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DP 전시에 참여했다

AI로 만든 아트웍을 가지고

by 엘리사

2024년의 마지막 날을 하루 앞둔 날, 나는 전시를 위해 DDP에 있었다.



전시장에 내 작업이 놓여있다는 사실을 마냥 기뻐할 순 없었던 날이다. 원래 이 전시는 2024 서울콘의 한 프로그램이었으나 항공기 사고가 일어났고, 국가 애도기간이 선포되었다. 축제는 취소되었고 전시는 조용하게 치뤄졌다. 'AI 전람회'라는 이름으로. 그리하여 주변에 별다른 홍보는 하지 않고 회사 동료들과 함께 조용히 가서 관람했던 전시였다.



이 전시에 참여하기로 하고 작품 준비를 할 무렵 나는 브런치북 하나를 막 끝낸 직후였다. '어느날 브랜드가 사람이 되었다'라는 제목의 브런치북. 브랜드를 의인화해 초상화로 만드는 작업이었다.


https://brunch.co.kr/brunchbook/brandpersona1


그 작업을 하면서 알게된 것이 있다. 사람이 아닌 것에 얼굴을 주면, 그것의 정체성이 선명해진다. 대상의 성격, 역사, 존재 이유 같은 것들을 얼굴이라는 형식을 통해 표현하는 것. 나는 그 방식에 완전히 빠져 있었다.






전시 준비를 앞두고, 내가 만들고 싶은 작품의 주제는 명확했다.

한국적인 것을 해보자!


그리고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졌다.

지금 이 시대에 가장 사랑받는 한국적인 것은 무엇인가.



답은 빨리 나왔다. 한국 음식.

해외 MZ들 사이에서 힙한 문화로 통한다는 바로 그 K-Food. 그것을 인물로 표현해보기로 했다.


한국 음식이 하이패션 화보의 주인공이 된다면 어떨까?

그리고 네 가지 주인공을 선정했다. 김밥, 빙수, 불닭볶음면, 치킨.


재료의 색감과 질감을 헤드피스와 의상으로 표현했다.


김밥의 초상화, 2024, Midjourney, AI artist Elissa


불닭볶음면의 초상화, 2024, Midjourney, AI artist Elissa


빙수의 초상화, 2024, Midjourney, AI artist Elissa


치킨의 초상화, 2024, Midjourney, AI artist Elissa



이건 오프더레코드지만 저 중에 어떤 작업이 가장 오래 걸렸냐고 물으신다면. '김밥'이라고 대답하겠다. 김밥은 아직 AI가 이해하기엔 일본의 후토마키, 롤과 다를 바 없이 보이나보다. K-food 아직 더 분발해야겠다.

그래서 일본 느낌 안 나도록 하나하나 쉐잎을 잡아가며 프롬프트를 짜야해서 상당히 까다로운 작업이 됐었다.(2024년 당시에는 나노바나나가 세상에 없었다. 오로지 미드저니로만 작업했다.)



빙수의 초상화를 영상화 한 것


의인화 작업은 정말 즐겁다. 음식이든, 브랜드든, 문화든 얼굴을 부여하면 우리와 눈을 맞출 수 있다. 낯설었던 것이 갑자기 가깝게 느껴진다. 나는 그러한 경험을 관객에게도 전달하고 싶었다.



2024년 마지막날의 DDP 전시는 나에게 방향을 준 시간이었다. 나는 앞으로도 특정한 주제를 다른 메타포로 표현하는 작업을 시그니처로 삼고자 한다. 사람이 아닌 것들에 얼굴을 주는 작업이 그 첫번째 프로젝트다.





전시가 끝난 후, 총감독을 맡으셨던 교수님에게 연락이 왔다. '한국을 대표하는 12인의 아티스트전'에 참여해보지 않겠느냐는 제안이었다. 파리 AI 행동 정상회의 기간에 맞춰 열리는 전시였고, 외교부를 통해 파리 현지 갤러리에서 개최되는 자리였다.


K-Food 시리즈는 초상화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풍경화 버전도 함께 작업해두었다. 파리에서는 그 풍경화 시리즈를 선보였다.


그 이야기는 다음 글에서 이어서 쓰려고 한다.

목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