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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화햇 Nov 14. 2023

미국 시골 사는 한국인의 밥상 1: 학기 중 편


    휘황찬란하던 작년의 블루밍턴 집밥 시리즈는 온데 없고, 학기 중에 편의와 효율을 중심으로 차린 밥상 모음집을 가져와보았다. 학기 중에는 평일 저녁은 그저 패스트푸드나 간편식을 사 먹고, 금요일이나 주말에 한식을 몰아 먹는다. 남편은 미국 음식을 많이 먹어도 끄떡없고 오히려 좋아하지만, 국밥충인 필자에게 그것은 아주 힘든 일이었다. 속이 니글니글하여, 칼칼하고 담백한 한식집밥 위주로 해먹었다.


     서렌노 고추 팍팍 넣은 김치 콩나물국과 김새우전, 흰 살 생선전, 깍두기, 그리고 김으로 차린 저녁이다. 칼칼하고 뜨거운 국물에 바삭하고 고소한 전의 조합이 좋았다. 냉동 흰 살 생선이 상당히 괜찮은데, 뼈까지 다 발린 상태로 손질되어 개별 포장되어 있어 전을 부쳐먹기 딱 좋았다. 한 팩을 사서 두고두고 다양하게 활용해먹기 편했다. 살도 부드럽고 달달하니 괜찮은 선택이었다.





      귀찮아서 대충 뚝딱 차린 담백한 밥상. 콩나물국에 앞서 말한 흰 살 생선구이, 호박 양파 볶음, 깍두기와 나또. 친구가 집에 초대했을 때, 호박 양파 볶음을 해줬는데 맛있어서 레시피를 배워와서 따라 해보았다. 새우젓은 배신하지 않았다. 맛있다. 별거 없는 어찌 보면 심심한 집밥인데 남편이 잘 먹어줘서 고맙다.




      미즈 컨테이너를 위협하는 우리 집 시그니처 메뉴 중 하나인 샐러드 파스타다. 베이컨 듬뿍 구워올리고, 삼색 파프리카와 채소를 아낌없이 넣고 통밀 엔젤헤어 파스타를 삶아 넣은 초간단 집밥이다. 만들기도 참 쉬워서 후딱 점심에 해먹기 좋은 메뉴다. 몸에도 좋고 일석이조다.     




    요즘 가장 꽂혀있는 최애 메뉴다. 낫또 덮밥. 정말 별거 없다. 간장+겨자 소스에 비빈 나또와 계란 프라이를 밥에 얹고, 깍두기와 김을 곁들여 먹으면 된다. 한국에서 살 때 집 근처에 수요미식회 청국장 집이 있었는데, 부모님과 거의 주에 한 번은 가서 청국장을 먹었다. 미국 와서 가장 그리운 메뉴 중 하나다. 주변에 눈을 씻고 찾아봐도 청국장은 없어서, 아쉬운 대로 아시안 마트에서 일본 낫또를 찾아서 대체로 먹고 있다. 너무너무 맛있다. 요새는 낫또 덮밥 먹을 때가 제일 행복하다. 주에 2번은 먹는 듯한 메뉴다.




      미국 마트에서 파는 돈가스(?)와 군만두를 에어프라이에 담백하고 바삭하게 튀겨내고 샐러드와 배추김치, 깍두기, 김, 그리고 낫또와 함께 차려 먹었다. 사실 돈가스와 군만두는 남편 존이고, 김치, 낫또, 김은 아내 존이다. 극명하게 나뉜다. 소신 발언 하나 남기겠다 -개인적으로 낫또가 돈가스보다 훨씬 맛있다.





   목살 파티다. 겉절이와 쌈 채소만 있으면 고기는 무한대로 먹을 수 있다. 조금 아쉬운 것은 미국 돼지들 운동을 열심히 하는지 지방이 적어서 아쉽다. 역시 돼지구이는 한국 삼겹살이 최고다. 도톰하고 쫀득한 기름층 없이 돼지고기를 왜 먹는담? 아쉬운 대로 기력 보충을 위해 열심히 먹지만, 한국 삼겹살이 그리운 것은 어쩔 수 없다보다.





     돼지 등갈비 양념 구이다. 사진이 되게 형편없게 나왔다. 나름 간장 양념에 졸여서 달짝지근하고 짭조롬해서 별미다. 미국 등갈비는 한국 등갈비보다 크기도 두 배, 살도 두 배라 정말 실하다. 등갈비 뜯을 맛이 난다. 반찬은 따로 준비를 못 해서 조금 휑하지만 최선이었다.





