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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화햇 Apr 20. 2023

외국인 학생의 관문, TEPAIC 시험 통과하기

수업이 하고 싶니?


미국 박사 유학생들은 대부분 학비 면제 + (노동을 전제로 한 소정의) 인건비를 오퍼 받으며 입학을 결정짓게 된다. 가게 될 학교의 상담심리전공의 경우, 박사 1학기부터 학부생 티칭을 하는 AI(Associate Instructor)를 하면서 인건비를 받는다고 한다. TA나 RA로 시작할 줄 알았건만, 첫 학기부터 수업을 해야 하는 게 여간 부담이 아니다. 게다가 외국인 학생의 경우 AI를 하려면 영어 유창성을 입증하기 위해 TEPAIC이라는 학내 시험을 통과해야 한다. 토플이나 어학시험으로 대체가 불가능하다고 한다. 이 시험에 떨어지면 당장 첫 학기 고용과 인건비에 차질이 생기기 때문에 외국인 학생으로서 적잖이 부담이 되었던 시험이다.

(참고 링크: https://dsls.indiana.edu/for-international-students/tepaic/index.html )


역시나 연습이나 리허설 없이 투입되는 삶이다. 보통은 8월에 학기 시작 직전에 응시하는데 지도 교수님이 4월에 미리 볼 수 있게 따로 요청을 해서 힘을 써준 덕분에 미리 볼 수 있게 됐다. 행여나 떨어져도 학기 시작 전까지 기회가 한 번 더 생긴 격이라 불안이 좀 줄었다. 지도 교수님이 약간 헬리콥터 맘처럼 hands-on 스타일이라 어리바리한 나로서는 정말 감사한 분이다. 한편으로는 따로 신경 써준 만큼 실망시키고 싶지 않은 마음도 부담으로 작용하기도 했다. 영어가 벼락치기로 되는지 모르겠지만, 되든 안 되든 스피킹과 표현을 집중적으로 엄청 연습했다.




홈페이지를 보면 시험은 위와 같이 크게 세 파트로 구성된다고 나온다. 인터뷰 세션에는 Department of Second Language Studies에 소속된 평가자 2명이 들어오며, 인터랙션은 안 해주고 질문만 연쇄적으로 던져준다(때문에 조금 뻘쭘하다). 혼자서 주절주절 이야기하면 된다. 위의 샘플 질문들을 중심으로 혼자서 연습을 했었는데, 실제 기출 질문들은 살짝씩 달랐다. 이번에 기출된 질문들은 다음과 같다.


(1) 어디서 왔니? 고향에 대해서 이야기해 줄래?

(2) 전공이 뭐고 왜 그 전공을 선택했어?

(3) 학부생 때 스트레스를 푸는 방법이 뭐였어?

(4) 우리가 서울에 간다면 어떤 것을 경험해 보길 추천하니?

(5) 졸업 후 진로는 어떻게 할 거니?

(6) 네가 만약에 AI가 됐는데, 학생이 너의 수업에 반복적으로 안 오고, 숙제를 안 내고 못 따라와. 어떻게 할 거야?

(7) 수업에 출석 점수 평가가 필요하다고 생각해? 이유는?

(8) 학생들이 AI를 평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니? 이유는?



한 질문에 대해 짧게는 1분에서 길게는 3분가량 최대한 떠들어제꼈다. 인터랙션 형식이 아니라서 할 말이 떨어지면 퍽 난감했고, 말하고자 하는 표현이 안 떠오를 때는 식은땀이 삐질삐질 났다. 영어도 영어인데, 원래 말수가 없는 사람이면 더 힘들 것 같다. 무슨 말을 하는지도 모른 채 정신없이 시간은 생각보다 금방 가서, 막상 인터뷰를 할 때보다 대기할 때 훨씬 더 떨렸던 것 같다. 정신없이 시험을 마치고, 긴장한 탓에 푹 퍼진 몸뚱이에 소고기와 쫄면을 수혈하며 기력을 보충했다. 뭐든 간에 시험은 하여튼 끝나면 그저 좋다.



결과는 이튿날 아침에 바로 나왔다. 합격! 이었다-헤헤. 감사하게도 어필 시험이나, 수업 이수를 해야 하는 조건부 합격이 아니라 깔끔한 합격이라 이제 뒤도 안 돌아봐도 된다. 오예! 스스로 밥벌이할 수 있다!!!




미국에서의 삶은 매일매일이 도전이며 작은 산들을 하나하나 넘어가는 나날이다. 원체 걱정이 많고 잘 압도되는 성격인데, 미국에 와서는 걱정에 빠져있을 시간도 없이 바로 쳐내야 하는 도전들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난다. 오히려 좋은 것도 같다. 걱정 대신 영어 표현을 하나 더 외우는 게 유익하다는 것을 몸소 익히고 있기 때문이다. 오늘도 작지만 큰 산을 무탈히 넘긴 것을 자축하며, 시험도 끝났겠다 조금 쉬어가는 하루를 보내고자 한다. 벼락치기하느라 긴장 속에서 고생한 나 칭찬해. 잘했어!


테라스 자리에서 글 쓰며 쉬어가는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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