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강신옥 Aug 27. 2023

누구나 찾을 수 있는 세 잎클로버

~ 아무나 못 찾는 숨어있는 선물 ~

마트를 가기 위해 길을 나섰다.

처서가 지나자 무더위 열기가 한풀 꺾였다.

한낮 햇살은 따가워도 얼굴에 와닿는 선선한 바람에 마음이 한결 여유로워진다.  아파트 모퉁이 꽃밭에 핀 봉숭아, 맨드라미, 분꽃 등 화려하지는 않지만 잔잔한 여름꽃들과 옛정을 주고받는다. 얕트막한 언덕배기를 걸을 때면 늘 흐드러지게 핀 세 잎클로버를 만난다. 혹시 있을지도 모를 네 잎클로버를 찾느라 눈이 더 커진다. 하지만 오늘도 이리 봐도 저리 봐도 온통 세 잎클로버 천지다. 역시 네 잎클로버는 끝내 찾지 못하고 아파트 입구 큰길까지 나왔다. 아쉬운 마음 달래며 마트에 도착했다.     



마트에 들어서자마자 빵빵한 에어컨 냉기에 땀이 금방 사라진다.

더위도 날리며 느린 걸음으로 카트를 밀며 쇼핑을 했다. 무료로 즐기는 시원함이다.



필요한 몇 가지 채소와 아이스크림 몇 개 사서 계산대로 갔다.

“안녕하세요?” 계산원 아주머니랑 서로 인사를 주고받았다.

바코드를 찍으며 계산하던 계산원이 내가 가져온 중(中) 짜인 양파를 골라내며 낮은 소리로 넌지시 “오늘 양파 소(少))짜 세일인데 소자 두 개 사는 것이 더 이익이에요” 라며 정보를 준다.

(양파 개수에 따라 대(大), 중(中), 소(少) 구분해 놓은 것이었다.) 얼른 가서 바꿔 오라고 해서 한달음에 가서 바꾸어 왔다.

덕분에 개수는 더 많고 돈은 800원 이익을 봤다.

돈보다  양파 개수보다 그 바쁜 와중에 작은 것이라도 챙겨주려는 계산원 마음을 읽었다. 그저 인사를 자주 주고받았을 뿐인데 기억해 준 마음이 고마웠다.     



감사의 여운으로 아파트 엘리베이터 앞에 왔다.

경비아저씨와 미화원 아주머니가 청소를 하시다가 인사를 하신다.

인사를 나누며 할인해서 산 아이스크림을 하나씩 드렸다.

몇 백 원짜리 아이스크림 하나에 땀이 밴 얼굴에도 웃음이 퍼진다. 별 것 아닌 아이스크림 하나 주고 깍듯한 인사를 받으니 준 것보다 받은 것이 더 많은 듯 마음이 넉넉해진다. 주위에 시원하고 달콤한 아이스크림 향기가 퍼진다.     



아이스크림을 주고받는 사이에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먼저 온 아가씨가 탔다.

먼저 올라가라고 했는데 괜찮다면서 문을 열고 기다려 주었다.

“고맙습니다. 괜찮습니다”를 주고받으며 함께 올라갔다.

단 몇 초 배려에 아가씨 얼굴이 더없이 밝고 선해 보인다.      



내가 끝내 찾지 못했던 네 잎클로버는 행운이고 지천에 널린 세 잎클로버는 행복이라고 한다.

돌아서면 또 잊어버릴 만큼, 세 잎클로버를 닮은 사소한 배려와 친절이다. 하지만 행복이 비집고 들어올 틈을 만들어준 세 잎클로버로 하루 삶이 허물어지지 않았다.      



늘 하나 모자라서 보잘것없어 보이는 세 잎클로버이다.

특별하지 않아서 곧 잊어버리고 간직하지도 않는 세 잎클로버이다

하지만 세 잎클로버는 수많은 평범한 일상과 닮았다. 같은 듯 다르게 흐드러지게 핀 세 잎클로버는 내가 늘 맞닥뜨리는 일상이기에 특별하지 않다. 그러면서도 그 일상 속에 서로 주고받는 사소한 정과 배려가 작은 선물처럼 순간순간 기쁨이 된다.      



누구나 쉽게 찾을 수 있지만 아무나 찾을 수는 없는 선물이 숨어있는 세 잎클로버! 그 일상 속에서 작은 선물들을 주고받으면서 느끼는 ‘소확행’이기에 세 잎클로버는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찾을 수 있는 행복인가 보다


    


매거진의 이전글 최악이 된 최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