      친구가 해준 영롱한 마라탕이다. 웬만한 한국 프랜차이즈 저리 가라였다. 재료도 얼마나 듬뿍 넣었는지, 마라탕으로 배 터지게 몸보신하고 왔다. 미국에 온 지 1년 반 만에 처음 먹는 마라탕이었다. 미국 시골에서도 이 맛을 먹을 수 있는 게 얼마나 감사했는지 모른다. 여러 재료가 고루 들어간 국물요리로 따봉이었다.




       소고기 미역국과 간편식 육전, 그리고 파채, 김치로 차린 남편 생일상이다. 다소 소탈하지만 언제 먹어도 맛있는 메뉴들이다. 유튜브에 육전 쉽게 하는 버전의 레시피가 많이 도는데, 쉽게 해볼 만했다. 다만, 미국의 얇은 소고기는 기름기가 너무 적어서 조금 뻑뻑한 점이 아쉬웠다.



     다음날 남은 미역국에 소박하게 김치와 낫또와 함께 먹었다. 인정하겠다. 이쯤이면 낫또 중독이라는 사실을. 끼니 때마다 시도 때도 없이 생각나서 거의 매끼 먹는 것 같다. 그래도 해로운 것이 아니고 되레 건강하고 맛있으니 다행이다. 일본 낫또가 생각보다 저렴하고 참 맛있다. 저만한 사이즈 3팩에 $2.99다.




     쌀떡볶이와 군만두, 삶은 계란. 무슨 말이 더 필요할까? 힐링 그 자체다. 소신 발언 둘, 떡볶이는 쌀떡이다. 오늘 포스팅은 아주 논란의 여지가 많겠다.



     친구 초대해서 우악스럽게 소고기로 원기 보충한 날. 겉절이가 맛있어서 고기가 무한으로 들어갔다. 겉절이가 없으면 느끼해서 얼마 못 먹는데, 매콤달콤 한국식 겉절이와 파채만 있으면 무한대로 흡입 가능하다. 자랑은 아닌데 왜 이리 자랑처럼 늘어놓는지 모르겠다. 모쪼록 유학생에게는 한 번씩 필요한 체력 보강 리추얼이다.



     미국 가정 조식 흉내 내본 날. 결론은 한식이 최고다. 아직 미국 음식은 너무 느끼하고 헤비 하다. 적응이 되는 날이 올지 모르겠다. 지켜볼 일이다.




    조촐하게 순두부찌개와 계란말이로 식사한 날이다. 얼큰한 국물에는 소울이 담겨있다. 호호 불며 한 대접 비우고 나면 몸도 따뜻하고, 후끈 활성화된 몸과 정신으로 뭐든 해낼 수 있을 것만 같다. 각성이 지나간 자리에는 이완과 졸음만 남는 것이 함정이지만 말이다.




     비빔국수와 군만두에는 부연 설명이 필요 없다. 비빔국수가 비비기 전이라 비주얼이 다소 참혹하지만, 맛은 좋았다는 후문이다. 비비고 만두는 한인마트가 아닌 일반 미국 마트에서도 손쉽게 구할 수 있어 편리하다.




     우리 집 시그니처 특식 중 하나인 김치 등갈비찜이다. 개인적으로 매우 좋아하는 요리인데, 메뉴 하나만으로도 밥 몇 공기 뚝딱이다. 다만, 김치의 익은 정도가 관건인데, 사 먹는 김치로 적당한 때를 맞추기가 쉽지는 않다. 그렇지만 정말 맛있다. 등갈비를 두 대 정도 꼭 남겨서 남은 국물과 채소들을 프라이팬 넣고 밥과 김, 참기름을 추가해서 볶아먹는 것도 별미다. 사진은 아래에 있다.





   고된 박사과정 여정을 버티게 해주는 한식집밥 모음이었다. 바쁨이 늘 우리의 식탁을 위협하지만, 굴하지 않고 어떻게든 소박하게나마 가정식을 꾸려온 스스로를 칭찬해 본다. 앞으로 더 잘 먹겠다는 다짐을 굳게 다지며, 오늘도 또 다른 집밥을 하러 부엌으로 향해본다. 모두 바쁘고 힘든 와중에도, 독하게 맛있고 좋은 음식을 먹기를 바라보며 포스팅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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