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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화햇 Apr 16. 2023

여성연구자 포스터 경진대회 구경 & 캠퍼스 봄나들이

매일매일이 배움인,

학교 SNS에서 Women's Research Poster Competition이 열린다는 알림을 봤다. 한국에서는 학내에서 여성 연구자들을 위한 포스터 대회는 못 봤던 것 같아 생소하고도 반가웠다. 우리네 여성연구자들 응원도 하고, 공부도 할 겸 구경 가보기로 하였다.


석사 때 연구에 학을 떼고 몇 년 동안은 학회나 연구에 관심을 안 두고 있었기에, 최신 연구 동향이나 포스터를 살펴보기에도 퍽 좋은 기회라는 생각이 들었다. 미국 랩에서는 어떤 연구들을 하고 있는지도 궁금했고, 최근에는 포스터를 제작하는 양식도 많이 바뀌었다고 들어서 안 그래도 업데이트가 필요하던 찰나였다.




포스터 경진대회가 열리는 곳은 나름 학내에서 제일 팬시하고 최근에 지어진 Luddy Hall 이었다. 위풍당당한 이 건물의 위상을 보라. 이곳은 Informatics와 Computer and Engineering 계열 전공 학과들이 입주해있는 건물이라고 한다. 역시 요즘은 컴공의 위상이 최고인 것 같다.




통유리의 으리으리한 건물로 들어가자마자 로비에 포스터들이 쭉 전시되어 있었다. 처음 시작 시간에 맞추어 도착하니 사람이 거의 없어 둘러보기 좋았다. 모든 전공이 다 뒤섞여 있어 모르는 분야도 많았지만 인상적이었던 것은, 첫 번째로는 전공 간 콜라보가 굉장히 활발하다는 것이었다. 확실히 여러 학문이 모이니 연구가 한층 더 풍성해지는 것 같았다. 이를테면 교육학과 공학이 콜라보 하여, 아동 언어교육에 대한 교육 로봇의 효과를 살펴본 연구라든가, 공공 정책과 산업 디자인 연구진이 콜라보 해서 노인친화적인 UX 디자인을 고민하는 연구 등 다양한 콜라보가 있었다.


두 번째로, 질적 연구와 양적 연구가 고루 진행되었다는 점이다. 안 그래도 지금 모으고 있는 데이터가 양적 자료 분석이 메인이지만, 동시에 양질의 텍스트를 모을 수 있어서, 텍스트에 대한 질적 분석을 어떻게 하는지 보고 싶었는데 유사한 연구를 한 포스터가 있었다. 분석 툴이나 방법, 시각화 자료 등등 이것저것 물어보고 올 수 있어서 좋았다. 또, 소수자나 소외계층을 대상으로 한 심층적인 질적연구도 흥미로웠는데, 대표적인 예로 시각장애인들에게 있어 콘돔 사용이 얼마나 어려운지 연구한 포스터였다. 신박하고도 사려 깊은 주제라고 생각했다. 발표자들이 포스터 앞을 지나만 가도 열정적으로 브리핑하고 소개를 해줘서, 조금 부담스러웠지만 그런 태도나 자신감도 배울 점이라고 생각했다.


서로 경쟁적으로 브리핑을 하느라 갈수록 발표장에 노이즈가 심해졌다. 돗대기 시장처럼 북적북적거리다 보니 기가 쭉쭉 빨리고, 정신이 혼미해져서 행사 장소를 도망치듯 빠져나왔다. 모쪼록 1등에게는 소정의 상금이 주어진다던데, 올해 데이터를 열심히 모아서 내년에 열리는 이 대회에 포스터 발표를 해볼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나름 동기부여도 되고, 좋은 자극이 되는 시간이었다.





유익한 경험을 마치고, 행사장을 나오니 비로소 고요함 속에 귀와 뇌를 휴식해 줄 수 있었다. 금요일 오후라 학생들이 별로 없는 한적한 캠퍼스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봄이 하도 늦게 온다고, 꽃이 늦게 핀다고 핀잔을 줬던 게 무색하게 예쁜 꽃들이 많이 펴있다. 색감이 예뻐 사진으로 한 장 담아보았다.



견문도 넓히고, 자연도 만끽한 풍요로운 하루였다. 매일매일이 배움이다. 앞으로도 이곳에서 많은 것을 보고 배우며 학문적으로도 꽃을 피우고, 인간적으로도 무르익어갈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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