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 개의 글, 꿈

천 개의 나로 다시 태어나다

by 소위 김하진

천 개의 글, 꿈


소위


당신을 만나기 위해

천 마리의 학을 접었습니다

해와 달을 접어 학의 날개 속에 고이 숨겼습니다

천 일의 정성을

천 리의 당신에게

천 마리의 학과 함께

날려 보냈습니다

당신은 날아다니는 학들을 바라보며 그저 무심히 웃었지요

나는 학들의 날개가 쭉쭉 찢어져나가는 것을 보며 그만 비참히 울었습니다


천 마리의 학과

바다로 떨어진 해와 달을

가슴 가득 끌어안고 천 리를 되돌아왔습니다

그리고 커다란 병 속에 날개 잃은 그것들을

함께 묻고 울부짖었습니다

나의 꿈도 영원히 사장되어라


천 년이 지났습니다

나는 깊은 잠에서 깨어나

한 개의 글을 적어 학의 겨드랑이에 고이 붙인 후

다시 병에 넣어놓습니다

그렇게 날마다 천 개의 날개를 짓습니다

돌이 된 가슴을 부딪혀 여린 불씨를 만들고

앞이 보이지 않는 눈과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더듬더듬 씁니다


천 개의 글은

천 마리의 학과 함께

나의 두 눈과 나의 심장에

고이 박혀 천 개의 나로 거듭날 것입니다

천 개의 해와 달이 되어

눈이 부시게 빛나며 날개를 퍼덕일 겁니다

오늘 나는 구백아흔아홉 번째 글을 씁니다

내일이면

. . .


출처 Pixab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