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소한 슬픔에 대하여 2

북극의 슬픔

by 소위 김하진

엄마, 배가 고파요. 더는 걷지 못하겠어요.

아가야,

오늘은 꼭 바다로 연결되는 얼음길을 찾아보자.

엄마가 어떻게든 먹이를 구해볼 테니 조금만 참으렴.

엄마, 아빠는 어디 갔어요?

먹이를 구하러 나가셨단다.

왜 이렇게 돌아오지 않아요?

너무 멀리까지 가서 시간이 오래 걸리시나 봐.

옛날옛적엔 우리만의 길이 있었단다.

그 길을 따라 여행도 하고 사냥도 하고 축제도 하면서 삶을 여유롭게 즐길 수 있었지.

하지만 이제 우리에게 정해진 길 따윈 없단다.

눈물을 밟으며 매일매일 새로운 길을 찾아내야만 한다는 걸 명심하렴.


출처 Pixabay


엄마, 몸이 너무 따갑고 간지러워요.

아가야,

어젯밤 우리 동네에 모기떼가 급습했단다.

오늘은 모두 함께 더 추운 곳으로 옮겨 갈 테니 조금만 참으렴.

엄마, 아빠는 왜 일어나지 않아요?

아빠는 너무 많은 모기에 물려서 아프시단다.

옛날옛적엔 모기와 만날 일이 없었단다.

우리는 흰 눈을 무척 좋아했고 아주 추운 곳에서도 잘 살아갈 수 있었지.

하지만 언제부턴가 우리가 다니는 길에 눈이 없어지더니 모기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단다.

눈물을 밟으며 매일매일 더 추운 곳으로 이동해야만 한다는 걸 명심하렴.


출처 Pixabay


엄마, 배가 고파요.

아가야,

홍수로 논밭이 다 떠내려가서 식재료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란다.

통조림이라도 먹으렴.

엄마, 고기가 먹고 싶어요.

이상 기후로 전염병이 돌아서 가축들이 떼죽음을 당했다고 하는구나.

요즘 돼지고기 일 인분이 금 값보다 비싸니 조금만 참으렴.

엄마, 온몸이 따가워 죽겠어요.

여름에 짧은 옷을 입고 밖에 나가면 어떡해.

요즘 모기떼가 얼마나 많은 줄 알아?

모기 때문에 죽는 사람들이 자꾸 늘어나고 있단다.

방충망도 소용없고 아무리 높은 곳에 살아도 소용없대.

날이 추워질 때까진 절대로 밖에 나가지 말아라.


옛날옛적엔 부족한 것도 두려운 것도 없었단다.

계절마다 먹거리가 풍성했고 여름이면 산으로 바다로 휴가를 떠나곤 했었지.

우리는 무엇이든지 할 수 있었고 삶은 축복이었어.

하지만 언제부턴가 북극이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단다.

우리는 아주 사소한 슬픔을 느꼈지.

오래 누적된 슬픔들은 어느새 어마어마한 빚더미가 되어버렸단다.

슬픔이 하늘이 되고 땅이 되고 공기가 된 이곳에서

우리는 매일매일 많은 눈물을 빚어 그 빚을 갚아야만 한다는 걸 명심하렴.


출처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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