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무리가 화관처럼 눈부시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린다
달무리가 내 손안에 물든다
곤히 잠든 너의 얼굴도
손바닥 하나이다
태양이 소낙비처럼 쏟아진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린다
태양이 내 손안에 잠긴다
환히 웃는 너의 얼굴도
손바닥 하나이다
손바닥 하나에 온 우주가 담긴다.
마른 고사리같이 힘없고 쭈글쭈글한 손과
짱돌같이 투박하고 번들거리는 손과
막 쪄놓은 찐빵처럼 부드럽고 뜨끈 뜨근한 손과
아기감자처럼 동그랗고 귀여운 손이
일제히 하늘을 향해 손바닥을 펼친다
빛이 되고 어둠이 되는 그 작은 세상 속에서
너라는 존재는 깊은 계곡을 타고 흐르다
결국 손바닥 밖으로 새어나가 버린다
온 우주를 담은 이 손바닥 안에
손바닥 하나로 얼굴이 가려지는 너를
끝내 담아둘 수가 없다
슬픔은 깊은 손금이 되어
너와 함께 손바닥 사이를 흐른다
달빛도 햇빛도 출렁이면서 손바닥 밖으로 흘러넘친다
이제는 폐허가 되어버린 손바닥에
나는 그만 얼굴을 묻는다
너의 얼굴은 나의 얼굴이 된다
우리는 가릴 수 있지만 가질 수 없었던
손바닥 하나이다.
출처 Pixab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