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처럼

처음처럼 존재 자체만으로

by 강신옥

첫 손자가 태어났다.

입춘이 지난 온기에 겨울을 잠시 잊어버린 날이었다.

먼 하늘에서부터 퍼져오는 봄햇살처럼 우리 모두에게 밝고 따뜻한 선물이었다.


고슴도치도 자기 새끼는 예쁘고 손주도 자기에게만 예쁘다는데

나도 예외가 아닌가 보다.

하루 종일 눈을 감고 잠만 자는데도 들여다보고 있으면 지루하지 않다.

찍어 붙여 놓은 듯 자리만 잡고 있는 이목구비인데도 볼 때마다 예쁘다.말을 못 해 입 다물고 있는데도 점잖다고 칭찬한다.

어쩌다 우연히 입만 씰룩거려도 웃는다고 신기해한다.

할 줄 아는 것 아무것도 없어도 그저 만족해한다.



인생을 어느 정도 살아본 할아버지 할머니가 되니 손자를 대하는 마음이 왜 너그러워지는지 이해가 된다. 무엇이 더 중요한지 감이 오는 나이가 되었나 보다.


되돌아보니 자식 키우는 일도 비교하면서부터 우리 모두 불행해진다. 때가 되면 다 기고 뒤집고 걷고 말을 했지 않는가. 지나고 보니 자식도 내가 키운다기보다 스스로 자라는 것이었다. 식물이 자라듯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그저 때에 맞게 물을 주고 바람이 통하는 곳에서 햇볕을 받게 하는 일뿐인지도 모른다.



‘지금처럼’ ‘처음처럼’ ‘존재 자체만으로’ 귀하고 기쁨이 되고

감사하는 마음 변치 말아야 할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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