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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화햇 Nov 29. 2024

시카고에서 보낸 추수감사절 연휴 1편


   오랜만에 찾은 대도시의 연휴는 축제 그 자체였다.


   수많은 인파와 북적임이 싫지 않은 것은 도시가 너무 오랜만이기 때문이다. Long time no city다. 시카고에서 할 수 있는 Thanksgiving과 크리스마스 액티비티를 하루에 알차게 몰아서 했다. 추운 날씨였음에도 중무장을 하고 2만 걸음 가까이 밖을 돌아다녔다. 연말의 시카고는 춥지만 퍽 괜찮다. 11월 말의 시카고를 소개해 본다.





1. Macy's Thanksgiving Parade

    첫날 호텔에서 잠을 자고 일어나자마자 아침에 펼쳐지는 Macys Thanksgiving Parade를 보러 거리로 향했다. 미국의 7대 추수감사절 퍼레이드 중 하나가 바로 이 시카고 Macy's Parade라고 한다. 이름 그대로 Macy's 백화점 앞 대로변에서 열렸다. 눈 뜨자마자 침대를 박차고 나와 퍼레이드 갈 준비를 마치고 나왔다.

    시카고의 전통적인 상징물 중 하나인 시카고 극장 앞 대로변이다. 이 대로를 몇 블록을 전면 통제하고 퍼레이드를 준비 중이었다. 위의 사진처럼 대로를 온통 다 비워놓고, 구경하는 사람들은 양옆 인도로 통제시킨 후 퍼레이드를 진행하였다. 날이 0도 정도 기온인지라, 롱패딩과 목도리, 장갑, 기모 내복 등을 꼭꼭 잘 껴입고 나갔다.


     엄청난 인파가 양 도로 옆을 꽉 메운 가운데 퍼레이드가 시작되었다. 세계 각국의 참가자들과, 단체들, 학교들, 기업들 등이 총출동하였다. 제각각 준비한 화려한 퍼포먼스들을 선보이며 지나갔다. 시카고가 얼마나 다양한 문화적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한 데 모여사는 사회인지 한눈에 알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세계 각국의 특징을 반영한 팀들의 퍼포먼스를 가장 재미있게 보았다.


   자랑스러운 우리 팀 코리아도 봤다. 부채춤과 재래악, 풍물놀이 팀이 눈과 귀를 쉴 틈 없이 사로잡았다. 미국 연휴에 우리 전통 음악과 춤을 접하니 반갑고 가슴이 뻐근했다. 방방 뛰면서 손을 흔들고 '멋져요!'를 남발하였다. 또 중국팀은 사람들이 직접 판다 탈 안에 들어가 되게 판다들이 춤을 추고 사람들과 사진을 찍어주기도 했다. 커뮤니티 고등학교의 어설픈 고등학생 댄스팀이나 관혁악단은 절로 관대한 웃음과 격려 어린 박수를 자아내었다. 정겹고 재미난 퍼레이드였다.


미국의 다양성을 함축한 퍼레이드라고 할 수 있겠다. 한 번쯤은 꼭 볼 법하겠다.









2. Pizano's Pizza & Pasta

    시카고에 온 이상 시카고 딥디쉬를 또 안 먹고 가면 서운하다. 전통적 강호인 지오다노스, 지노스 피자가 너무 느끼해서 많이 먹기 어렵다고 느낀다면 이곳을 고려해 봄직하다. 비교적 가볍고 덜 기름진 시카고 딥디쉬 피자를 맛볼 수 있다.

    지난번 시카고 방문 때에는 제일 잘 알려진 Gino's Pizza에서 시카고 딥디쉬를 먹었다. 폭포처럼 흘러내리는 두꺼운 치즈와 리치한 내용물에 감동받기도 잠시, 두어 입을 먹고 나니 김치나 핫 소스가 절실해졌다. 개인적으로 원래부터 느끼한 음식을 잘 못 먹는 토종 할미 입맛인지라, 한 조각 먹고 말아서 아쉬웠다.


