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강신옥 Oct 25. 2022

감사의 샘물

~ 감사 샘물 한 모금으로 시작하는 하루 ~

오늘도 사촌의 새벽 묵상이 새벽 배송으로 도착했다. 

아침을 먹고 나서 찬찬히 읽어보았다.          

 


 어떤 마을에 온천과 냉천이 함께 솟아나는 신기한 곳이 있었다. 한쪽에서는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온천이, 바로 옆에서는 얼음같이 차가운 냉천이 솟아올라 동네 여인들은 빨랫감을 가지고 와서 온천에서 빨래를 삶고 냉천에서는 헹구어 집으로 가져가곤 했다.           

 그 모습을 본 관광객이 안내인에게 물었다. 

 “ 여기 사람들은 찬물과 더운물을 마음대로 쓸 수 있어서 참 행복하고 좋겠습니다.” 

그러자 안내원은 

 “ 천만에요. 이 마을 사람들은 불평이 더 많습니다. 더운물과 찬물이 나오는 것은 당연한 것이고, 빨래 비누는 왜 나오지 않는 거야.”라고 불평한다는 대답이었다.     

 


 더운물과 찬물이 솟아나는 샘물처럼 사람의 마음 역시 감사와 불평이 솟아나는 곳이다. 중요한 것은 감사하면 감사가 더 솟아나고 불평하면 불평이 더 솟아난다.          

 


 그렇다. 우리 마음의 샘! 

마음은 감사도 나오고 불평도 나오는 샘과 같다. 사촌이 보내준 문자를 음미하면서 마음의 샘을 들여다본다. 가을 햇살 한 줌, 하늘 한 바탕, 단풍잎 한 잎도 마음의 샘물이 된다.     


 

 베란다로 주저 없이 들어오는 가을 햇살이 좋다. 

퇴직하고 나서 누리는 여유 중에 하나가 아침을 바쁘게 시작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출근에 쫓겨 햇살을 즐길 사이도 없었던 직장생활을 돌아보면 이 가을, 평온한 햇살 속에서 차 한잔을 마시며 하루의 스케줄을 구상해 본다는 것도 잔잔한 행복감이 아닐 수 없다. 시간에 맞추지 않고 내가 시간을 주체적으로 쓸 수 있다는 자유가 가을 햇살의 따사로움을 즐기게 한다. 이 소소한 여유를 누릴 수 있음도 참 감사하다.      

 


 찻잔을 들고 베란다 창문 앞에 서면 무표정한 듯 파란 가을 하늘이 항상 그 자리에 있다. 눈만 들면 낯익은 친구처럼,  적당한 말을 찾을 필요도 없는 편안한 침묵으로 고요한 마음을 안겨준다. 간간이 흰구름 흘러가지만 어떤 모양의 구름도 그냥 지나가는 것일 뿐이다. 구름에 삶을 실어본다. 시끄러운 마음들을 구름에 실어 흘려보낸다. 거절하지 않고 받아주니 감사하다.          

 


 하늘을 향하던 눈을 낮추면 곱게 물든 단풍나무가 바람에 살랑거리며 손을 흔들어 준다. 한 잎 한 잎 붉은색 농도가 다르지만 우아하게 어우러진 단풍잎이 햇살 머금은 손으로 마음을 어루만져 준다. 바람결 따라 마음이 가벼워진다. 

삶의 짐들을 잠시나마 잊게 해 주니 참 고맙다.           

 


 다시 뒤돌아 서면 집안 살림살이들 눈에 들어온다.

순간이동으로 딴 세상에 갔다가 다시 돌아온 기분이다. 

 


 잠시 잊고 있었던 일과를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한다.

다른 날과 여전한 하루이지만 같은 듯 다른 하루의 시작이다.



 가을 햇살과 하늘, 단풍나무가 만들어준 감사의 샘물 한 모금 마시고 시작하는 하루, 더 근사한 하루가 열리는 듯하다.


이 가을, 누구나 볼 수 있는 하늘, 햇살, 단풍아닌가, 마음만 먹으면......!



                                          ( 하늘도 단풍잎도 가을 햇살도 감사의 샘물 )



매거진의 이전글 맛도 내고 정도 뿌려주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