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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신옥 Jul 21. 2023

장맛비 단상

~ 장맛비가 세차게 퍼부어 주고 간 말들 ~

10, 9, 8, 7, 6, 5, 4, 3, 2,1…….

카운트다운과 함께 붉은 화염을 뿜으며 하늘을 향해 솟아오르던 인공위성을 보며 하늘은 안중에 없었다. 과학과 첨단기술개발에 성공한 인간의 위대함에 감탄하기 급급했는데 하늘에서 쏟아져 내리는 폭우에 온 나라가 허우적거리고 슬픔과 안타까움에 잠겼다. 우주를 왕래할지언정 잊어버릴만하면 하늘은 인간의 한계를 느끼게 한다.     



힘들고 괴로울 때 쳐다본 푸른 하늘은 유유히 흘러가는 흰 구름으로 한없는 위로와 평안을 안겨주었는데 한 순간에 진흙탕 물바다로 들이닥치다니……. 사람도 차도 동물도 농경지도 과수도 가리지 않고 허우적거리게 하고 몰살시키기까지 했다. 피땀 흘려 노력한다고 해도 사람의 노력만으로 다 되는 것이 아니라는 자연의 높고 거룩한 섭리 앞에 겸손하지 않을 수 없다.      



뜻하지 않게 세상을 떠난 사망자들의 사연에 뉴스를 보는 이들마다 안타까운 심정이다. 살고자 몸부림쳤던 그들의 희생이 살아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한 순간 한 순간이 귀한 삶이라는 것을 일깨워준다. 


로또 복권에 당첨되지 않아도, 공부 잘하지 못해도, 수입이 넉넉하지 않아도 아무 일 없는 평범한 일상, 온 가족이 무사히 집으로 돌아온 저녁이면 그저 다행이고 감사하란다. 죽을 뻔하다 살아난 것만이 기적이 아니라 아예 아무 일 일어나지 않은 것이 더 큰 기적이리라. 하늘은 하루하루 당연하게 누려왔던 일상에 무한 반복할 감사를 가르쳐준다. 



하늘 향해 미사일을 발사해도 인공위성을 쏘아 올려도 한없이 넓은 아량으로 침묵하던 하늘이 한순간 폭우로도 인간의 한계를 깨닫게 하고 겸손을 잊지 말라고 한다. 침수 피해 입은 농민들의 한숨이 밥상 물가로 이어지고 누구만의 문제가 아니라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임을 곧 실감 나게 할 것이다.      



장맛비도 쉬어 가나 보다. 

모처럼 나온 해가 장맛비에 젖은 세상을 말려 주고 더 밝게 빛난 하루였다.

며칠간 세찬 장맛비에 세상이 다 씻어졌다. 더 선명해지고 짙어진 초록들 사이에서 잠시 쉬어가는 장맛비 사이도 그 순간이 삶이라고 매미들이 떼창을 한다.  


장맛비가 세차게 퍼부어 주고 갔다.

멀리 있어도 눈만 들면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하늘, 

자주자주 하늘 보며 살아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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