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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화햇 Jul 04. 2019

갈등, 대체 왜 해야 할까?

마음 패치가 발명되는 그날까지, 무한 반복-


"컨디션은 좀 어때? 아, 걱정하는 건 아냐 오해하지 마. 그냥 호기심이야"

"상사한테 호되게 털려라"

"점심도 먹지 마 뭘 잘했다고-"


오늘 남자 친구에게 매우 까칠하게 굴고 있다

화가 풀린 지 얼마 안 됐기 때문이다



여러 가지 문제들이 중첩되어 서운하고 속상한 감정이 폭발했다

그에게 독침을 있는 대로 쏘고 말았다

다행인 건 그는 성마른 나의 독침 몇 방에 픽 쓰러지는 여린 생명체는 아니었다 것...

- 코뿔소 같이 튼튼한 가죽으로 버텨낸다

 


한참을 날이 선 채로 이야기하고 난 다음에야 비로소,

진정성 있는 마음을 주고받을 수 있었고

 어렵사리 마음이 좀 풀려가고 있다



어제 퇴근 즈음부터 갈등을 해서 저녁 내내 마음이 불편했다

성미가 조금 있는 편이라, 화가 나면 잠을 설치곤 한다

때문에 밤까 하얗게 지새우고야 말았다

아침에 일어나서 출근길에

종전을 위한(어쩌면 휴전일 지도) 마지막 통화를 마치고 나니

매우 기진맥진하다



왜 이리 힘든 걸까 관계는?

왜 우리는 갈등을 해야 하는 걸까?








너덜너덜한 마음에 이런 생각이 들었다

첨단 과학 시대에, 내 마음에 대한 패치를 그의 머리에 깔 수는 없을까?

다운로드하고 재부팅하면 나에 대한 모든 이해가 장착되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서로에 대해 이해하고 또 그 이해를 절충하기까지의 과정은 너무 힘이 든다

처음엔 한치도 양보할 수 없을 것만 같은 몰이해와 서운함이 몰아친다

충분히 표현한 뒤에는 감정이 조금 사그라들면서 속상한 시간이 지속되다가,

상대의 말과 마음을 조금씩 보고 들으려는 순간부터 이해가 되며 풀리게 된다

그리곤 건설적인 행동 대안이자 모종의 협상을 통해 다음번 유사한 상황에 대해 나은 대처를 약속한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들 깊어지는 관계에서는 필수 불가결하다는 게 매우 유감이다

심리학을 제 아무리 공부하고 전공했다고 한들 갈등은 언제나 어렵다

언제쯤 마음 패치가 나올까 손꼽아 기다리면서도,

갈등은 결과가 아니라 하나의 '과정'이라는 점에서

클릭 한 번에 설치되는 프로그램과는 본질적으로 가치가 다름을 실감하기도 한다







감정이 풀리고 찬찬히 바라보니 갈등이 다르게 보인다

둘 사이의 관계가 어떤 한계에 봉착했는데,

그 선에 갇혔다가 갈등을 통해 한계가 확장된 그런 느낌이다



어쩌면 관계는 땅따먹기일지도 모르겠다

함께 밟을 수 있는 땅을 조금씩 조금씩 어렵사리 넓혀가는 것이다 

숱하게 많은 갈등과 대화를 통해서 말이다



Easy comes, easy goes-

힘들게 다져나가는 관계는

그만한 수확으로 돌아올 것임을 믿으며,

마음을 아끼지 않기로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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