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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화햇 Jul 13. 2019

함께하는 여행이 좋은 이유

나의 빈 조각들을 채워주는 건 - 사람


혼자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이 있고,

함께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이 있고,

둘 다를 좋아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함께하는 여행을 선호하는 편이다

왜냐하면 나는 불완전하기 그지없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조금 편한 여행을 다녀왔다



그간 우리에겐 몸과 마음을 지치게 하는 일들 투성이었고,

특히 장기적인 고통을 벗어나는 경사가 있었기에

더더욱 편안함으로 보상받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해외여행이었음에도 떠나기 2주 전에 결정을 했고,

꼭 하고 싶은 것 위주로 성기게 계획을 짰다

대충대충, 미니멀리즘으로 말이다



대단히 알차게 놀고 싶은 마음도 없었고

대단히 맛있는 것을 먹어야 했던 것도 아니다

준비에 열과 성을 다할 힘도 여유도 없었다



그저 이 삶의 현장에서 조금 벗어난 곳에서

느긋하게 있다 오고 싶었다



그렇게 떠난 곳은 베트남의 다낭-

그리고 인적이 드물고 자연에 파묻혀 있는 호이안이었다





호이안에서 보낸 시간은 매우 안락했다

다낭에 비해 사람도 없고, 고요하다

해변이든 리조트든 붐비는 법이 없었다



한국보다 한참 낮은 물가는 경제적으로 조급한 주머니 사정을 잊게 해 주기에 충분했고,

덕분에 부자 놀이를 하며 시원하고 풍족하게 다닐 수 있었다

바야흐로 서울이라는 도시의 번잡함과 치열함으로부터 멀어지는 느낌이었다








이번 여행의 안락함에는

같이 간 사람과의 편함도 큰 몫을 했던 것 같다

워낙에 험난한 일들을 함께 겪고 버텨오면서

서로의 바닥까지 다 보고 온 친구들이다



서로의 이드(id), 즉 원초적 자아의 생김새까지 구경해본지라,

사회적인 가면을 내려놓고 존재할 수 있었다

생겨먹은 대로 존재하는 시간이 주는 편안함이란......



그래서 사실 이번 여행은

관광지에 대한 조예 높은 투어가 아니라,

이 사람들과 함께 했다는데 그 모든 의의가 있었다








Cheeeeeeers



예전에 어떤 상사가 내게 그랬다

- 너는 '찌그러진 별'이라고,

능력치로 오각형을 그려본다고 가정하면,

하고 못하는 것이 뚜렷해서 찌그러진 모양이 그려질 것이라는 의미였다




동의한다-



자칫, 비난처럼 들리기도 했지만 괜찮을 수 있었다

왜냐면 그 찌그러진 부분을 메워줘 왔고, 메워주고 있고, 앞으로도 그렇게 해줄 사람들과 함께이기 때문이다

잘하는 것은 추진력을 가지고 쭉쭉해 나가고, 어려워하는 것은 친구들의 도움을 받으면 그만이다

그래서 나는 괜찮을 수 있다




친구들과 다낭과 호이안에서도 함께였다




내가 숙소를 알아보고 컨택 및 예약을 하고 있노라면 그들은 두말없이 숙소 가는 방법과 비용, 동선 등을 알아보는 식이었다

숫자에 약한 부분에 대해서는, 친구들이 베트남 환전이나 물가 등을 빠삭하게 조사해 와서 도와주거나,

택시에서도 현지 기사가 내게 거스름돈을 후려치려는 것을 악착같이 다 받아내서는 정신 똑바로 차리라고 혼내기도 했다

찌는 듯한 더위와 습도에 저질체력인 내가 가장 먼저 지쳐 보이면 부채질도 해주고, 답 없이 가득 찬 가방을 보고 짐을 가져가 들어주었다




그렇게 부족한 부분은 능력을 빌려가며,

잘하는 부분은 잘하는 대로 쭉쭉해나갈 수 있었다









중간중간 현지인에게 사기를 당할 뻔도 하고,

택시 기사가 권하는 마사지 샵을 거절했다가 수모를 겪기도 했다 

타지에 떨어져 낯선 환경과 돌발 상황에 놓이기도 했지만,

씩씩하고 억척스럽게 헤쳐나간 탓에 전체적으로는 편하고 즐거웠던 여행이 될 수 있었다



그런 순간순간마다 머리를 맞대고 함께 넘기면서

'이 사람들과 함께라면 못할 일이 없겠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 여행은 짤막하게 끝이 나지만

앞으로 수없이 많을 삶의 여정에

줄곧 이토록 편안하고 씩씩하게 함께 있으면 좋겠다





인생 여행을 함께하고 싶은,

나를 완성해주는 조각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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