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시는 또 망했다
소위
하고 싶은 얘기가 있는 것도 같은데
말도 글도 나오지 않아
답답하단 표현으론 턱없이 부족하지
막힌 변기를 뚫는다고 들쑤셨더니
변기 밖으로 똥물만 한강수처럼 넘쳐흐르는 그런 기분이랄까.
도무지 곱고 정제된 어휘가 떠오르질 않아
이런 내 시는 또 망했다.
뚫어 뻥에 머리를 끼우고 뻥! 뻥! 뻥!
한꺼번에 우수수 쏟아져 나온다면 시원할 텐데..
탈탈 털어 거죽만 남기고 싹 다 쏟아져 나온다면 개운할 텐데...
내 안에 내가 너무도 많아 당신의 쉴 곳 없다는
낯간지러운 노래는 집어치우고
내 안에 내가 너무도 많아 내 쉴 곳조차 없으니
쭉쭉 짜서 거죽만 남기련다.
빈 거죽에 바람을 불어
풍선처럼 빵빵해지면
그때 한 방에 바늘로 빵!
시원하게 터뜨려 버리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