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사사로운 마음들을 블로그와 브런치에 끄적이며, 간신히 혹은 무사히 첫 1학년을 마칠 수 있었다. 시간적 여유가 비교적 많아져서 차분히 앉아 1학년을 뒤돌아보며 생각을 정리하는 시간을 가져보려고 한다. 생각이나 감상은 내게 있어 컨텐츠다. 때로는 스스로에게 고통과 복잡함을 선사하기도 하지만, 그만큼 또 기록할 거리가 많아서 좋기도 하다. 또 지극히 주관적인 기록이 누군가에게는 정보가 되기도, 위로가 되기도 하는 것 같다. 아마 생각이나 감상이 없었으면 10여 년 동안 꾸준히 블로그를 이어하지 못했으리라 생각해 본다.
박사과정 전반에 대한 감상을 쓸까, 상담심리학 특정적인 글을 쓸까 잠시 고민했다. 박사과정은 분야 별로, 프로그램 별로 내용이 워낙 상이하기 때문에 전반에 대한 감상은 너무 추상적이고 피상적으로 흘러갈 것 같아서 분야 특정적인 글을 써보기로 하였다. 하여, 상담심리학 박사과정에 대한 글을 써보고자 한다. 순차적으로 연구/심리 상담 수련/티칭/ 코스웍 4개의 요구되는 메인 역할에 대해 섹션을 나누어 기술해 보겠다.
상담 심리학 연구
미국에서의 연구 경험은 정말 만족스럽다. 상담 심리 Ph.D. 프로그램은 대부분 (Psy.D. 제외) 입학할 때부터 지도 교수님과 그분이 운영하는 랩을 선정하고 첫 학기부터 지도를 받는데, 무엇보다 연구 참여 기회가 정말 많다. 사실 이는 100% 지도 교수님 재량이었던 것 같다. 교수님이 연구를 많이 하는 스타일인데 지도 학생은 소수로 두는 스타일이라, 한 명에게 돌아가는 기회가 꽤 많다. 물론 그만큼 일이 많다는 단점은 있지만, 웬만한 K-대학원생 출신이라면 무리 없이 소화할 수 있을 정도다. 또 부차적으로는 Prolific이나 Qualtrics 같은 인프라가 잘 구비되어 있어서 피험자 모집이나 페이, 온라인 기반 서베이 및 실험 등 시스템적인 면에서 편리하다.
무엇보다 제일 좋았던 것은 저널 연구논문 집필에 참여할 기회가 많다는 것이었다. 연구 프로젝트도 다양하고, 교수님이 콜라보 하는 연구도 많다 보니 항상 일이 산재해 있다. 학기 중에는 정신없이 따라가기 조금 버거웠지만, 논문 쓰는 일은 나름 재미있게 고통스러운 일이었다. 또 논문은 실적 쌓이는 것이 눈에 보이기 때문에 보상이 확실하다. 첫해에 게재도 되고, 리젝도 되고, 심사 중인 아이들도 있는데, 정신없이 달리다가 돌아보면 꽤나 뿌듯하다.
교수님의 연구논문 작업에 많이 끼어서 일을 하다 보니 개인 연구 프로젝트를 구상하는 데에도 영감과 도움을 많이 받을 수 있었다. 학과 프로그램이 연구 중심 프로그램이라 2년 차에 개인 연구 프로젝트를 통과해야 하는데, 이 프로젝트를 혼자서 구상할 때 도움이 많이 되었다. 첫해에 참여한 여러 논문들에서 얻은 아이디어를 짜깁기(?) 해서 구상했는데 생각보다 주제나 틀이 잘 나왔다. 문제는 인간 대상 연구라, 데이터가 가설처럼 예쁘게 나올지는 미지수라는 것이다. 모쪼록 설계까지는 무리 없이 잘 올 수 있었으니, 여름 방학 동안 데이터 수집도 하고, 이 프로젝트를 잘 발전시켜보는 것이 목표다.
