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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위 Aug 06. 2023

잘 생겨서 죄송할 법도 한 '밀수'의 그 남자, 조인성

로맨스도 아닌데 권 상사 당신만 생각 나.

*이 글은 영화의 줄거리를 노출하지 않습니다.


'밀수'

현재 박스오피스 1위를 달리고 있는 한국 영화이다. 킬링타임용 오락영화로는 손색이 없고 무더운 날씨에  딱 어울리는 해양 영화이기도 하다. 공포까진 아니어도 조스?를 능가하는 상어가 등장하고 바닷속을 누비고 다니는 해녀들과 한국 영화에 빠지면 섭섭한 거친 액션, 미워할 수 없는 어설픈 빌런, 심심함을 달랠 반전에 적당한 코믹까지 흥미로운 요소들은 죄다 섞어서 맛있게 버무려 놓은 작품이다.  


거기다 레트로 감성까지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있다. 이 작품의 배경이 70년대가 아니었다면 모든 건 눈 뜨고 못 봐줄 코미디로 전락하고 말 것이다. 그런데 70년대라니 왠지 다 용서가 된다. 아니 실은 그래서 더 좋다. 끊임없이 흘러나오는 그 시절 노래들을 감상하는 것만으로도 중년 이후의 세대들에겐 설렘이나 아련함을 느끼게 할 테니까.


엔딩 크레디트가 올라갈 때 나는 감독 이름을 보자마자  아~ 하고 고개를 끄덕였. 사실 아무런 정보도 없이  단지 시간을 때우기 위해 보러 들어간 영화였다. 류승완 감독은 언제나처럼 관객들에게 설득력이 있다.  감각적이고 깔끔하고 조금은 기발하기도 하다.  영화는 엑시트를 보고 났을 때의 느낌과 많이 겹쳤다. 무겁지 않고 그렇다고 가벼울 거까지는 없으면서 2시간이  아깝지 않게 흘러가는 꽤 잘 만든 오락영화였으니까.


특히 주인공은 김혜수, 염정아, 고민시라는 여자 배우  삼인방이다. 여자판 독수리 삼 형제나 삼총사를 방불케 할 정도로 여자 영웅들의 활약이 돋보인다.  특히  김혜수와 염정아는 정말 해녀가 아닌가 싶을 정도로 수중신을 잘 찍었는데 그녀들의 나이를 감안했을 때 박수 쳐 줄 만하다.  영화를 찍는 동안 하드한 액션 영화 못지않은 육체적 고충이 있었것 같다. 바닷속 장면들 대부분이 CG일지도 모르지만 일부러 눈을 모로 뜨고 비판할 거리를 찾는 스타일만 아니라면 대체로 실감 나게 즐길 수 있는 완성도라고 생각한다. 솔직히 말해 해녀들 씬은 내겐 꽤 신선하고 멋있었다. 나는 어떤 영화를 보든 좋은 점을 많이 찾으려 하는 편이므로 이는 지극히 개인적인 의견이다.


그런데 영화가 끝나고 지금까지도 조연으로 등장한 이 남자가 자꾸만 눈에 밟힌다.  누군가는 이 남자가 최선을 다한 잘생김으로 영화 내내 열일을 했다고 하던데 그 말에 진짜 물개박수라도 쳐주고 싶다. 월남에서 돌아온 새까만 김 상사가 아니라 새하얀  상사를 연기한 조인성, 그가 바로 잘생김을 위해 최선을 다한 배우였다.


