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라는 이름의 또 다른 여행

Caledon Crusher, Sweep #3의 자리에 서며

by Elizabeth Kim

가장 늦은 발걸음에 보폭을 맞추는 일


4월의 공기는 아직 차갑지만, 그 안에는 분명 봄의 기운이 섞여 있을 것이다. 오는 4월 11일 Caledon Crusher 레이스가 열리는 날, 나는 고요한 마지막 구간에 봉사자로 함께 한다.


레이스의 출발선은 언제나 축제 같다. 들뜬 얼굴들, 서로를 격려하는 박수 소리, 아침 햇살 아래 반짝이는 운동화들. 사람들은 출발 신호와 함께 폭죽처럼 흩어지고, 그들의 뒷모습은 금세 트레일 너머로 사라진다. 세상은 늘 시작하는 사람들을 응원한다. 첫발을 내딛는 용기를, 앞서 나가는 속도를 찬양한다.


하지만 나는 이번 레이스에서 가장 늦게 도착하는 사람들과 함께 뛰는 보이지 않는 자리에 서기로 했다. Aid Station #4에서 출발해 Mono Community Centre의 결승선까지 약 27km, 해가 기울 무렵에 시작해 어둠이 완전히 내려앉을 때까지 이어지는 마지막 구간을 함께하는 역할이다.




풍경은 속도가 멈출 때 비로소 말을 건넨다


여행작가로 살며 길 위에서 깨달은 사실이 하나 있다. 질주할 때는 오직 목적지만 보이지만, 속도를 늦추면 비로소 사람과 풍경이 보인다는 것이다. 트레일 위에서도 마찬가지다. 사실, 이번 레이스를 선수로 참가하고 싶었지만 봉사자로 참가해 보는 것도 의미 있을 것 같아 선택했다.


내가 맡은 역할은 Sweep #3. 'Sweep'이라는 단어는 빗자루로 쓸어낸다는 뜻을 품고 있지만, 레이스에서 스윕은 청소가 아닌 보호에 가깝다. 레이스의 일부이면서도 동시에 레이스 밖에 서 있는 독특한 존재다. 기록을 세우지도, 스포트라이트를 받지도 않으며, 뒤에 남은 마지막 한 사람의 걸음에 함께 호흡을 천천히 맞추는 사람이다.


27km, 4시간 반에서 6시간. 빠른 하이킹과 느린 러닝이 반복되는, 애매하지만 솔직한 속도다. 이 마지막 구간에서 필요한 것은 더 이상 페이스가 아니다. 체력보다 더 긴 호흡이 필요한 건 주의력과 인내, 그리고 단 한 명도 어둠 속에 홀로 남겨두지 않겠다는 조용한 결심이다. 누군가 가쁜 숨을 몰아쉬면 함께 멈춰 서서 하늘을 한번 올려다보고, 갈림길에서 방향을 잃은 눈빛이 보이면 조용히 길을 가리키며 함께 하는 역할이다.




봉사라는 이름의 또 다른 여행


사람들은 봉사를 흔히 '도와주는 일'이라 말한다. 시간을 내어 돕고, 손을 보태고, 자신의 에너지를 나누는 일이이다. 진짜 봉사는 일방적인 것이 아니라 언제나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훨씬 더 큰 선물로 돌아온다는 것을 깨닫는다.


작년 참가자들의 후기를 읽다 보면 이런 문장들을 본다.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건네받은 따뜻한 물 한 컵", "포기하고 싶을 때 등 뒤에서 들려오던 자원봉사자의 발소리가 레이스의 가장 오래 남는 기억이었습니다." 물 한 컵을 건네는 손길, 말없이 옆에 있어준 스윕 한 명이 메달보다, 기록보다 더 깊이 각인된다는 고백들이다.


여행지에서도 마찬가지다. 가장 깊은 우정은 길을 잃었을 때, 지쳐 주저앉았을 때다. 누군가 내 옆에 앉아 물병을 건네고, 말없이 함께 해가 지는 걸 바라봐 주었을 때. 그 순간들이 여행을 여행으로 만들었고, 낯선 사람을 친구로 만들었다.




가장 조용하고 솔직한 구간


내가 맡게 될 마지막 27km는 아마 이 레이스에서 가장 조용하고 솔직한 구간일 것이다. 해가 저물고 헤드램프 불빛이 하나둘 켜지는 어둠 속에서, 우리는 아마도 조금씩 서로의 이야기를 꺼내게 될 것이다. 어쩌다 이 레이스까지 오게 되었는지, 지금 인생에서는 어떤 구간을 지나고 있는지. 누구는 큰 목표를 향해 달리는 중일 것이고, 누구는 한 번 무너진 뒤 다시 시작해 보는 중일 것이고, 또 누구는 그냥 '지금 여기까지 온 나 자신'을 확인하고 싶어 나올 것이다.


여행작가로서 배운 것이 있다면, 대부분의 진실한 장면들은 해가 중천에 떴을 때보다 빛이 옅어지고 사람들의 발걸음이 느려질 때 더 선명해진다는 사실이다.


트레일 위의 마지막 빛, 붉게 물든 하늘을 스쳐보는 짧은 시선, "안 될 것 같다"라고 말하던 사람이 다시 한번 발을 떼는 그 찰나의 순간. 이 작은 장면들이 나에게는 한 편의 여행기이자, 누군가의 삶의 한 챕터를 곁에서 지켜보는 소중한 특권이 될 것이다.


우리는 인생의 모든 순간마다 출발선에 설 수는 없다. 언제나 앞줄에서, 언제나 가장 먼저 출발하는 삶을 살 수 있는 사람은 드물다. 대부분의 시간은 이미 한참 진행 중인 무언가에 조용히 합류하거나, 누군가의 뒤를 묵묵히 지켜보는 식으로 흘러간다.




결승선을 넘은 뒤에야 비로소 보이는 것들


4월 11일, 해가 기울 무렵 Aid Station #4에 선다. 내 앞에는 이미 50km를 달려온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지치고, 아프고, 어쩌면 포기하고 싶은 사람들. 나는 그들의 뒤에서, 그들이 결승선을 넘을 때까지 함께 걸을 것이다.


레이스가 끝날 무렵, 우리가 Mono Community Centre에 도착하면 아마 많은 이들은 이미 집으로 돌아갔을 것이다. 환호성도, 음악도, 북적임도 한풀 꺾인 뒤의 결승선. 어쩌면 그 고요한 순간이야말로 이 레이스에서 가장 아름다운 장면일지도 모른다.


마지막 주자가 결승선을 넘는 순간, 서로의 눈빛만으로 "끝까지 왔구나." "포기하지 않았구나." 누군가의 마지막 구간에 함께 서주는 것. 그것이 지금의 나에게 가장 솔직하고 중요한 선택이다. 오래 지나 이 레이스를 떠올릴 때, 어떤 사람의 마지막 27km를 함께 뛰었다고. 그것이 내게는 어떤 우승보다 값진 완주였다고 웃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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