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져 버린 사람과 찾으려 하는 사람

by 소위 김하진

재이와 재이가 형이라고 부르는 남자는 오랜 시간 함께했다고 했지만, 정확히 어떤 사이인지는 알 수 없었다. 둘 중 누구도 너에게 말해주지 않았다. 하지만 캐묻지는 않기로 했다. 재이는 섣불리 꺼낼 수 없는 무언가를 손안에 움켜쥐고서 주머니 속에서 내내 만지작거리고만 있는 사람이었다. 그것이 핏물에 젖은 칼인지 이슬을 머금은 꽃송이인지 알 길이 없었다. 재이는 가끔 멍하니 상대의 발끝을 응시하거나 똑바로 바라보는 눈길을 슬며시 피했다. 하지만 이내 가벼운 웃음으로 의심의 공기를 재빨리 지워 버리곤 했다. 도저히 벗길 수 없는 한 꺼풀의 얇은 장막이 재이의 얼굴을 뒤덮고 있었다. 반면 정훈은 과묵했다. 가벼움을 가장할 수 있는 재이와 달리 그는 무거움을 애써 숨기지 않았다. 묵직하고 느직느직할 뿐 무언가를 감추는 듯한 은밀함은 없었다. 둘은 플러스와 마이너스 같았다. 완전히 다르면서도 절묘하게 균형이 맞았고, 서로를 경계하면서도 강하게 끌어당기고 있었다. 그들 가운데에서 적당한 거리와 힘의 균형을 유지하고 있는 너는 삼각형의 꼭짓점 중 하나가 된 듯했다. 낯선 남자들과의 기묘한 동행이 네 삶에 이전에 없던 생동감과 긴장감을 불러일으켰다. 그들과 함께 있으면 가라앉지도 부유하지도 않았다.


재이는 회사에 다니면서도 사람 찾아주는 일을 계속 병행해 왔다고 했다. 예전엔 아르바이트 정도였지만, 실력이 늘고 의뢰가 많아지면서 남자와 함께 사업으로 성장시킨 것이었다. 집 나간 배우자, 가출한 자식, 어디에 사는지 모르는 첫사랑, 소식이 끊긴 친구 등 어느 날 갑자기 사라져 버린 사람들은 수도 없이 많았다. 그리고 그들을 찾으려 하는 사람 역시 생각보다 많았다. 가끔은 반려동물을 찾아달라는 사람들도 있었다. JH 컴퍼니는 흥신소나 탐정 사무소와는 달랐다. 한때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던 동창 찾기 서비스인 ‘아이러브스쿨’처럼 밝고 가벼운 분위기를 풍겼다. 그래서인지 사람들은 약간 즉흥적인 마음으로 의뢰를 해왔다. 너는 블로그나 인스타그램, X, 틱톡, 스레드에 이르기까지 온갖 SNS에 회사를 홍보했다. 장난스럽다 못해 조금은 유치하게. 이런 류의 일에 쓸데없이 진지해질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그리워하면 언젠가 만나게 되는

어느 영화와 같은 일들이 이뤄져 가기를.

사라져 버린 사람을 찾고 있나요?

그들을 다시 만나게 해 드립니다.

과거는 사라졌지만, 추억은 영원합니다.

몸은 늙어가지만, 마음은 한결같습니다.

당신 삶의 찬란했던 한때를 찾아드릴게요.

망설이지 말고 JH 컴퍼니로 연락하세요.


의뢰가 들어오면 네가 먼저 의뢰인과 약속을 잡고 두 남자에게 통보해 주었다. 두 남자는 화상 채팅을 통해 의뢰인과 만났고 무슨 의도로 사람을 찾는 것인지 정확히 확인한 후에야 작업에 들어갔다. 각서 같은 것도 미리 받아두었다. 착수비 조로 계약금을 먼저 받았고 사람을 찾고 나면 나머지 잔금을 받는 형식이었다. 만약 찾는 데 실패하면 계약금 일부를 다시 되돌려주었다. 들어오고 나가는 돈의 흐름을 관리하는 게 너의 주된 업무였다. 사무실 임대료와 공과금을 내고, 두 남자가 업무를 수행하는 데 사용한 각종 부대비용과 출장비 등을 영수증 처리했다. 세 사람의 월급도 직접 계산해서 입금했다. 사업을 통해 얻은 순이익은 두 사람 공동명의의 통장에 입금하기로 했지만, 막상 남는 돈은 거의 없었다. 이따금 형편이 어려운 의뢰인은 무상으로 도와주기도 해서 오히려 적자가 나는 달도 있었다. 자선사업에 가까운 일을 하면서도 두 남자는 마냥 즐거워 보였다. 너는 그들이 도대체 왜 그 일을 하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었다.


