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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화햇 May 16. 2023

미국 시골학교 여름방학 맞이 취미 계발

갈고, 갈고, 또 갈다


새로운 취미가 생겼다. 바로, 스무디 만들어 먹기다. 아침을 뭐라도 꼭 챙겨 먹는 스타일인데, 오전 수업이 생겨서 휘리릭 스무디나 갈아먹고 갈 심산으로 믹서를 구매했다. 저렴하게 구매했는데 생각보다 믹서가 견고하고 용량도 커서 상당히 만족스러웠다. 얼음도 무리없이 곱게 갈리는 믹서라 이것저것 해먹으니 시원하고 좋았다.


소싯적 대학 때 카페 아르바이트를 꽤 오래 했었는데(a.k.a 카페베네 & 망고식스), 그때 아이스 블렌디드 음료를 만들던 기분도 나고 해서 괜스레 재밌다. 음료 맛도 맛인데, 이것저것 넣고 가는 것 자체가 모종의 만족감을 주어서 요즘 스무디 만드는 것에 꽂혀있다. 이곳에서 생과일 블렌디드를 사 먹으려면 한 잔에 6~7불은 그냥 하기 때문에 집에서 해먹으면 가성비도 훨씬 좋다.


하필 기온이 28도까지 올라가는 습하고 더운 주말, 집에 에어컨까지 고장 나는 바람에 얼음 왕창 넣고 갈아 만든 스무디로 더위를 달래고 있다. 여러모로 효자템이 아닐 수 없다. 새로운 스무디 만드는 취미를 소개해 보려고 한다.





 아침 대용으로 제일 좋아하는 딸기 바나나 스무디다. 딸기, 바나나, 우유에 그날 배고픔에 따라 견과류를 한 주먹 넣기도 한다. 얼음을 넣고 휘릭 갈면 하얗던 우유가 서서히 파스텔 분홍빛 스무디가 되는데 그거를 보는 게 그렇게 만족스럽다. 얼음이 곱게 잘 갈려서, 고운 색깔의 부드러운 스무디가 탄생한다. 한 잔 가득 담아 마시면 꽤 든든하고 오전 수업을 버티기 충분하다. 아침에 준비하면서 오며 가며 후루룩 마시기에도 편하다.







 조금 색다른 스무디로는 그린스무디가 있다. 쓴맛이 없는 케일, 시금치를 썰어 넣고 달달한 파인애플, 오렌지, 사과를 같이 갈면 된다. 처음에 잘 모르고 채소를 아래에 넣었더니 믹서가 헛돌고 하나도 갈리지 않았다. 과일을 아래에 넣는 것으로....... 살림을 잘 못해서 시행착오식으로 배워가고 있다. 


 사실 이 그린스무디의 결과물은 기대한 것과 거리가 많이 멀었는데, 걸쭉하니 씹히는 게 너무 많아서 먹기에 불편했던 것이다. 믹서가 아니라 착즙기를 샀어야 됐나, 잠시 후회를 하기도 했다. 머리를 한 번 써서 채에 거르니, 아래 사진처럼 비로소 원했던 대로 훨씬 목 넘김이 편안한 텍스쳐의 결과물이 나왔다. 맛을 보고 나니 상당히 만족스러웠다. 다만 체에 걸러진 것들이 노다지 몸에 좋은 것들이 아니었을까 조금 걱정은 됐지만 말이다. 






 스무디에 쓸 요량으로 마트에서 파는 냉동 블루베리를 사 왔다. 미국 냉동 블루베리는 가격도 저렴한데 한 팩의 크기는 또 얼마나 큰지, 가성비 최고다. 때마침 딸기도 땡처리 할인을 하고 있던지라, 생딸기도 한 박스 데려왔다. 두 종류 베리를 섞어 넣고 갈아 마시면 새콤달콤하니 맛있다. 스무디 색깔도 예뻐서 입이 새카매질 때까지 먹고 있다. 카페에서 파는 블루베리 요거트 스무디 같은 비주얼이다. 말하다 보니 요거트를 사서 갈아 마셔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앞서도 이야기했지만, 스무디를 만들고 있노라면 딱 10년 전 이맘때, 카페 아르바이트하던 날들의 기억을 많이 떠오른다. 그때는 그저 고된 용돈벌이였는데, 지나고 보니 그것도 다 경험치였던 것 같다. 혼자 집에서도 뚝딱뚝딱 익숙하고 손쉽게 스무디를 만들 수 있으니 말이다.


  다들 떠난 미국 시골에서 여름방학에 취미랍시고 오만 재료를 다 갈아 제끼는 이런 나날들이 훗날에는 또 어떻게 추억될지 모른다고 생각하니 괜스레 소중해지는 것 같다. 새로 산 믹서와 함께 신명 나게 여름을 맞이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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