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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신옥 Aug 23. 2023

최악이 된 최선

 ~ 역지사지 ~

이솝우화를 읽었다.

어른이 되어서 읽는 동화는 의미가 색다르다. 어릴 때는 의미보다 동물들 세계가 관심을 끌었던 이솝우화이다. 반전을 통한 신기한 해결이 흥미로웠다.      


인생을 어느 정도 살고 나서 읽으니 우화가 아니다. 삶을 통달한 경지에서 나온 삶의 진수이다. 한편 한편 읽을 때마다 철없던 어릴 때보다 더 진한 공감을 맛본다. 미소를 머금고 ‘맞아 맞아’ 맞장구를 쳤다. 깊은 의미를 함축하고 있는 짧은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었다. 그중에 한 편이다.      



멋있는 숫사자와 예쁜 암소가 죽을 만큼 뜨겁게 사랑을 했다.

어느 날 사자는 정성을 다해 고기 요리를 준비하여 사랑하는 암소를 초대한다. 암소는 고기 요리가 너무 싫었지만 사랑하는 사자의 정성이라 억지로 맛있는 척하며 요리를 먹었다.     

어느 날 암소도 사랑하는 사자를 위해 정성을 다하여 채식 요리를 준비했다.

사자는 채식 요리가 너무 싫었지만 사랑하는 암소의 정성이라서 억지로 요리를 먹었다.     

얼마 후 둘은 헤어지게 된다.

헤어지면서 서로 이런 말을 한다.

“ 나는 당신을 위해서 최선을 다했어.”

정말 사자와 암소는 서로 최선을 다했다.

그러나 상대 입장이 아닌 내 입장, 내 생각으로 최선을 다 한 것이다.     



내 입맛에만 맞게 최선을 다한 사자와 암소!

내 입장만 내세우는 우리의 모습에 일침을 가한다.     



비슷한 일화가 생각난다.

바닷가에 사는 어부가 산골짜기에 사는 사돈 집을 방문하면서 산나물을 선물했다. 바닷가에서는 귀한 산나물이다. 하지만 산촌 사돈에게는 너무 흔해빠진 나물이였다. 산에 사는 사돈은 답례로 생선을 선물했다. 산골짜기에서는 귀한 생선이다. 하지만 바닷가 사돈에게는 흔해빠진 생선이었다.      



자기 입장에서 옳고 좋을 뿐 상대에게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참고받아 주어야 하는 일이다. 상대를 위해 최선을 다했다는 것은 착각일 뿐이다. 참다 참다 쌓이면 한계에 도달하기 마련이다. 결국 헤어지는 암소와 사자가 되고 만다.      


상대를 위하려는 마음이라면 ‘역지사지’가 최선이다.


                                (사진 출처 : 네이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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