     이번에 찾은 딥디쉬 피자집은 사진에서 보다시피 한 결 얇고, 양파와 버섯, 피망 등 채소가 많이 들어가 있어 느끼함이 덜하고, 담백한 맛이 일품이다. 대신 고소한 치즈가 제 몫을 확실히 해서, 딥디쉬에 기대할 수 있는 리치한 맛을 놓치지 않았다. 도우도 딥디쉬 피자답지 않게 바삭하고 크리스피 해서 맛있었다. 덕분에 남편과 둘이 먹는 피자의 반을 싹 비울 수 있었다. 깔라마리 튀김도 바삭하니 맛있다. 너무 헤비 한 딥디쉬 말고 라이트 한 딥디쉬를 찾는다면 추천한다.








3. 밀레니엄 파크, 시카고 콩, 크리스마스트리

     연말 시카고에 들른다면 놓치지 말아야 할 곳이 바로 밀레니엄 파크다. 원래도 유명하지만 겨울에만 개장하는 아이스링크부터 시작해서, 시카고 크리스마스트리까지 한 데 모여있어 연말 느낌이 물씬 나는 장소다.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여유로운 캐럴을 들으며, 고층 빌딩으로 둘러싼 풍경을 즐기며 유유히 스케이트를 타는 사람들을 구경해 보자. 미국의 연말 로망을 실현하기 가장 좋은 장소라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시카고 콩 바로 앞에 설치된 아이스링크다. 가족들끼리 친구들끼리 저마다 위태로운 발걸음 속 서로를 꼭 붙들고 한발 한 발 내딛는 사람들을 구경하노라면 마음이 절로 흐뭇해진다. 스피커 너머로는 푸근한 마이클 부블레의 캐럴이 흘러나온다. 나 홀로 집에 가 눈앞에 라이브로 펼쳐지고 있는 것만 같다. 물론 그것은 뉴욕이어야 하지만 말이다(?).



     2년 만에 찾아온 시카고 콩은 여전히 아름답다. 뒤로 펼쳐진 클래식한 빌딩들도 괜스레 멋들어진다. 처음 시카고 빈을 방문했을 때에는 콩 바로 앞까지 바짝 붙어서 들여다보느라 그 아름다움을 온전히 보지 못했던 것 같다. 2년 만에 다시 찾아 한참 뒤에서 바라보니 그 아름다움이 비로소 온전히 눈에 들어온다. 세상 현대적인 시카고 빈 설치물과 그 뒤로 적절히 조화된 색 바랜 빌딩들과 유리로 된 새 건물들이 아름답다.


    몇 발짝 물러나야 더 아름답고, 비로소 전체로 온전하다.


     개인적으로 꼭 보고 싶었던 시카고 크리스마스트리다. 실제로 보니 기대만큼 큼지막하고 아름다웠다. 연말 느낌이 또 한 번 물-신 느껴지는 장소였다. 도시를 참 재미있고 아름답게 잘 조성해둔다는 생각이 들었다. 관광객도 어찌나 많은지, 추운 날이 다 무색할 만큼 많은 인파가 거리를 거닐고 있었다. 기온에 비해 오랜 시간 밖에 있어 추웠지만 밀레니엄 파크의 분위기와 풍경에 취해 추위도 이기고 한참을 구경했다.


    날씨가 우중충하고 어두워서 오히려 트리가 더 아름다워 보였다. 평소에는 흐린 날 우울해서 별로 좋아하지도 않는데 이 날 만큼은 그게 더 좋았더란다. 어둠은 빛을 더 밝게 비춰주는 묘한 매력이 있다.