설득력 없는 캐릭터였다. 소위 한국판 거친 액션 영화들에  등장하는 악역과 비교하면  말도 안 되게 나긋나긋하고 곱기 때문이다. 물론 등장할 때부터 천사의 미소 뒤에 잔인함을 장착한 악역으로 설정되어 있긴 하지만 어째 나쁜 놈 같지가 않은 거다. 얼굴이 문젠가? 왜 면도날을 들고 김혜수를 가해하는데도 눈빛이 달콤한 거냐고!! 그러더니 권 상사의 매력은 끝이 없다. 박정민이 연기한 악역 장도리의 패거리들이 몰려와 잔인한 살육이 난무할 때, 김혜수를 마치 보호해야 할 어린애나 연인이라도 되는 것처럼 애틋하게 숨겨주는 게 아닌가? 거기다 공포에 떠는 김혜수를 안심시켜 주기 위한 살인 미소까지 날리는 거다. 끝내 조인성은  박정민의 칼에 맞고 만다. 하지만 잔인하고 거친 칼부림 장면이 로맨스처럼 달콤해서 도통 잊히질 않는다.  들고 얼굴에 피 묻히고 그렇게 곱기는 힘든데 말이다.

출처  밀수


여자들에겐 아저씨의 윈빈에 대한 환상이 조금씩 있다. 아무리 잔인하게 사람을 죽인다 해도 왠지 나에게만은 죽을 때까지 웃어주기만 할 거 같은 사람.  현실에서도 그런 남자는 있다.  밖에선 차갑고 냉정하지만 사랑하는 여자 앞에서만은 한없이 부드럽고 너그러워지는 남자 말이다. 물론 절대로 좋은 사람일리 없는데도 여자들은 그렇게  나쁜 남자에 속고 끌릴 때가 있는 것이다. 밀수 속 조인성처럼!


 남자 배우를 좋아하기 시작한   '발리에서 생긴 일'을 보고 나서부터이다. 그는 믿기지 않는 조각 외모에 모성애를 심하게 자극하는 인물이었다. 곧 깨져버릴 것 같이 아슬아슬하고도 자기 파괴적인 캐릭터를 어찌 보호해주지 않을 수 있겠는가? 나는 유독 어딘가 조금 아픈? 남자 캐릭터 끌리는 묘한 취향이 있기도 했다. 한국에 조인성이 있다면 외국엔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있었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에게 처음 관심을 가지게 된 건 길버트 그레이프에서 지적장애인을 연기했을 때였고  토탈 이클립스에서 시인 랭보를 연기했을 때엔 결국 깊이 빠져들게 되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로미오와 줄리엣의 디카프리오를 사랑했지만 난 그 영화 이전에 이미 그를 알아봤다.

출처  토탈 이클립스


천사 같고 순수한 얼굴, 그러나 조금은 타락한 듯한 눈빛, 금세라도 소멸해 버릴 거 같은  불안정한 자아 등 현실 세계에서는 당장이라도 병원에 입원시켜야만 할 것 같은 캐릭터가 가상 세계 속에선 참으로 매력적이고 신비한 존재로 느껴지는 것이다. 내게 조인성과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처음에 각인된 인상이 지금까지도 잘 희석되지 않고 있다. 그들의 다양한 작품 활동들을 고려했을 때 나 같은 팬은 그다지 갑지 않으리라.

출처  토탈 이클립스


그나마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흐르는 세월과 함께 외모가 망가지면서 연기의 폭이 넓어진 측면도 있지만 조인성은 십수 년 전 미모가 지금도 그대로이다. 뭔 역을 해도 조인성은 조인성인 거다. 비열한 거리의 양아치 병두도 피비린내 난무하던 그 살육 현장 속에서 참으로 보호해주고 싶은 안쓰러운 캐릭터가 아니었던가.  하지만 조인성은 연기를 아주 잘한다. 그는 맡은 배역에 충실하면서도 타고난 얼굴까지도 스스로 알아서 연기를 빛내주고 있을 뿐이다. 오히려 너무 잘 생겨서 손해 보는 배우가 아닐까! 


밀수 속 권상사는 조금은 억지스럽게 만들어낸 인물인 듯도 한데 그게 또 감독의 의도였던 것도 같다. 코믹 액션 영화일지라도 약간의 로맨스는 조미료 같은 감칠맛을 더해 주니까.  영화를 보고 해녀들의 물질보다 조인성의 피 묻은 얼굴에 더 깊이 감동한 나 같은 관객들이 분명 많을 것이다. 여하튼 영화는 재미있었다.


출처  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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