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 2년 차에서

~~ 매일 진수성찬을 받으며~~

by 강신옥

이럴 줄은 몰랐다.

브런치 시작한 지 2년 차이다. 나는 초심과 달리 늘 쓰기보다 읽기를 즐기고 있다. 정작 나의 글 발행은 가뭄에 콩 나듯 하고 있다. 여전히 매일의 일상을 짧게 쓰는 일기나 단상은 일기장이 편하다. 브런치 글 발행은 점점 밀려나고, 일단 브런치에 들어가면 ‘피드’부터 들린다. 위에서부터 아래로 내려가면서 우선 읽기 시작하면 다양하고 풍성한 읽을거리에 쓰기니 발행을 잊어버리고 만다. 직접 요리하지 않고도 매일 내 앞에 차려지는 진수성찬을 즐기는 셈이다.

사람은 평생 배우며 산다.

퇴직 후 배우고 느끼고 공감하고 공유하며 사는 곳, 브런치는 배우고 느끼는 터전이 되었다.



삶을 배우고 공유한다.

나이도, 하는 일도, 삶의 모습도 참 다양하다. 브런치를 통해서 세대를 넘나들며 지나온 삶도 되돌아보고 앞으로의 삶을 내다보기도 한다. 잊어버리기 쉬운 것이 개구리의 올챙이 시절 아니던가. 글로나마 나보다 젊은 세대의 삶으로 자주 돌아가 보기도 한다. 취업, 직장생활의 고단함, 육아와 자녀교육 등등 지나온 삶을 되짚어보며 또한 그들을 이해하게 된다.

브런치를 통해 아직 가보지 못한 앞으로의 삶도 미리 가볼 수 있었다. 누구나 그때그때 처음 가보는 길이 우리 삶이기에 나보다 앞서 가고 있는 작가님들의 한 순간의 이야기들도 소중한 지침이 되기도 한다.


아픔이나 상처 없는 삶이 없기에 다른 사람의 아픔이나 상처도 흉이 아니었다.

내놓을 수 없었던 내 아픔이기도 하기에 더 깊이 공감하며 주재 넘는 일이지만 낯 모르는 작가님의 글을 읽고도 짧은 댓글이라도 서로의 상처를 어루만져 줄 수 있었다. 우리는 서로를 잘 모르기에 사람을 저울질하며 내 편리대로 이해하고 재단하지 않고 순수하게 글로 읽고 이해할 수 있었다. 나와 다른 삶을 들여다보면서도 공감을 하고 내 삶을 더 업그레이드시킬 수 있어서 늘 마음이 가고 들리게 되는 브런치였다.


브런치 글을 읽다가 직장 생활하는 아들에게 필요한 것은 아들에게 공유를 시키고, 남편에게 필요한 것은 직접 말해주거나 공유시키기도 한다. 언젠가는 보이스피싱에 대한 글을 읽고 남편에게 전해주었는데 다음 날 남편에게도 같은 식의 문자가 왔다. 남편은 내가 전해 준 이야기가 생각나서 바로 보이스 피싱인 줄 알았다. 브런치 덕분이었다.



자연을 배우고 친밀해졌다.

사실, 계절마다 대표되는 나무나 꽃 외에는 이름도 거의 모르고 살았다. 이름을 아는 꽃이 몇 개 없었다. 늘 그저 ‘이름 모를 꽃’이라고 부르며 살았다. 브런치에는 그때그때 주위에 피고 있는 꽃이나 열매, 자연에 대한 글이 많이 올라온다. 아침에 산책하면서 만난 꽃들에 대한 이름이나 습성, 사연을 그날 바로바로 브런치에서 만날 때가 많다. 실물을 보면서 배우고 듣는 식이다. 꽃에 대해서도 사연을 알고 보면 꽃 이름도 이해가 되고 더 애착이 간다. 브런치에서 배운 것으로 함께 산책하는 남편에게 다시 설명을 하다 보니 남편은 내가 원래 식물에 대해 많이 아는 사람인 줄 착각한다. 사실은 브런치 덕분에 남편보다 하루 이틀 먼저 알았을 뿐이다. 아무튼 모르고 볼 때와 알고 볼 때의 친밀함이 다르다. 같은 초록도 지루하지 않고 다르게 보인다. 아는 만큼 보이는 것이었다.



독서를 한다.

