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장에서 만난 전문가 ~
김치라는 것이 지역마다 맛이 달라서 문제가 되기도 하나보다.
추석 명절에 여러 지역 친지들이 자기 집으로 모인다는 친구가 김치 걱정을 늘어놓았다. 자기 식구들끼리는 괜찮은데 여러 사람이 모이는 명절이니, 김치 하나도 평가가 제각각이라는 것이다. 친구는 주인장으로서 김치 하나도 제대로 준비하지 못해 전전긍긍이라 했다. 우여곡절 끝에 김치 명인이 운영한다는 김치 공장을 직접 방문하게 되었다.
친구의 권유로 함께 동행하게 되었다.
‘친구 따라 강남 간다.’고 견학도 할 겸 모처럼 나들이하는 마음으로 따라나섰다. 더구나 김장철에 TV에 나와서 김장 김치 담그는 시범을 보이던 김치 명인이 운영하는 곳이라 기대도 컸다.
도시 외곽에 자리한 김치 공장 가까이 오자 사거리 신호등 위에 김치공장 팻말이 눈에 띄었다. 유명세가 피부로 느껴졌다. 내비게이션이 안내를 종료하자 대형 간판과 세 동의 대형 건물이 눈에 들어왔다.
현관에서 안내를 받아 사무실이 있는 2층으로 올라갔다. 조용한 가운데 직원으로 보이는 분들이 분주하게 일하고 있었다. 영업부로 가서 친구가 용건을 말하고 그날 새로 담근 ○○도 포기김치를 주문했다.
영업부 직원은 김치를 직접 만드는 곳은 1층과 지하라고 하며 일반인들의 출입이 제한된 곳이라고 했다. 철저한 위생 점검을 받아야 직접 관람할 수 있다고 했다. 또 코로나로 출입이 더 자유롭지 못했다. 주문한 김치를 가지고 오는 동안 대기실에 전시된 사진들을 보고 있었다. 김치 명인이 역대 대통령과 함께 찍은 사진도 전시 되어 있었다.
잠시 후 영업부 직원이 주문한 김치를 카터에 싣고 왔다. 투명 비닐을 통해 오늘 새로 담근 김치임을 확인시켜 주었다. 젓갈 냄새가 배인 맛있는 김치 냄새에 군침이 돌았다.
친구가 계산을 하고 있을 때였다.
일복을 입은 한 아주머니가 사무실로 들어왔다. 멀리서 보기에 TV에서 보던 김치 명인인 듯했다. 그래도 차림새로 보아서 대표이사인 김치 명인이라기엔 눈을 의심했다. 혹시 실수할까 봐 다시 한번 유심히 보았다.
TV에 나와서 김장 시범을 할 때는 화장도 곱게 하고 옷도 거추장스러운 부분은 허리띠를 한 한복을 차려입고 있었던 명인이었는데 지금 눈앞에 나타난 명인은 완전 다른 모습이었다. 누가 봐도 직접 일하다 온 종업원 차림이었다. 그 순간, 외모에 실망했다기보다 완전 ‘심쿵’이었다.
TV에서처럼 외모를 꾸미지는 않았지만 진정 TV에 출연할만한 명인이고 전문가였다.
장인 같은 명인이었다.
조금 가까이 다가오자 우리는 진심을 담아 반갑게 인사를 드렸다.
전시된 사진이나 영상에 나오던 화려한 유명인이 아니라 마치 친근한 이웃집 아주머니처럼 느껴졌다. 진두지휘를 하며 직접 일을 하다가 올라온 모습이었다.
멀리서 김치를 사기 위해 직접 왔다고 하자 감사하다고 몇 번이나 허리를 숙여 인사를 했다.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지인이 감사인사로 잠시 전에 보내온 선물이라며 박스에서 기정떡(증편)을 꺼내 주었다. 가면서 먹으라며 세 개씩 나누어 주었다. 정을 듬뿍 받은 듯 금방 분위기가 따뜻해졌다.
이름만 대면 다 알만한 유명한 전문가가 되면 현장에서는 얼굴 보기도 힘들고, 어쩌다 현장 방문을 해도 품위 있게 차려입고 안락한 대표 자리에 앉아서 인사나 받고 업무보고나 받는 사람인 줄 알았다. 예상과 달리, TV에 나와서 직접 시범을 보였듯이 현장에서도 팔을 걷어 부치고 함께 일하는 것이 그 명인의 진면목이었다.
현장에서도 전문가였다. TV에서 보여준 모습 그대로 현장에서도 전문가였다.
온 국민의 가슴을 아프게 한 세월호 사건 때에 TV에서는 온종일 전문가들이 나와서 진단과 대책을 제시했지만 정작 현장에는 전문가가 없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언젠가 TV에서, 농업대학을 졸업한 아들이 자기는 아직 초보이고 평생 직접 농사를 지은 아버지가 진짜 전문가라고 하던 솔직한 고백이 생각난다.
감동에 의한 충동구매를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계획하고 온 것은 아니지만 그냥 돌아갈 수 없었다. 현장에서 직접 일하는 전문가를 언제 또 만날 것인가! 절호의 기회였다. 그것도 방금 막 한 새 김치라는데…….
저녁에 새로 지은 밥과 새로 막 담근 김치는 환상의 짝꿍이었다. 온 식구가 김치 하나만으로도 진수성찬 부럽지 않았다. 전문가가 직접 담근 김치라는 이야기까지 양념이 되어 더 맛있었다. 정으로 준 기정떡(증편)까지 후식을 장식해 주었다.
진정한 전문가는 TV 화면에서뿐만 아니라 현장에서도 전문가였다.
온~오프(On~Off)가 걸맞은 전문가였다.
(김치공장 근처의 꽃길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