랩 생활에서 힘들었던 것은 아무래도 학부생/석사생 RA 들과 함께 일하는 부분이다. 누군가에게는 연구가 본업이자 생업이지만 그저 대학생에게는 취미인 지라, 어르고 달래서 일을 시키며 가르쳐야 한다. 웃지 못할 썰이 하나 있다. 교수님과 스태프, 박사 5년 차 선배와 나, 그리고 학부생 RA 이렇게 총 5명이서 같이 연구 논문을 썼는데, 교수님이 조금 서둘러 출판을 하고 싶어 해서 학기 중에 데드라인을 맞추기 위해 공저자들이 다들 엄청 애를 썼다. 그리하여 한 달도 안 돼서 논문 한 편을 완성했고 학부생 RA가 통계 결과 수치를 테이블에 채우는 일만 남기고 있었는데 그 학부생 RA 혼자서 한 달 넘게 뭉갰다는 후문이다. 남자친구와 싸워서, 아파서, 기말고사를 쳐야 해서, 파이널 과제가 남아서 등등 한 달 동안 차일피일 미루는데, 어르고 달래서 일 시키느라 고생 아닌 고생을 했다. 일차적으로 교수님이 개인 미팅으로 RA에게 맡길 작업을 보여주면서 가르쳐 주셨다. 그 뒤로, 다시 한번 내가 주말 밖에 안된다는 대학생 RA 일정 맞추어 주말에 미팅을 잡고 한 번 더 다시금 가르쳐 주었다. 듣고는 다 알겠다고 하는 것을 왠지 다 이해 못 한 것 같아서 적어가라고 메모도 직접 해주었다. 며칠 뒤, 그 메모를 또 잊어버렸다고 다시 알려달라고 해서 또 미팅을 잡고 다시 알려주고...... 등등 애를 많이 먹었다. 앞으로도 계속 애를 먹을 전망이다.
무엇보다 연구 과정에서 한국과 가장 다른 것은 지도 교수님과의 관계다. 한국에서 랩 생활을 할 때에는 연구 업무뿐만 아니라 말 못 할 잡무들도 상당히 많이 했어야 했는데, 여기서는 그런 압박이 전혀 없고 교수님이 웬만한 일은 다 직접 하는 분위기라 부담이 없다. 연구 일에 있어서도 70% 정도의 일은 교수님이 다 하고, 나머지를 학생들이 서포트하는 구조라 신기하다. 또 한국에서는 잘 못하는 것이나 모르는 것이 있으면 혼나면서 배우는 분위기였는데 여기서는 교수님이 학생에 대한 기대가 '0'에 수렴해서 아무것도 모른다는 전제를 가지고 가르쳐 주기 때문에 정신 건강적인 측면에서 한결 편하다. 모르는 것에 대해서 혼날 걱정 없이 모른다고 하고 배울 수 있는 분위기다.
장단점으로 고루 회고하니 희로애락이 다 담긴 연구실 라이프였구나 싶은 생각이 든다. 다음은, 연구 다음으로 좋아하는 상담 수련 파트로 넘어가 보겠다.
심리 상담 실무 수련
우리 프로그램은 석사 학위가 있으면 심리 상담 수련을 첫 학기부터 시작하게 된다. 사실 처음에는 이런 구조가 부담되고 두려워서 그저 싫었고 천천히 시작하고 싶었는데, 지금 돌이켜보면 이게 최선이지 않았나 싶다. 왜냐하면 5학년에 시작할 인턴십 전까지 약 4년 동안 400시간 수련시간을 채워야만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빨리 시작할수록 이득이기 때문이다. 외국인 유학생으로서 영어로 심리상담하는 것이 너무나 부담되고 두려웠다. 그런데 한 2-3주 그냥 되는대로 안되는 대로 하다 보니 또 어떻게 금방 적응이 되었다. 첫 학기는 적응하기 바빴는데 두 번째 학기부터는 익숙해져서 훨씬 자신 있게 내담자들과 이것저것 많이 시도해 볼 수 있게 되었다.
