날 서류를 보냈고, 국제처에서는 못 받았다는데 어떻게 된 것인지 확인해서 알려달라는 메일을 보냈다. 사실 이 외에도 입학 행정과 관련된 모든 자잘한 프로세스에서 계속 오류가 생겨서, 절차 하나를 밟을 때마다 전화에 이메일을 보내지 않고서는 순탄히 되는 일이 없어 너무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계정 만들기, 계정 활성화, 펀딩 서류 발급, 수업 등록 등등 어느 행정 절차 하나 제대로 되는 것이 없었다. 그렇다고 담당처에 물어봤을 때 제대로 아는 사람도 없고, 제출이 필요할 때 제출을 해도 못 받았다고 하질 않나, 홈페이지에 등록을 하는 버튼이 없지를 않나 정말 기절초풍이다. 아직도 해결 안 된 일들이 많고, 앞으로도 있을 많은 절차들을 매번 이렇게 씨름을 해가며 할 생각에 벌써부터 천불이 난다. 에휴




4. 연구


이상하리만치 순탄했던 연구 세팅이었다. IRB 심사까지 아주 부드럽게 통과하고 데이터 수집을 시작하려던 찰나, 기술적인 결함을 찾게 되어 온통 다 중단을 하게 되었다. 한국에서는 피험자를 직접 수소문하고 구하는 구조였는데, 미국에서는 인간대상 연구의 피험자를 구해주는 플랫폼인 'Prolific'을 사용하고 있었다. 아주 요긴한 플랫폼인데, 문제는 이 플랫폼을 처음 사용하다 보니, 완전히 숙지하지 못해서 연구 설계와 맞지 않는 부분을 찾은 것이다.


이 플랫폼에 맞추려니 연구 설계와 절차를 바꿔야 했고, 그 말인즉슨 IRB 승인까지 다 받은 것을 수정해서 재승인을 받아야 하는 것이었다. 교수님이 IRB를 다 진행해 주셨고, Prolific을 활용한 세팅 실무를 필자가 담당하고 있던지라, 너-무 면목이 없고 죄송해서 쥐구멍에 숨고 싶었다. 사실 원래도 모든 기계에 무지해서 배우는 데 오래 걸리는 편인데, 처음 사용하는 플랫폼을 혼자 써보려니 역시나 구멍이 나고 만 것이다. 휴!! 내가 죄인이올시다.


뭐, 이미 뻥난 것은 어쩔 수 없고 그나마 다행인 것은 피험자 모집을 하기 직전에 딱 스탑해서, 모집한 다음에 실제적인 문제나 컴플레인이 발생하는 것은 막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물론 이런 문제조차 만들고 싶지 않았지만, 스스로 과도한 기대는 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정신건강에 이롭겠다는 생각이다. 교수님이 소위 '우쭈쭈' 정책으로 잘한다, 잘한다 해주시는 분이라, 스스로 진짜 잘하는 줄 알고 분에 넘치게 더 잘하고 싶었던 것 같다. 아직 0년 차에 모르고 부족한 게 너무 많은 존재임을 다시 한번 각인하는 경험이었다.


한껏 위축된 채, 수습 중인데 아직 잘 안되는 중이다. 한 번 문제를 발견하니 연속적으로 다른 문제들이 계속 나오고 있어 머리를 줘 뜯고 있다. 으 정말 요즘 극강 우울하다. 하지만 박사과정 자체가 스스로의 부족함을 견디는 것이 가장 큰일 중 하나이므로, 과업이라 생각하고 버티고 있다.




5. 계절학기 수업


상담 실무를 연습해 볼 수 있는 수업을 듣고 있다. 직접 내담자를 만나기 전에 안전한 연습의 장으로 활용하면 좋겠다 싶어 등록을 한 계절학기 수업이었다. 그런데 생각보다 영어로 수업에 참여하려니 언어적인 장벽에서 비롯된 불안으로 번번이 주저앉는 것이 아닌가? 활발한 인터랙티브 스타일 수업에 왕성하게 참여하고 싶은데, 영어로 잘 표현하지 못할까 봐 시도하지 않고 있는 스스로를 발견하고 있었다.


또, 미국 아이들 틈바구니에 혼자 이질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생각보다 스트레스였고, 긴장도 많이 됐던 것 같다. 다들 말은 또 왜들 그렇게 잘 하는지, 다소 사적일 수도 있는 경험도 너무나 편하게 오픈하는 것이었다. 둘째 주까지 그렇게 소극적으로 있었더니, 속상했다. 매번 수업 가기 전, '오늘은 꼭 발표 많이 하고 와야지!' 다짐했다가도 아무 말도 못 하고 온 스스로에게 실망하고 좌절하기를 반복했다.


그렇지만 마음을 다시 편안하게 먹고, 또다시 다짐을 하며 수업에 갔다. 여러 날의 실패 끝에 비로소, 잘 못 들은 부분을 다시 말해줄 수 있는지 교수님에게 질문도 해보고, 손을 들어서 발표하면서 참여도 해볼 수 있었다. 두렵고 멀게만 느껴졌던 반 친구들과 교수님이 생각보다 훨씬 더 친절하게 잘 받아주고, 파트너로 대화하던 친구도 잘 알아들으려고 노력하는 게 보여서 마음이 조금은 놓였다.


여전히 수업이 심적으로 큰 부담이고, 참여하는 것이 쉽지 않지만 작은 성공을 발판 삼아 천천히 계속 나아갈 수 있으면 좋겠다. 언어적으로 부족한 것은 어쩌면 자명한 사실이고, 혼자 들키지 않으려 발버둥 쳐봤자 마음만 힘들어지는 것 같다. 부족함을 다 드러내며 존재하는 것이 꼭 좋은 기분은 아니지만, 숨긴다고 숨겨질 것도 아닌 것 같다.





찬찬히 쓰고 보니 이 모든 게 격렬한 적응의 과정인 것도 같다. 힘든 일이 겹겹이 있어 이 과정의 의미라든가 이런 것을 조망할 여유가 1도 없었던 것 같다. 안 풀리고, 부족한 것들에 대해 지금 당장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은 많지 않지만 유일하게 잘 할 수 있는 것, 그저 버티는 것은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것도 조용히 묵묵하게 버티는 것은 잘 못해서 우는소리하면서 버티는 편이지만, 뭐가 되었든 일단 버티고 보는 것이다.




이 시간도 언젠가는 지나고, 어떤 일이든 어떻게든 해결은 될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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