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사용 설명서
관계의 매뉴얼을 생성하고, 공부하기
"오늘 강의 어땠어?"
"그냥 뭐 듣다가 딴생각도 하다 그랬지"
"무슨 생각했어~~?"
"자기 생각했지"
"(씨-익) 정답-!! 잘해쒀"
나는 꽤 자주 장난기를 가득 머금고 남자 친구에게 '답정너' 질문을 하곤 한다
그럴 때면 그는 성실하고 능글맞게 선택지 없는 답을 제출한다
그 답을 듣고 내가 기뻐하면 그는 꼭 이렇게 말한다
"예-쓰!!!!! 휴우우우우~~~~~~~"
남자 친구가 마음의 소리를 내뱉는 것을 듣고 있노라면
웃음이 터져 나온다
무슨 안도를 저렇게 티 나게 할까- 싶어서다
그가 나의 짓궂음에 대처하는 방식이 재밌다
정색하거나 짜증 내지 않고
나보다 더한 짓궂음과 능청으로 넘어내는 모습에 웃음이 난다
억지, 투정, 짓궂음을 드러낼 수 있는 관계는 한정적이다
세상 어디에서 우리가 맘놓고 '헛소리'를 할 수 있는가 생각해보면 많지 않다
어디에도 쉽게 보여주지 못하는 면을 드러내고도 받아들여지는 느낌은 꽤나 포근하다
그래서 부끄럽게도, 유치함을 무릅쓰고도 자꾸 반복하게 되는 것 같다
"오빠 그런 거 너무 좋아"
"그래? 네가 어떤 걸 좋아하는지 약간 알 것 같아"
어떤 상황에서 상대가 무슨 말을 듣고 싶어 하는지 알고 있다는 느낌은 친근감과 안정감을 준다
그래서 무한한 업데이트로 서로의 매뉴얼을 만들어가나 보다
A를 투입했을 때 B라는 반응이 나옴을 확인하고 응용해 나가는 것 - 관계는 귀납적 학습인 것 같다
서로에 대한 관계 매뉴얼 생성과 숙지를 게을리하지 않겠다는 다짐의 노래도 있다
- 소란의 '너를 공부해'
얼마나 성실한 가사가 아닌가 감탄하며
오늘도 공부한다
당신이라는 사람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