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로부터 설 명절 선물로 스마트폰을 받을 때만 해도 나 자신을 믿었다. 좋아서 마음이 찰랑거리기는 해도 나는 꼭 필요할 때만 사용하리라 다짐을 했다. 그런데 이게 웬걸. 해야 할 일을 미루고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는 시간이 늘어가는 것이 아닌가. ‘이게 아닌데......’하면서도 말이다.
처음에는 스마트폰의 기능을 익힌다고 공부하듯 들여다보며 한 가지씩 기능을 익히는 재미에 빠졌다. 성취감도 있었다. 각종 정보들을 앉아서 손쉽게 찾아볼 수 있어 신기했다. 힘들이지 않고 손가락만 스치면 나타나는 화면, 문자가 몇 개, 메일이 몇 개 와있다고 실시간으로 알려주는 친절함에 그저 감탄할 따름이었다.
하지만 뭔가 이 공허함!
시간이 술술 새어나가는 듯했다. 모든 것이 내 손안에 있는 듯한데 정작 손에 쥔 것이 없는 느낌. 꼭 확인해야 할 정도로 요긴한 것도 아닌데 이리저리 배회하는 시간이 늘어갔다. 필요한 정보를 찾는다는 명분으로 수많은 정보의 바다에서 허우적거리기도 했다. 그뿐만 아니었다. oo마트 할인행사, 00 백화점 세일 안내, 00 카드 이벤트 행사……등 각종 광고 안내까지 뭔가 건질 것이 있을까 봐 배회하느라 시간을 흘려보낼 때도 있었다.
뭐가 그리 바빠졌을까. 책을 읽으며 지하철을 기다리던 여유는 어디로 가고 몇 분에 차가 오는지 바로 검색창을 두드려봐야 했다. 차창 밖을 보며 계절을 느끼고 모르는 아기들에게도 말을 걸고 웃음을 보내던 시선은 스마트폰에 집중되어 내려야 할 곳을 지나칠 때도 있었다. 기가 막혔다. 스마트폰에 빠져 산다고 남편과 아이들을 타박했던 내가 이러다니......
스마트폰을 책상 속에 넣었다. 혼자서 근처 공원으로 나갔다. 평일 오후라 한적했다. 얼마만의 산책인가. 저 먼 하늘에서부터 공원 가득 봄 햇살이 퍼지고 있었다. 일정한 간격으로 줄지어 서 있는 나무들에게 눈인사를 보냈다.
눈이 시원해지고 가슴엔 따뜻한 봄기운이 스며들어 퍼지고 있었다. 공원을 한 바퀴 돌자 기분 좋은 진땀이 났다. 겨울 잠바를 벗고 벤치에 앉았다. 봄 햇살에 데워진 벤치에 앉아서 바라보는 공원은 참 평온했다.
벤치 바로 옆 나무가 눈에 들어왔다. 봄의 전령사 산수유였다. 도대체 언제 봄다운 봄이 오냐고 불평을 터트리곤 했는데 눈앞의 산수유는 이미 노랗게 꽃망울을 터트리고 있는 것이 아닌가. 봄 햇살을 머금은 꽃을 피우려는 그 애틋함에 가슴이 뭉클했다.
그 수많은 날들, 어둠 속에서 칼바람을 견디며 얼어 죽을 고비를 넘기느라 얼마나 몸살을 앓았을까. 혼신의 힘을 다해 온몸으로 살아낸 산수유를 봄 햇살이 감싸 안아주는 듯했다. 콧잔등이 시큰했다.
집에 앉아서 스마트폰 화면을 손가락으로 밀고 당기며 세상을 앞서 가고 있다는 착각에 빠져 있을 동안 봄이 저만치 앞서 가고 있었구나.
삶은 머리로만 사는 것이 아니었다. 삶은 검색용이 아니었다. 삶이란 결국 온몸으로 살아내기까지 해야 하는 것이었다. 산수유처럼 말이다. 햇살을 받아 꽃망울을 터트리고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고…….
내 마음이 봄 햇살을 받아 깨어나고 있었다. 봄 햇살이 생기를 북돋우고 있었다.
아직 남은 하루, 해야 할 일을 위해 의자에서 일어섰다. 나무도, 나도, 온 세상이 모두 봄 햇살을 받아 살아 움직이는 것이었다.
봄 햇살을 받은 산수유가 일깨워준 말을 되뇌며 걸었다.
‘삶이란 온몸으로 사는 것이라고…….’
봄이면 여기저기서 봄꽃축제를 여는 것의 의미가 새삼스러웠다. 겨울을 이겨낸 꽃들에게 위로와 축하를 해주는 것이었나 보다. 사람도 그렇게 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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