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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화햇 Jul 13. 2019

따로 또 같이 존재하기

같은 시공간 속 다른 우리



얼마 전,

카페에서 남자 친구와 같이 레고를 할 때였다



손으로는 부지런히 레고를 만들고,  

입으로는 조잘조잘 이야기를 나눴다

이 모습이 어딘가 모르게 빨랫터의 아낙네들(?) 같았



그런 생각이 스쳐가자 웃음이 났다

내가 삶에서 행복을 느끼는 포인트임을,

그게 바로 지금임을 자각했기 때문이다






레고 - 7세 이상



가끔 특별할 것 없는 그저 그런 일상의 순간에서

갑작스럽게, 문득

포근한 행복감을 경험하곤 한다



그저 마음이 통하는 사람과 편안한 곳에서

소소한 이야기를 풀어가는 순간에 그러는 것 같다



평소에 나와 타인, 그리고 세상에 대해 가진 생각들이나,

일상을 채우는 소소한 일들과 느낌들,

혹은 나와 네가 다른 부분들을 풀어나가 보는 것,



나는 그게 그렇게나 좋더란다









그런데 웃기게도,

남자 친구는 내가 이토록 즐거웠다는 사실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이전 포스팅에서도 '양극의 연애'라고 했을 만큼 우리는 성향이 상극이다

그는 뭔가를 할 때, 목적지를 딱 보면서 향해 가는 경주마 같은 스타일이다

나는 주변을 많이 둘러보며 가는 뚜벅이 여행자 같은 스타일이다



해서,

남자 친구는 이야기를 하는 도중에도 미간에 주름을 잡아가며 레고를 완성하려 조립한다

나는 레고를 한창 하다가도 의식의 흐름에 따라 주제를 넘나들며 조잘거린다

그러다 피규어를 오만데 다 꽂아도 보고, 사진으로 남기다가, 음료를 음미하다, 카페의 예쁨에 감탄도 하고, 이내 다시 조립으로 돌아오곤 한다 - 매우 바쁘다



레고 피규어의 걸리버 여행기 - 대인국 편



목표지향적(?)인 남자 친구는 이렇듯 산만한 나를 보면서 레고를 재미없어한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내게는 완성물보다도 다른 기쁨을 주는 요소들이 많았다

것이 나에게 큰 행복이지 그에게는 그저 사소함일 수 있음을 이해한다



그래서 우리는 그냥 그렇게 다름을 안은 채로,

각자에게 만족스러운 방식으로

같은 시간과 장소에 존재하곤 한다

- 제자리에서 우직하게  해야 할 것에 몰두하는 남자친구와

그 주변을 신나게 맴도는 나로서 말이다

 


어쩌면 이게 우리가 름을 안고 함께하는 방식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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