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길을 달릴 때마다
심장이 멈추고
피가 멈추고
삶이 멈추었다
지척에서 부르는
지리산 정령의 목소리에
홀린 듯 넋이 빨려 들어가면
과거도 현재도 미래도 없이
오직 생명의 숨결만이 가슴 가득 차올랐다
지리산의 가슴팍에 안겨
울다가 웃다가 잠이 들면
백호가 어린아이를 등에 태워 달리고
사슴이 다정하게 입을 맞추었다
오직 사랑의 향기만이 눈과 코를 가득 채웠다
지리산의 손끝 발끝에서
작은 새들이 무리 지어 날고
곤충들이 떼 지어 줄을 서면
새로운 생명이 주저함 없이 잉태되었다.
오직 생명과 부활의 기운만이 세상으로 퍼져나갔다
여기는 지리산의 팔과 다리가 잘려나간 곳
애초부터 생명 한 점 없는 곳
흙으로 된 살과 뼈들은 죄다 녹아 없어져버린 곳
생명도 사랑도 말라붙고
고통이 새롭게 싹을 틔운다
지리산의 자궁 속에서 젖과 꿀을 받아먹던
나는 잘려나간 팔과 다리가 아프다
아픔이 숙명처럼 따라다닐
환상통
이제는 사라져버린 지리산
잘려나간 팔과 다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