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만 읽어도 되는 글
오늘 처음으로 아이에게 고백을 했어요.
아빠의 병에 대해 아빠 몰래.
그동안 직접적으로 이야기해 준 적은 한 번도 없었거든요.
아빠가 많이 안 좋았을 때의 모습을 여전히 기억하고 있는 아이.
노상 잠만 자는 아빠를 포켓몬스터 잠만보라고 놀려 대기만 하던 아이.
그런데 내가 말을 꺼내기도 전에 아이 입에서 '우울증'이란 단어가 먼저 튀어나왔어요.
'뭔가 알면서도 말하지 않은 거구나.'
가느다란 바늘 수십 개가 가슴께를 찌릿하며 관통하고 지나가는 듯했지요.
"근데 어디가 어떻게 왜 아픈 거야?"
설명하기 힘들었어요.
"실은 엄마도 잘은 몰라."
주절주절 나오는 대로 이야기해 줬지만 열 살짜리 아이가 어디까지 내 말을 이해했는지는 알 수가 없었습니다.
내가 쓴 브런치북 [사랑하는 사람이 우울증입니다]가 특별한 제안을 받아서 아이에게도 허락을 구해야만 했어요.
아빠의 이야기가 세상에 공개되는 것에 대해서.
아직 어린아이에게 무거운 진실을 안겨 준 것이 과연 잘한 일인지는 모르겠어요.
하지만 부끄러운 일은 절대로 아니라고 생각해요.
나는 아이에게 지금껏 최선을 다해 병과 싸워 온 아빠는 아주 훌륭한 사람이라고 말해 줬어요.
아무나 그렇게 할 수 없는 거라고.
앞으로 다시 힘든 날이 찾아오더라도 우리 둘이 힘껏 아빠를 도와주자고도요.
아이는 담담히 그러겠다고 약속했지요.
그날 밤 아이는 잠자리에서 아빠를 오래 안아 주고 뽀뽀도 해 주었어요.
남편은 아무 영문도 모른 채 마냥 행복해했지요.
그리고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 이 매거진은 아주 짧고 여운이 남는 글로만 만들어 갈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