코로나 시대에 도서관도 마음껏 못 가니 브런치를 통해 독서를 하기도 한다. 틈나는 대로 한 꼭지씩 책을 읽듯 종종 올라오는 독후감을 읽어 본다. 자세히 읽고 싶은 책은 코로나가 끝나면 도서관 가서 빌려볼 도서목록에 책이름 들을 기록해 가고 있다. 브런치를 통해서 글도 읽지만 책을 읽으며 손쉽게 마음의 허기를 달래 보기도 한다.



독수공방 하면서도 세계를 누빈다.

퇴직을 할 때는 여기저기 가보고 싶은 곳도 많았다. 늘 가장 추울 때와 가장 더울 때가 방학이어서 여행을 제대로 즐기지 못하고 살았다. 퇴직을 하면 봄, 가을 날씨를 즐기며 여행을 하고 싶은 곳이 버킷리스트 목록에 줄을 서 있었다. 하지만 퇴직하자 나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은 지금까지 직장생활로 억지로 밀려있고 면제되었던 가정생활이 먼저였다. 거기다 어느 날 갑자기 전혀 예기치 못했던 변수가 나타났다. 바로 코로나, 그것도 세계적인 팬더믹이었다.

이런 시점에 하루 일과를 끝내고 브런치를 열면 국내뿐만 아니라 세계 곳곳을 한 번에 보고 듣는다. 세계 곳곳에 퍼져있는 작가님들이 거의 실시간으로 올려놓은 듯한 글과 사진과 동영상으로 나는 매일 세계 구석구석을 보고 있다. 너무 편하게 구경을 하고 있다. 볼거리 먹거리뿐만 아니다. 숙박, 교통정보, 문화 차이에 의한 실수담까지 보면서 언젠가 여행을 하게 된다면 나에게 반면교사가 될 중요한 참고사항이 되고 있다.



‘앉아서 세계 속으로’이다.

나라 밖 소식도 국내 뉴스 보도보다 먼저 접할 때가 많다.

내가 정보에 그렇게 민감할 필요는 없지만 그날그날 바로 올라온 따끈따끈한 소식을 글이나 참고자료로 먼저 알게 될 때가 많다. 각 나라의 코로나 상황도 국내 뉴스보다 더 먼저 자세히 파악되기도 했다. 코로나 상황과 대처도 선진국이고 민주주의가 발달했다고 꼭 방역이 앞서고 사람들의 의식이 합리적인 것은 아니어서 우리나라에 대한 자부심이 컸다. 캐나다가 코로나가 아니라 폭염으로 학교가 휴교까지 하는 상황도 바로 그날 작가님의 글에서 알고 있었다.

심지어 나는 거의 매일 밤에 해돋이를 가고 있다. 우리나라 정동진을 가지는 못해도 더 멀리 이탈리아 아드리아해 해돋이의 신비한 장관에 감탄을 하며 아침은 아니지만 매일을 새로 시작하는 마음이다. 매일 뜨는 태양이지만 모양도 표정도 매일 다르다. 같은 듯 다른 우리의 일상과 닮았다.


이 나라 저 나라에서 올라오는 글을 읽으면서 해가 진 뒤에도 어두워지지 않는 ‘백야’에 놀랐고 우리나라 ‘하지’ 때에 ‘동지’를 맞이하는 남극을 보며 말로만 듣던 남극을 실감했다.


브런치가 아니었으면 세계사를 배운 지 몇십 년이 지난, 고등학교 시절 교과서에서 배운 유럽에 머물고 있었을 것이다. 우리나라보다 훨씬 성숙된 자유와 수준 높은 예술의 나라들이라고 우러러만 보고 있던 유럽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트려준 글에서 유럽의 역사, 문화에 새로 눈이 떴다. 이제는 ‘BTS’를 비롯한 한류 열풍을 타고 우리의 위상이 남부럽지 않았다. 역시 세계는 넓고 배울 것은 많았다.


브런치는 매일매일 진수성찬이다.

직장을 다니지 않아도 어른으로 사는 것은 항상 바쁘고 할 일이 많았다. 글 읽고 쓴다고 주부의 일을 밀쳐둘 수만은 없으니 아직은 늘 가정사가 우선이다. 아니 글 쓴다고 가정사를 면제받을 정도의 프로 수준이 못된다고 하는 것이 더 옳은 말일 것이다. 그런 나에게 브런치는 항상 진수성찬을 차려놓고 나를 초대해주는 좋은 친구이자 배움터이자 기댈 언덕이었다.



브런치 2년 차이다.

쓴 글은 별로 없지만 좋은 글 많이 읽을 수 있도록 해 준 작가님들께 감사드리고 싶다.

언제, 어디서 찾아가도 나를 반겨주는 지란지교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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