4. Maggie Diley Park 아이스 스케이팅 리본

      밀레니엄 파크의 아이스링크와 머지않은 곳에 숨은 명소가 있다. 바로 Maggie Diley Park에 위치한 Ice Skating Ribbon이다. 이곳은 일반적으로 네모나게 생긴 아이스링크와 달리 리본 모양으로 조성된 길을 따라 스케이트를 타게 된 링크다. 곡선 진 링크와 계속 바뀌는 풍경이 색다른 묘미를 선사한다. 색다른 스케이트장을 찾는다면 방문해 봄직하다. 스케이트는 대여 가능하다. 사전 예약은 필수다.

     빌딩 숲을 배경으로 느긋하게 얼음을 지치며 링크를 돌았다. 겨울에 스케이트 타는 것을 좋아해서 신났다. 야외라 추울까 걱정했는데, 스케이트장까지 걸어가는 길이 추웠고 막상 스케이트를 타니 몸에 열이 나서 괜찮았다. 그렇지만 시카고가 Windy City라고 불리는 만큼,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사정없이 추워지니 기본적인 중무장은 필수다. 귀나 얼굴이 정말 시리다. 그래도 스케이트장 입구 바로 옆에 핫 초콜릿과 커피, 차를 팔고 있어서 몸을 녹이기도 용이하다. 다만, 100% 야외 시설이다 보니 갈아 신는 벤치에 온열기라도 있기를 바랐는데 일절 없어서 조금 아쉬웠다.


   한파가 더 심해지면 이용하기 어려울 수도 있겠다. 롱패딩과 중무장은 선택이 아니다.








5. Christmaskindle Market 시카고 크리스마스 마켓

     올겨울 시카고에서 열리는 크리스마스 마켓이다. 관광객은 물론 현지인들에게도 인기 있는 핫스팟이라고 한다. 유럽의 크리스마스 마켓과 미국의 오묘한 조화를 뽐내고 있다. 유럽의 크리스마스 마켓을 경험했다면 조금은 실망스러울 수도 있다.

     유럽의 글리 봐 인과 시나몬롤, 프레첼과 수공예품을 파는 동시에, 미국의 핫도그, 애플 사이다, 햄버거도 찾아볼 수 있는 시카고의 크리스마스 마켓이다. 빌딩 숲 사이에 위치한 마켓이 유럽의 크리스마스 마켓과는 또 다른 느낌을 자아낸다. 대부분의 가게들이 현금만 받으므로 입구에 있는 현금인출기에서 달러를 인출해서 구매를 해야 한다.


     유럽에서 돋보기 쓰고 뜨개질하는 할머니들이 가판대 너머로 직접 만든 아기자기한 수공예품을 팔던 크리스마스 마켓을 경험했다면 조금 실망스러울 수도 있다. 그 몇 안되는 수공예 제품들을 듬성듬성 나열해둔 여백의 미와 소탈함이 있었다면, 이 곳은 다분히 미국스럽게 대량 생산의 냄새가 나는 제품들이 눈 쉴 곳 없이 꽉 채워져 있다. 그나마도 사람이 너무 많아서 어떤 가게는 줄이 어마어마하게 길어서 포기했다. 아마도 이 날은 Thanksgiving day 당일이라 더 붐볐을 수도 있겠다.


     그래도 빌딩 숲 사이에 위치한 크리스마스 마켓은 시카고만의 느낌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대부분 미국인 친구들은 가족들을 보러 고향으로 떠났다. 연고 없는 우리 유학생 부부는 주로 이런 연휴에 여행으로 외로움을 새로움으로 치환하곤 한다. 북적이는 시카고의 활력 넘치는 분위기와, 블록마다 들리는 한국말 덕분에 외롭지 않은 추수감사절 연휴를 보내고 있다. 도시에 오기를 잘했다. 추수감사절 주간과 연말에 시카고의 분위기를 궁금해하는 이들과 이 땅의 모든 유학생들에게 소소한 도움과 위로가 되길 바라본다.



또 다른 시카고 이야기들을 가지고 곧 다시 돌아오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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