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소위 Aug 08. 2023

타라 웨스트오버의 '배움의 발견'(Educated)

변신, 탈바꿈, 허위, 배신. 나는 그것을 교육이라 부른다.


타라는 모르몬교 집안의 7남매 중 막내딸로 태어났다. 자신의 생일을 알지 못하고 축하받아 본 적도 없었다. 출생 신고도 되어 있지 않았고 어머니조차 딸의 생일을 정확히 기억하지 못했다. 학교에 다닌 적도 없었다. 아버지를 도와 고된 노동을 해야 했으며 폭행을 일삼는 오빠에게 고통당하며 살았다. 아주 기본적이고 상식적인 것들도 지 못했으며 오로지 모르몬 교회의 교리와 역사, 아버지의 설교만 듣고 배우며 자랐다. 타라는 집에서 벗어나기 전까지 세상에 대해 전혀 알지 못했다. 자신이 겪은 일들이 학대와 폭력이라는 사실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  


모르몬교 광신자인 아버지와 어머니는 현실에 눈이 먼 채로 자신들이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들었다. 아버지는 정부로부터 아무런 도움도 받지 않는 완벽한 자급자족을 꿈꿨고 그 이상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리고 정부에서는 자기와 같은 사람들을 찾아내 죽여 버릴 거라는 망상까지 가지고 있었다. 곧 다가올 신의 심판과 종말에 대비해 버는 돈 일체를 비상식량과 물품을 사는데 쓰고 지하 창고에 그것들을 끝도 없이 보관해 놓았다. 정부뿐만 아니라 병원, 학교 등 일체의 공공시설을 불신했고 학교나 병원에 가는 것은 신의 뜻을 거스르고 악마와 손을 잡는 행위라고 비난했다. 더 끔찍한 것은 자식들도 아버지의 신념에 따라 복종하며 살아갈 것을 강요했다는 점이다. 깊고 어둡고 은밀한 산속에 그들은 자기만의 폐쇄적인 왕국을 고 숨어 살았다.


출처  Pixabay


이 책에는 타라가 모르몬교 가족 내에서 겪었던 충격적인 일들과 집 밖으로 나와 실제 세상을 접하면서 변화해 가는 과정, 그리고 가족으로부터 벗어나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받아들이지도 못하면서 느꼈던 고통과 정신적 방황 가감 없이 솔직하게 기술되어 있다. 무려 500페이지가 넘는 분량의 책이지만 그 길이를 느끼지 못할 만큼 흡입력이 있다. 하지만 읽다 보면 오만상을 찌푸리게 될 만큼 불편한 장면들이 많이 나오므로 끝까지 참고 읽기가 어려울 수도 있다. 특히 가족들이 화재나 사고로 신체가 크게 훼손되는 상황에서도 끝까지 병원에 가지 않고 고통 속에 몸부림치게 할  때는 그릇된 믿음이 인간성마저 말살시킨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 정도였.


책의 제목은 참으로 간결하다. Educated. 한국어 제목으로는 '배움의 발견'이다. 이 책은 광신도들의 비정상적인 삶을 고발하는 만 머무르지 않았기에 가치가 있다.  기초 교육조차도 제대로 받지 못한 한 여자아이가 독학으로 대학에 입학하고 배움에 매진하여 끝케임브리지 대학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아내고 만다. 이 놀라운 결과 이면에는 그녀의 고통스러운 배움의 과정이 숨어 있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누구보다도 깊고 밀도 있게 배움에 몰입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녀 스스로 배움의 기적을 보여준 것이다.


타라 웨스트오버의 어린 시절은 아동학대와 폭력으로 얼룩져 버렸지만  배움의 발견을 통해 자신의 삶을 새롭게 다시  수 있었다. 역사는 나 자신이 만들어가는 것임을  증명해 보인 것이다. 또한 아버지의 비정상적인 행동은 그가 앓고 있는 여러 정신질환으로 인한 것임도 깨닫게 된다. 그러나 부모나 가족을 온전히 저버릴 수 있는 자식은 없다. 이 책의 마지막장을 덮으면서 타라가 부모님과 가족을 여전히 사랑하고 있다는 사실이 느껴져 가슴이 아팠다. 부모로부터 여러 번 버림받았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을 증오하지 않으려 노력했고 믿음은  배신했어도 사랑을 저버리지는 않았다.


출처  Pixabay


타라처럼 심각한 상황에 처한 경우가 아니더라도 우리 주변에는 제대로 된 '배움'을 받지 못하는 아이들이 많다. 시골 초등학교에 근무할 때였다. 초등학교 3학년인 학생이 여전히 한글을 떼지 못해 특별 수업을 받고 있었다. 나는 40년 전에 초등학교에 입학했다. 그 옛날에도 한글을 떼고 온 아이들이 꽤 많았다. 요즘처럼 취학 전 아동이 한글은 물론 영어까지 하는 세상에서 10살이 되도록 한글을 제대로 모른다니 나로선 충격적이지 않을 수 없었다. 아이의 상황을 보니 어머니는 없고 아버지는 일을 하러 다니느라 집을 비웠고 삼 남매가 할머니 하고만 살고 있었다. 거의 대부분의 시간을 자기들끼리 놀거나 TV를 보면서 지내는 듯했다. 그러니 누구도 아이들이 한글을 잘 읽는지 쓰는지 관심을 가져주지 않았던 것이다. 그 환경을 알고 나니 아이의 상황이 이해되었고 더욱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물론 글자를 아는 것이 배움의 전부는 아닐 것이다. 하지만 아이가 성장한다는 건 한 해, 두 해 육체가 자람과 동시에 자기를 둘러싸고 있는 온 세상을 흡수해 나가는 과정이다. 그 과정 중에 언어는 반드시 필요한 것이다. 언어는 세상을 이해하기 위한 배움의 첫 단추와도 같기 때문이다. 그 첫 단추가 끼워지지 않은 아이가 어떻게 세상을 제대로 배우이해해 나갈  있겠는가?


타라는 배움을 위해 가족과 부모를 모두 다 잃었다. 말도 안 되는 일이지만 철저히 버림받기까지 했다. 타라의 상처는 말로 할 수 없이 클 테지만 그녀가 배움 속에서 게 된 진실들은 그녀를 치유하고 놀라울 정도로 발전시켰다. 타라의 삶을 보면서 움의 놀라운 힘에 대해  다시 한번 더 깨닫게 다. 그녀 또한 배움으로 인한 변화와 성장에 대해 이야기하기 위해 이 책을 집필했을 것이다.  '세상에 이런 일이'에나 나올 법한 자극적인 이야기로 이목을 책이지만 이면에 숨은 의미는 Educated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배움의 의미와 가치에 대해 다시금 되새겨볼 수 있었고,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배울 수 있는 자유로운 환경새삼 감사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아무런 장애가 없음에도 나는 얼마나 배움을 위해 노력하고 있을까? 문득 부끄럽기 그지없다. 광신도 경악하고 잘못된 믿음의 폐해에 분노하다가 배움의 자세를 스스로 반성하면서 책장을 덮게 되는 참으로 신기한 책이었다. 소설보다 더 소설 같은 충격적인 에세이를 고 싶다면 권한다. 글에는 자극적인 내용은 최대한 담지 않았다. 실제로 이 책을 읽는다면 마음이 심히 고통스러운 시간이 될  수 있음은 각오해야 할 것이다.


변신, 탈바꿈, 허위, 배신.
나는 그것을 교육이라 부른다.

배움의 발견, 타라 웨스트오버

출처  Pixabay
매거진의 이전글 잘 생겨서 죄송할 법도 한 '밀수'의 그 남자, 조인성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