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대표하는 12인의 AI 아티스트 전에 참여하다
2025년 2월, 내 작품이 파리의 한 전시관에 있는 동안 나는 서울에 있었다.
프랑스 AI 행동 정상회의 기간에 맞춰 파리국제대학촌 한국관에서 열린 '한국을 대표하는 12인의 AI Artists 전 : 미래의 결, 한국성' 전시에 참여한 이후의 회고록이다.
파리에 직접 갈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고 외교부를 통해 내 작품 6점 정도를 꼼꼼히 패킹해서 프랑스 파리로 보내게 됐다. 작품만.
비대면 참여의 아쉬움은 이런 것들이다.
내 작품이 어떤 벽에 걸렸는지, 어떤 조명 아래 놓였는지, 그 앞을 지나간 사람들이 어떤 표정을 짓는지 보지 못한다는 것. 사실 작가로서 전시에 참여함으로써 얻는 소소한 재미는 관객의 리액션을 보는 것이다. 내 작품 앞에서 고개를 갸웃거리는 사람, 한참 들여다보다 고개를 끄덕이는 사람, 동행에게 뭔가 말하는 사람. 그 장면들이 작가에게는 가장 생생한 피드백이다.
전시 사진 몇 장을 받았고 어렴풋이 그 날의 분위기를 짐작할 뿐이었다.
묘했다. 내 작품이 낯선 나라에서 전시되고 있는데 그 현장을 모른다는 것은 마치 누군가에게 편지를 보내고 답장을 기다리는데 그 편지가 도착했는지조차 알 수 없는 기분이랄까.
세상의 수많은 예술가들도 그럴 것이다.
자신의 작품이 누군가의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올라왔다가 24시간 후 사라지는지 아닌지 모를 것이다. 누군가의 SNS 피드에 별다른 해시태그 없이 올라오는 전시 사진들도 그럴 것이다. 그 감정과 인상은 작가가 인지하지 못한 채 그렇게 누군가에게 기록되기도 하고, 그냥 시간이 지나 사라지기도 한다. 대중은 적극적으로 표현하지 않는다. 감상평이 작가에게 닿을 확률은 생각보다 낮다.
솔직히 말하면 내 이름도 그렇고 내 작품들 또한 유명세와는 거리가 있다. 그리고 내 작품 계정 팔로워 또한 그리 많지 않다. 이 브런치 구독자도 마찬가지다. 지금껏 퍼스널 브랜딩이나 SNS 채널 관리에 신경을 잘 안썼던 탓도 있다.(이젠 신경을 좀 써보려고 한다) 어쩌면 나는 예술 한답시고 뭔가를 창작하는 이 세상의 수많은 사람들 중 먼지 하나만큼의 존재일 수도 있다.
파리 전시에는 K-Food 시리즈 중 초상화 작품 3 점과, 풍경 작품 1점, 그리고 'Mirror' 시리즈 중 1점을 보냈다. 팝콘 시리즈는 지난 글에서 소개했으니 이 글에서는 생략하겠다.
막걸리 오아시스 (Makgeolli Oasis), Midjourney, 2024 - Landscapes of K-Food Series
막걸리는 한국인의 정서와 삶을 담고 있는 전통주로, 자연스러움과 소박함, 그리고 위로를 상징한다. 사막이라는 척박한 환경 속에서 발견한 막걸리 오아시스를 통해, 일상 속 갈증과 삶의 고단함을 해소하는 한 잔의 위안을 상징적으로 표현했다.
여정 속 김밥 (Gimbap on the Journey), 2024- Landscapes of K-Food Series
김밥은 한국인에게 대표적인 여행 음식이자, 바쁜 현대인의 삶을 함께하는 소박한 동반자다. 끝없이 펼쳐진 삶의 바다 위에 떠 있는 작은 섬처럼 김밥을 표현하며, 바쁜 일상 속 작은 위안과 휴식의 순간을 담았다.
이 작품은 야근하던 어느 날의 기억에서 영감을 받았다. 컴퓨터에서 눈과 손을 뗄 겨를도 없이, 후배가 사다 준 김밥을 한 알씩 입에 쑤셔 넣으며 정신 없이 일했던 밤. "지금 내 앞의 음식이 김밥이라서 다행이다 이렇게 빨리 해치울 수 있으니.." 라고 중얼거리며 잠시 숨을 돌리던 순간들, 그렇게 내겐 짧은 위안과 휴식이 되었던 김밥. 그 때의 김밥을 주인공 삼았다. 내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라 더욱 애착이 간다.
'심연'의 메타포로서 거울을 활용한 작업이다. 거울은 경계이자 통로가 된다. 경계 너머에 무엇이 있는지, 자기 안에 무엇이 있는지 질문하게 만든다.
운 좋게도 어떤 관람객이 내 작품 앞에 서있는 사진을 받았다.
무슨 생각을 했는지는 모른다.
관람객에게 작은 점 하나만큼의 파동이 있었다면 나에게 닿지 않더라도 그걸로 된거다. 한 명이라도 작품을 보고 '오' 하고 멈칫했다면, 성공한 것이다.
관련 기사: https://www.kmisul.com/news/articleView.html?idxno=4555
다음화에는 조금 더 현실적인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AI 아트웍 작업을 꾸준히 하다가 얻게 된 수익화 찬스에 대해서 써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