학과 내 인하우스 심리 상담 센터에서 첫해 수련을 했는데, 이곳은 심리 상담을 시작하기에 더없이 좋은 환경을 가지고 있다. 솔직히 인프라나 시스템적인 면에서 미국이 좋은 점이 많다는 것을 부정할 수가 없다. 한 번쯤은 기록을 담겨봐야겠다고 생각만 하다고 비로소 정리를 해본다. 첫 번째로, 수련 시작 전에 상담자 보험을 필수로 든다. 1년에 $35를 지불하면 최대 $3백만까지 보장되는 보험이다. 아무래도 정신건강 분야다 보니 혹시 모를 상황의 위험은 늘 있다. 그런데 상담자를 위한 이런 보험이 있다는 사실 자체에 일단 충격을 받았다. 한국에도 생기면 좋겠다고 생각을 했다.
두 번째로, 모든 상담실에 다 카우치와 무드 등이 비치되어 있어 따듯하고 포근한 분위기에서 상담을 하며, 모든 회기를 영상으로 녹화하는 시스템이 있다. 한국에서 수련 받을 때는 수련생들이 개인 녹음기를 가지고 다니면서 녹음을 하고, 일일이 축어록으로 풀고 슈퍼비전을 받았다. 혹여라도 깜빡하고 녹음을 못하는 날에는 슈퍼비전 자료를 못 만들어서 대참사가 벌어지곤 했는데, 이곳에서는 녹음을 안 하고 그냥 슈퍼바이저랑 같이 영상을 돌려보면서 슈퍼비전을 한다. 축어록보다 훨씬 더 정확하고, 비언어적 표현이나 오묘한 관계 역동을 더 확실하게 캐치할 수 있다. 또, 슈퍼비전을 준비하는 시간도 훨-씬 단축돼서 여러모로 효율적이다.
세 번째로, Titanium이라는 보안 시스템을 활용하여 내담자 일정과 출결, 상담 일지를 체계적으로 관리한다. 센터에서만 업무를 볼 수 있어서 절대적으로 학교에 묶이는 시간이 많아지나, 보안 상 이점이 커서 큰 불만은 없다. 나름 서울에서 꽤 큰 대학 심리 상담 센터에서 수련을 받았는데, 그곳에서는 내담자 일지를 손으로 써서 프린트에서 파일로 보관했었는데 이곳에서는 컴퓨터 시스템으로 다 관리를 한다. 또 수련 시간 카운트나 통계도 산출이 되어, 내담자 관련한 원스톱 행정이 이 프로그램 안에서 다 가능하다.
네 번째로, 박사 과정 수련생들이 심리 상담 관련해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여러 층의 시스템이 겹겹이 갖추어져있다. 초심자가 실습하기에 안전하다는 느낌을 받는다. 매주 1시간씩 심리 상담 센터 스태프 미팅을 하는데 거기서 각종 어려움에 대해 실질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고, 또 커뮤니티의 성질도 있어서 서로 안부도 주고받고 소속감을 느낄 수 있다. 또, 개개인마다 Faculty Supervisor가 배정이 되어서, 교수님들한테 직접 매주 1시간씩 모든 케이스에 대해 다 슈퍼비전을 받을 수 있다. 이 시간이 진짜 유용하고 개인적으로 정말 많이 배울 수 있는 시간이었다. 또 센터에 상주하는 Assistance Director라는 고학년 학생 슈퍼바이저가 2명 있고, 센터장 교수님도 있어서 소소하게 상의하거나 물어볼 사람이 항상 센터에 있다. 여차하면 쪼르르 달려가서 물어보고 올 수 있어 안심이 된다. 또, 내담자가 자살 위험이 있거나 각종 위기 상황이 있는 케이스 면 또 바로 달려가서 컨설팅을 받을 수 있다.
다섯 번째로, 매 회기 상담 시작 전 내담자들이 센터에 도착하면 아이패드로 심리 검사를 실시한다. OQ test 45.2라는 검사로, 상담 과정과 결과를 측정하는 검사지다. 매 회기 총점과 세부 항목(심리적 고통감/ 사회적 불편감/ 자살 위험도/ 타해 위험 등)의 점수를 상담 회기 전 체크하고 들어갈 수 있다. 또, 장기 상담을 하다보면 전반적인 프로파일을 볼 수 있어서, 큰 그림에서 개선이 되고 있는지 등 확인이 가능하다.