재이의 말대로 컴퓨터와 전화 한 대면 할 수 있는 일이었다. 하지만 달라진 게 있었다. 일의 앞이나 뒤, 아니면 보이지 않는 어딘가에 늘 사람이 숨어 있다는 것이었다. 찾으려 하는 사람과 사라져 버린 사람, 떠난 사람과 남은 사람, 혹은 남지 못한 사람과 보내지 못한 사람, 스쳐 지나간 사람과 기다리는 사람, 때로는 기억하는 사람과 잊어버린 사람까지. 인연의 강도와 흘러간 시간에 따라 금액이 달라졌다. 주로 돈 많고 한가한, 나이 든 사람들이 고객이었다. 그들은 자신의 추억을 현재로 소환하는 일에 기꺼이 큰돈을 지불할 용의가 있었다. 어릴 적 소꿉친구나 동네에서 짝사랑했던 이성, 잠시 만났다 이별한 첫사랑, 도움을 받았던 은인 등 가슴속에 간직해 온 오래된 시절 인연들을 되찾고 싶어 했다. 인생의 한 페이지에 유물처럼 꽂혀 있던 마른 꽃잎에 새로운 생명과 향기를 불어넣고는 자신의 인생이 아직도 시들지 않았음을 확인하고 싶은 듯했다.


‘그리워하는데도 한 번 만나고는 못 만나게 되기도 하고, 일생을 못 잊으면서도 아니 만나고 살기도 한다. 세 번째는 아니 만났어야 좋았을 것이다.’

피천득의 인연에서처럼 사랑했던 사람은 다시 만나지 않는 게 나을 때가 훨씬 많았다. 찾으려 하는 사람들의 마음은 대체로 양면적이었다. 잘 사는지 확인하고 싶다면서도 막상 너무 잘 지내고 있는 상대를 보면 질투와 시기를 느꼈다. 때로는 격하게 분노하는 이도 있었다. 잃어버린 시간이 아깝다며 빚쟁이처럼 치사하게 굴기도 했다. 힘든 처지에 있는 상대를 보면 가슴 아파하면서도 한편으론 안도하는 듯했다. 먼 과거의 아름다움에만 취해 살다가 지독한 현실의 악취에 놀라 코를 틀어막고 허겁지겁 달아나버리는 사람도 있었다. 어떤 경우든 둘의 만남이 실제로 성사되는 일은 극히 드물었다. 결말이 뻔한 걸 알면서도 사람들은 계속해서 사라져 버린 누군가를 찾으려 했다. 가끔은 정말로 만남이 이루어지기도 했는데 그건 상대가 이미 죽은 경우였다. 납골당이나 묘지 앞에서 회한의 눈물을 흘리다가도 해가 지면 코트 자락의 흙을 툭툭 털고 쥐가 난 다리를 절뚝거리면서 떠나갔다. 어느 영화에서 보았던 절름발이 살인자처럼 굽은 다리를 서서히 펴고는 아무렇지도 않게 똑바로 걸어가는 것이다. 애도는 그다지 길지 않았다.


“누나는 찾고 싶은 사람 없어요?”

“나? 없어. 그리고 찾으면 뭐 해? 뭐 하러 그렇게 찾으려 하는 건지 모르겠어. 어차피 만나지도 않을 거면서.”

“누나, JH 컴퍼니 직원이 그런 말을 하면 어떡해요? 오늘도 의뢰는 계속해서 들어오고 있잖아요. 그들에겐 모두 이유가 있는 거라고요. 그러지 말고 누나도 한번 찾아보는 게 어때요? 그럼 어떤 마음인지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지도 모르잖아요. 첫사랑 찾고 싶지 않아요? 직원 가로 아주 저렴하게 해줄게요. 아니 아예 공짜로 해줄 수도 있고요.”

재이가 너를 보며 눈을 한 번 찡긋했다. 너는 살면서 만난 사람 중에 굳이 다시 찾고 싶은 사람은 없었다. 기어이 한 명을 고르라 한다면 말없이 사라져 버린 아빠를 찾아야 할까? 하지만 그 또한 간절하진 않았다. 서먹서먹한 재회 뒤에 남는 건 더 큰 허무와 고통일 뿐인 게 뻔했다. 아빠가 잘살고 있다 해도 반대라 해도 마음은 불편할 것 같았다. 차라리 아무것도 모르는 지금이 나았다. 망가진 모습을 보며 그럴 줄 알았다며 조소하기도 싫었고, 멀쩡한 모습을 보며 혼자만 잘 먹고 잘사니 행복하더냐고 비난하기도 싫었다. 어느 쪽도 너의 진심과는 어긋난 것이었다. 진실과 거짓 사이에서 덜커덩거리는 바퀴가 되어버리고 만다면, 남은 생을 제대로 굴러갈 자신이 없었다. 오랜 세월 고여만 있던 호수는 속이 시커메서 제대로 안이 들여다보이지 않는다. 어떻게 해야 다시 맑아질 수 있는지 알 수 없다. 아니 그런 일이 도저히 가능할 것 같지 않은 것이다. 어쩌면 흙탕물인 채로 가만히 내버려 두는 게 가장 나을지도 모른다. 괜히 뒤섞어서 강물 전체를 온통 더럽히지 말고, 오물은 오물대로 밑바닥에 얌전히 화석처럼 굳어만 있게.


출처 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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