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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신옥 May 06. 2024

새벽 산책길에서

~ 하루 삶의 미리 보기 ~

 봄기운이 완연해졌다.

새벽에도 찬 기운이 사라졌다. 아침해도 부지런해져서 세상이 일찍 밝아진다. 눈을 뜨면 벌써 창밖이 환하다. 얼마 전부터 겨울 동안 멈추었던 새벽 산책을 시작했다. 겨울외투에 짓눌리던 어깨도 펴고  한결 가벼워진 복장으로 집을 나선다.



 아파트 현관을 나서면 어디선가 경비아저씨의 싸리빗자루 소리부터 들린다.

말끔하게 쓸어진 길을 보면 싸하도록 맑은 새벽 공기와 함께 가슴에 박하향이 퍼지는 듯한 기분이다. 경비아저씨가 고마워진다. 걷다 보면 어디선가 경비아저씨랑 마주칠 때도 있다. 머리 희끗희끗한 경비아저씨가 쓰레기도 없는 길을 묵묵히 빗질을 하고 있다. 직접 도와주지 못해 겸연쩍어하며 인사를 한다. “수고 많으십니다.”는 말 한마디로는 부족하지만 아저씨는 활짝 웃으며 감사해한다. 아저씨를 보며 사소해 보이지만 주어진 일을 부지런히 해야겠다는 깨우침이 가슴에 잔잔한 물결을 일으킨다.      

 


 아파트 경내는 화려했던 봄꽃들이 지고 어느새 연둣빛 이파리들이 번져가고 있다.  

여리여리한 연둣빛 싱그러움에 발길을 멈추고 나무를 바라본다. 긴 겨울 침묵 속에서 움을 틔우고 꽃을 피우고 잎사귀를 두르는 소리 없는 나무의 연금술에 숙연해진다. 길 양옆으로 아파트 3,4층까지 올라온 은행나무, 느티나무, 벚나무가 작은 바람에 연둣빛 물결로 일렁인다. 몸통 듬성듬성 박힌 옹이들, 군데군데 깊게 패인 주름들, 휘어진 가지들이 견뎌온 긴 세월의 흔적을 읽게 한다. 가슴 뭉클해지는 인생 교과서가 된다. 나무처럼 견디며 투명한 연둣빛으로 살아내라는 보이지 않는 나이테의 파동에 온몸이 전율을 느낀다.     

 


 아파트를 벗어나 큰 도로로 나온다.

고요함에 쌓인 새벽 아파트와 딴 세상이다. 새벽을 잊은 분주한 거리다. 이른 새벽부터 무서울 정도로 질주하는 차들을 보며 정신이 확 든다. 바쁘게 살아가는 낯 모르는 사람들이 내 게으름을 깨운다. 나이 들었다고 편안함에 안주하려는 나를 흔들어 깨운다. 급하게는 아니라도 시간을 아끼며 치열하게 살아가야 하는 현실을 자각한다.     

 


 주어진 일을 성실하게 하는 경비아저씨도 자연의 섭리를 묵묵히 견디어 내는 나무도 시간을 아끼며 질주하는 차들까지도 오늘이라는 삶 속에 들어있는 미리 보기였다.  


 

 새벽 산책!

고요 속에서 자연의 소리를 듣는다. 몸소 움직이는 부지런한 사람들을 본다.

하루를 살아갈 새 힘을 길어 올린다. 오늘을 시작하는 마중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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