여러모로 심리 상담 수련 시스템에 있어서만큼은 정말 선진적이라 할 만하다. 미국 친구들은 뭐가 좋다는 건지 이해를 못 하지만 한국에서 수련/실무를 해보고 오니 확실히 차이를 더 피부로 느끼게 되는 것 같다. 다음 학기부터는 또 더 큰 센터로 이직해서 수련을 하게 될 텐데, 또 어떤 세상이 기다리고 있을지 궁금하다. 기회가 되면 로컬이나 개업가, 지역사회정신건강 센터 등 다양한 장면을 경험해 보고 싶다. 수련 과정은 정말 따봉이다.
학부생 티칭
개인적으로 가장 덜 좋아하는 영역이다. 하지만 월급을 받는 대가로 지불해야 하는 노동이기에, 직장인 마인드로 최선을 다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1년에 3 과목을 가르치는 조건으로 인건비를 받는다. 한 학기는 한 과목, 다른 학기는 두 과목을 가르친다. 티칭을 하면 오피스 자리도 주고, 이력에도 도움이 되는 장점이 있다. 또, 아이들이 잘 따라오는 것을 보면 귀엽고 보람되는 순간도 꽤 많다. 또 다행히 학과에서 연구분야와 가장 접점이 많은 수업을 배정해 주어서, 티칭을 준비하면서 배우게 되는 부분도 있다.
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정말 다양한 민원을 처리하게 된다. 일단 문화적으로, 미국 학생들은 한국 학생들에 비해 취약성이 훨씬 관대하게 받아들여진다. 일례로, 학생 개인 사정을 말하면 거의 대부분의 교강사들이 과제 데드라인을 늦춰준다거나, 불안이나 긴장이 높은 학생들을 대상으로 시험시간을 두 배를 주고 별개의 강의실을 마련해 주는 것 등을 들 수 있다. 미국은 경쟁이 아니라 절대평가 시스템이기 때문에 공정성 이슈가 거의 없다시피 하는 편이다.
살제 티칭을 하면서 받았던 민원들이다 - (1) 온라인 중간고사를 치르던 중, 전화를 받느라고 할당된 시간이 지나갔다, 시험을 다시 치를 수 있느냐 (2) 과제에 대해 리마인드 해줄 사람이 없어서 제출을 못했다, 늦게 내도 받아줄 수 있느냐 (3) 룸메이트가 힘들어해서 이야기를 들으며 위로해 주느라고 과제를 다 못했다, 데드라인을 늦춰줄 수 있느냐 (4) 시간 계획을 잘못 세워서 과제를 못 냈는데, 늦게 제출할 수 있느냐 (5) 최근 데드라인들이 겹쳐서 번아웃이 와서 과제를 시간 안에 못 냈다, 늦게 내도 되냐.
이런 민원은 그나마 약과다. 내용은 공개할 수 없지만 티칭 과목 멘토 교수님과 학과장님에게까지 보고가 갔어야 했던 건들도 학기마다 최소 하나씩은 있었다. 이 외에도 전체 데드라인을 예외적으로 개인에 맞추어 전체 재설정해 주어야 하는 케이스도 수업마다 2-3건 정도 된다. 이런 교육 시스템 하에서 교육을 받아보았다면 지금보다야 수월했겠지만, 훨씬 빡빡한 한국에서 자란 탓에 기준을 잡기가 어렵다. 한국 기준으로는 씨알도 안 먹힐 요청들이 미국에서는 취약성으로써 받아들여져야 하는 부분도 있고, 또 어떤 요청들은 안 된다고 잘라내야 하기도 하는데 솔직히 미국의 그 기준을 모르겠는 때가 많다. 조금 더 솔직하게는 한국에서 교육받고 자란 입장으로서 과하다 싶은 요구들에 친절하게 응답하기가 쉽지는 않다.
하여 티칭은 여전히 미지의 세계이며, 개인적으로 미래에 자발적으로 추구하고 싶은 영역은 아닌 듯하다. 그렇지만 먹고살기 위해서 당분간은 지속할 전망인데, 미래에 마음이 또 바뀔지는 두고 볼 일이다.
