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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화햇 Apr 13. 2023

마침내, 블루밍턴에도 봄이

오래 기다렸습니다


춥고 비 오던 봄날에 대해 불평불만을 늘어놓다 보니, 컴플레인이 접수되었는지 블루밍턴에도 드디어 봄다운 봄이 왔다. 궂은 날이 많다 보니, 미국 대학생들은 날씨가 조금만 좋아져도 다들 돗자리와 해먹, 스피커부터 들고나온다. 캠퍼스 풀밭에 비키니를 입고 몸을 앞뒤로 굽는 아이들도 많다. 토네이도와 호우로 3월을 보내고 나니 햇살에 미치는 이 아이들이 너무나 이해가 되었다. 볕이 퍽 반가운 요즘이다. 꽃 피고 포근해진 4월의 잔잔한 일상을 담아보았다.



1. 봄기운 즐기기


개인적으로 삶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 중 하나가 바로, 매 계절에 충실하며 사는 것이다. 봄에는 봄꽃 피었다고 나들이 가고, 여름에는 덥다고 물에 뛰어들고, 가을에는 단풍 예쁘다고 오두방정 떨고, 겨울에는 눈 오는 경치를 눈에 담는, 이런 것들 말이다. 그럴 때 뭔가 살아있음을 온몸으로 느끼고 제일 즐거운 것 같다.


바야흐로 따뜻한 날씨가 도래했으니, 야외에서 시간을 보낼 때가 온 것이다. 프로 피크닉러답게, 차 트렁크에 돗자리를 항시적으로(서준맘♥) 가지고 다니며 애용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혼자 피크닉을 해본 적이 없고, 거진 친구나 애인, 가족이랑 함께 다녔던 것 같다. 미국에 와서는 혼자 보내는 시간이 많아져서 혼피크닉의 달인이 되었다.




꽃 사진을 너무 많이 찍어 올리면 친구들이 아줌마 같다고, 나이 든 티 난다는 말을 들어서 조금 흠칫-거리지만 뭐 아줌마도 맞고 나이도 있으니 그냥 올리겠다. 하핫. 사실 워낙 많이 찍고 다니니 할 말은 없다.



2. 발등에 불 떨어진 영어 공부 하기


블로그에도 공부 포스팅도 왕왕 올리고 있는데, 요새 가장 마음을 급하게 만드는 것이 바로 영어다. 5월부터 실습수업 청강을 들어야 해서 마음이 바쁘다. 혼자 수업을 못 따라가거나, 비싸게 돈 주고 듣는 수업에서 벙어리처럼 있고 싶지 않은 나머지 열심히 하고 있다. 4월에 최-대한 영어 감각을 끌어올릴 수 있는 데까지 올려보려 한다.


역시 사람은 급해야 초능력이 나오나 보다. 누가 시키지도 않아도 닥치는 대로 외우고 연습하고 있다. 언제부터 이렇게 공부에 적극적인 사람이었나 자문하게 되는 요즘이다. 한편으로는 필요를 느끼면 이렇게도 할 수 있구나 스스로에 대해 또 알게 되는 부분이다.



3. 새로운 관계와 만남 준비하기


함께 입학하게 될 코호트 동기들이 모두 정해졌다. 학과 입학 담당 교수님이 동기 6명을 소개해 주는 이메일을 보내주었다. 아주 모험적인 새 여정이 시작되는 게 실감이 나서 설레고 떨렸다. 어떤 친구들과 공부를 하게 될지 궁금하다. 다만, 외국인은 나뿐인 것 같아서 조금 걱정도 된다. 미국 아이들 틈바구니에서 잘 적응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다행인 건 미국에 한 해 먼저 와서, 과에서 연구실에도 적을 붙이고 교수님들과 다른 랩 학생들과도 일적으로나 사적으로나 안면을 트고 있던 게 훨씬 안정감을 준다. 완전히 처음이었으면 더 두렵고 불안했을 것 같다. 동기 중 한 명이 단체 채팅방을 만들어서 인사도 나누었다. 다들 신나고 설렌 게 느껴졌다. 블루밍턴에서 석사를 하고 있다는 친구에게 동네에서 커피타임을 갖자고 문자도 먼저 보내보았다. 좋은 관계를 만들 수 있을지, 너무 두려워하지 말고 전진해 보자.




4. 건강, 체력 챙기기


근력왕되기 새해 다짐은 이미 흐지부지된 지 오래다. 운동 습관을 꾸준히 유지하는 사람들이 가장 부럽고 대단하다고 느낀다. 운동 가는 것은 왜 이리 어렵고 눕는 것은 어쩜 이리도 달콤한지 모르겠다. 환절기가 되고 온도차가 커지니 바로 골골거리는 스스로를 보며 다시금 건강과 체력 향상에 대한 의지를 다지게 되었다. 언제쯤 저질체력을 벗어나게 될까나. 생애 한 번쯤은 평균 체력으로 살아보는 게 목표다.


만성 저혈압과 근육 부족으로 아침에 일어나는 것 자체가 엄청난 퀘스트다. 아침에 몸을 일으키려면 늪에서부터 건져올리는 기분이다. 근육이 많아지면 피로와는 별개로 아침에 일어나는 게 그렇게 가뿐해진다던데, 언제쯤 그런 일이 가능해질까 진정으로 궁금하다. 다행인 건 대학교 스포츠센터에 근력운동 세션이 상당히 괜찮다는 것이다. 선생님들도 잘 가르쳐 주고, 일단 가기만 하면 양질의 운동을 할 수 있다. 결국 관건은 이 몸뚱이를 일으켜 가는 것에 있는 듯하다. 앞으로 기나긴 박사과정을 잘 마치려면 체력은 필수일 테니 입학 전까지 다시 전열을 가다듬어 보자.





길고 어두운 겨울이 가고, 포근한 봄날이 왔다. 봄의 활기를 따라 화창하고 힘찬 나날들을 보낼 수 있기를 바라며, 포스팅을 마무리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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