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욕망

도시의 뒷골목에서 나고 자란

by 소위 김하진

오래된 욕망


소위


도시의 뒷골목에서 나고 자란 나는

새소리보단 자동차 경적이

별빛보단 가로등 불빛이

풀잎보단 거리의 담배꽁초가

가까웠다.


으슥하고 구석진 골목길

동무들의 집을 돌고 돌며

해가 지도록 은밀한 놀이에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조금은 눅눅하고 퀴퀴했던 유년의 냄새


동무들과 함께 기찻길에 묻은 참새는

장맛비가 퍼붓던 날 기차에 치인 동무와 함께

어디로 가버렸을까

우리는 오래도록 기찻길 위에서

웃다가 울다가 뿔뿔이 헤어졌다.


인간의 근원적인 지향은 자연으로의 회귀라는데

나의 본능은 보드라운 흙보단 거친 시멘트를

향긋한 꽃보단 매캐한 매연을

사랑한다

아니 좇는다


도시의 뒷골목에서 나고 자란 나는

뜨겁게 달궈진 아스팔트 도로 위

들끓는 열기 속에

태우듯 몸을 누인다


뒷골목의 잔상이

기찻길의 무덤이

말끔하고 세련된 5성급 호텔로도

지워지지 않는 삶

나는 오늘도 낡고 타락한 도시의 오래된 욕망을 끌어안는다.



old-station-2808234_960_720.jpg 출처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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