코스웍
이번에는 학생으로서 듣는 수업의 영역이다. 미국에서 첫 수업에 참여하고는, 쉬는 시간에 화장실에 가서 변기에 앉았다가 오열할 뻔했다(간신히 조절했다). 그저 펜 하나 들고 합죽이가 되어 들었던 한국의 수업과는 다르게, 학생들이 말을 너무 많이 해야 하는 것이었다. 언어는 자유롭지 못하지, 토론 수업 자체도 낯설지, 발표는 더더욱 안 해봤지, 학점은 토론 참여도로 매긴다고 하지, 앞으로 갈 길이 너무 막막해서 혼자 화장실 칸 안에서 별생각이 다 들었다.
천만다행인 것은 그 첫 수업은 정규학기의 수업이 아니라, 입학 전 여름 계절학기의 청강 수업이었다는 것이다. 하여, 여름 방학 때 이 수업에서 많은 시행착오와 감정의 풍파를 겪고 나서 정규학기에 들어가서는 한결 수월하게 적응할 수 있었다. 또, 방학 청강 수업에서는 아는 이들 한 명 없이 참여했던 것과는 다르게, 친한 동기들과 함께 소규모로 수업을 들으니 마음도 한결 편했다. 교수님들도 대부분 매우 친절하고 지지적이라, 편안한 분위기 속에 수업이 진행되어 이제는 꽤 편하게 토론에 참여해서 의견도 개진하고 질문도 할 수 있게 되었다.
수업은 상당히 유익한데, 교과 과정이 연구나 상담 실무에 적용하고 쓰일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는 점이 가장 좋았다. 하여, 이론과 실재가 따로 놀지 않고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시너지 효과를 내는 느낌을 받아서 교과과정이 꽤나 의미 있다. 과제도 학점을 위한 과제보다는 연구나 실무에 적용 가능 한 과제가 주를 이루기 때문에 페이퍼에 투자하는 시간이 무의미하지 않는 점이 가장 좋다. 과제를 제출하거나 발표를 하면 교수님들이 거의 라인 바이 라인으로 피드백을 주고, 칭찬이나 격려도 리치하게 해주는 편이라 여러모로 얻어 가는 것이 많다고 느낀다.
다만, 코스웍 무게가 상당해서 번아웃 위험이 높은 것은 분명한 단점이다. APA에서 승인을 받은 상담심리전문가 자격증 취득을 겸한 박사과정 프로그램은 코스웍이 상당히 무겁다. 요구되는 코스웍은 본 전공 50학점, 통계 12학점, 세부전공 12학점, 심화 과목 12학점으로 코스웍 과정만 총 86학점, 대략 30과목 내외라고 보면 된다. 그 후에 연구를 하면서 박사 논문 15학점, 인턴십 3학점을 추가로 채우게 된다. 하여 평균적으로 3학년까지는 정규 봄, 가을학기에 4과목을, 여름 계절학기에 1-2과목을 그득히 채워 듣게 된다. 상당히 많은 학생들이 만성적인 번아웃을 경험하고 있기도 하다.
이 긴 레이스를 어떻게 소진되지 않고 무사히 마칠 수 있는가가 요즘 가진 최대 난제다. 여름 방학 충전과 휴식을 통해(라고 하기에는 또 계절학기 수업을 듣고 있지만) 천천히 답을 찾아가기를 기대해 본다.
각 섹션 별로 두 학기 동안 느꼈던 점들과 한국과 다른 부분(달라서 좋은 부분과 달라서 힘든 부분)을 다채롭게 담아보았다. 돌아보니 새 교육시스템에 새로 적응하랴, 따라가랴 고생을 꽤나 많이 한 것이 보여 스스로 애잔하기도, 대견하기도 하다. 개인적으로 '어떻게든 다 하게 되어있다'라는 말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편이나, 그 말이 어느 부분 사실이라는 점은 부정할 수도 없겠다. 막연히 못하리라 생각했던 것들을 다 해내고 있는 게 놀랍고, 또 이것을 가능하게 해준 사람들, 환경 등에 끝도 없이 감사하다.
마지막으로 이 여정을 구독해 주는 분들에게도 감사의 말씀을 전하며, 첫 학기 생존 일기를 마무리해 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