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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나 처음으로 밥이 되는 글을 쓰다

당근을 먹었으니 또 달리자. 당근은 또 나오겠지?

by 소위 김하진

글쓰기를 시작하고 가슴속에 품은 꿈이 있었다. 그것은 단순한 취미가 아닌 밥이 되는 글을 써보자는 것이었다. 불과 몇 개월 전까지만 해도 그런 나의 소망은 뜬구름 잡는 소리처럼만 들렸다. 그래도 쉬지 않고 써왔다. 부족한 나의 실력을 갈고닦기 위해서는 오직 쓰고 또 쓰는 것밖에는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블로그도 브런치도 초보작가인 나에겐 아주 감사한 무대가 되어주었다. 머리에 꽃을 꽂고 칼춤을 추어도 누가 뭐라고 하는 사람이 없었다. 그저 나는 내가 쓰고 싶은 것들만 쓰면 되었다. 수필도 쓰고 시도 쓰고 소설도 썼다. 다 재미있고 신이 나서 쓰는 것들이었다. 그 사이 공무원 문예 공모전에 수필을 넣어 보았으나 보기 좋게 낙방하고 스스로 좀 더 무르익기를 기다려야 한다며 마음을 다잡았다. 그러던 어느 날, 생각지도 못한 반가운 소식이 한꺼번에 두 개나 날아왔다.


전통 깊은 에세이 전문 잡지사인 'OO에세이'로부터 내게 원고 청탁이 들어온 것이다. 나 같은 무명작가에게도 글을 실을 수 있는 기회를 준다는 것에 깜짝 놀랐다. 사실은 출판사로부터 메일을 받고 너무나 감격해서 가슴이 마구 떨렸다. 블로그나 브런치에 소식을 널리 알릴까도 싶었지만 조심스러웠다. 왠지 좋은 일에 설레발을 치면 부정이라도 탈까 봐 괜히 혼자서 몸을 사렸다. 오늘 드디어 원고를 보냈고 편집장님으로부터 좋다는 답변까지 받았다. 이제야 숨이 쉬어진다. 물론 원고료가 큰돈은 아니다. 나의 수필 한 편이 실리는 것일 뿐 책을 출간한 것도 아니다. 하지만 내겐 정말로 커다란 선물이다.


브런치를 통해 원고청탁이 들어온 시기와 맞물려 블로그에선 깜짝 놀랄 메일을 받았다. 이웃님들은 다 알겠지만 나는 박노해 님 시들을 무척 좋아해서 시에 대한 글을 여러 편 썼었다. 그 글을 박노해 님 사진을 전시하는 라 카페 갤러리 홍보팀장님이 보시고 직접 연락을 주셨다. 박노해 님 시를 널리 알려주셔서 감사하고 사진전에 초대하고 싶다는 내용이었다. 물론 누구나 찾아갈 수 있는 무료 사진전이고 박노해 님답게 전시회 굿즈를 통해 얻은 수익도 모두 기부한다고 들었다. 그래도 내 발로 찾아가는 것과 나의 글을 보고 나를 직접 초대해 주는 건 느낌이 전혀 달랐다. 무척 감사하고 기뻤다. 어쩌면 박노해 님도 나의 글을 보셨을까 하는 설레는 상상도 잠시 해봤다. 서울이라 당장은 못 가고 갈 때 다시 연락드리겠다고 했는데 아이 방학 때 꼭 한 번 가봐야겠다.


https://m.blog.naver.com/racafe/222879785118


무언가를 눈에 보이는 성과가 없는 가운데에서도 꾸준히 해나간다는 건 어마어마한 노력과 인내가 필요하다. 공부는 시험을 통해 실력 검증이라도 받지만 글쓰기는 도통 알 수가 없다. 블로그도 브런치도 조금씩 성장해나가고 있긴 하지만 괄목할 만한 성과는 아직이다. 그러니 달콤한 당근이 얼마나 절실히 필요한지 모른다. 당근을 받아먹은 나는 또 당분간 달콤한 꿈에 젖어 열심히 글을 쓸 것이다. 그러다 동력이 떨어질 때쯤이면 귀신같이 신은 당근을 또 던져주겠지.


첫 당근은 브런치 잭팟이었다. 3만에 근접한 조회수를 자랑하는 '나는 옷을 사지 않는다'라는 글 말이다. 그리고 한동안 묵묵히 글만 쓰던 내게 신은 다시 한번 당근을 던져 주었다. 다음 번은 언제가 될지 무엇이 올지 알 수가 없다. 로또보다 설레는 게 이런 희망과 기다림 아닐까?


https://brunch.co.kr/@elizabeth99/45


나는 글 쓰는 말이다. 당근을 먹었으니 또 달리자! 달리다 보면 당근은 또 나오겠지?


출처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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