탯줄을 타고 달리다

길과 어머니에 대한 단상

by 소위 김하진

탯줄을 타고 달리다


소위


오월

늦봄은 지나고 초여름은 덜된 어느 날,

나는 긴 탯줄을 타고 달렸습니다


짙푸른 고깔을 쓴 산들이

폭포수처럼 고꾸라지는 사이로

투신하듯 달렸습니다


양 옆으로 늘어선 나무들이

손바닥을 흔드는가 싶더니

돌연 찰싹찰싹 등을 후려치는데도

'아야'

소리조차 삼킨 채 달렸습니다

당신에게로 가고

당신에게서 나오는

이 길은 당신과 나의 탯줄입니다


오래전 나의 몸에 당신의 젖과 꿀을 내어주고

이제는 말라붙어 사그라들고 있는 당신을 위해

잘려나간 탯줄을 찾아 다시 이었습니다


탯줄이 산을 넘고 강을 돌아

다시 당신의 자궁 속으로 들어갑니다


당신의 탯줄이 나에게 생명을 불어넣었듯

나의 탯줄이 당신의 생명을 되살릴 때까지

나는 탯줄을 타고 달려갑니다

당신의 목숨 앞에서 두 무릎을 꿇고

내 안의 젖과 꿀을 내어 주러 갑니다



출처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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